문-바이든 케미, 단계적 협상으로 북한 문제 풀 수 있을 것
북한은 노벨평화상과 부동산 개발에 중요한 이슈…트럼프 강한 돌파력 있지만 북미 수교까지 끌고 갈 비전과 견문 없다
포퓰리스트의 시대…바이든 성공하려면 프랭클린 루즈벨트 연구해야

안병진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 교수는 10월 20일 <폴리뉴스> 사무실에서 진행된 본지 김능구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북한과의 딜에서 순간적으로 강한 돌파력을 가질 수는 있지만 북미 수교까지 끌고 갈 만한 비전과 관심은 없는 사람'이라며 '한국의 일부 진보 전문가들이 트럼프의 당선을 조금 더 기대하는 것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 '고 말했다. <사진=이은재 기자>
▲ 안병진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 교수는 10월 20일 <폴리뉴스> 사무실에서 진행된 본지 김능구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북한과의 딜에서 순간적으로 강한 돌파력을 가질 수는 있지만 북미 수교까지 끌고 갈 만한 비전과 관심은 없는 사람"이라며 "한국의 일부 진보 전문가들이 트럼프의 당선을 조금 더 기대하는 것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 "고 말했다. <사진=이은재 기자>

[폴리뉴스 대담 김능구 대표, 정리 김자경 기자] “저소득층 백인들을 설득하긴 쉽지 않다. 미국 민주당은 불임정당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 속에서 신자유주의를 적극적으로 주도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민주당 시대에 20대 80의 사회로 거의 고착되었다. 한국도 20대 80 사회다. 그 80은 엄청난 분노가 있다.”

2020년 11월 3일 드디어 미국 대통령 선거 유권자 투표가 치뤄졌다. 현재 공화당의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가 접전 승부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폴리뉴스>는 미 대선 전문가인 안병진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 교수와의 인터뷰를 공개한다. 인터뷰는 대선을 보름 앞둔 지난 10월 20일 진행되었음을 밝힌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지금 우리 국민한테 중요한 건 트럼프나 바이든이 됐을 때 한미동맹이나 북핵협상, 대외무역 등 우리와의 관계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 지다. 누가 당선되는 게 우리나라에 더 유리할까.

저는 처음에 트럼프가 당선됐을 때부터, ‘미국의 주인이 바뀐다’ 책에도 트럼프가 당선되는 게 한반도에 중장기적으로는 꼭 유리하지 않다고 이미 결론을 내렸다. 왜냐하면 제가 뉴욕에서 유학을 했었고, 뉴욕 사람들은 트럼프의 속성을 잘 알 수밖에 없다. 매일 타블로이드에 소재로 등장했던 트럼프의 마피아적 사고방식이 저는 오래전부터 익숙하다. 그걸 사람들이 모르다가 볼튼 회고록 등이 나오면서 그제야 사람들이 알더라. 즉 다시 말해서 저는 한국의 일부 진보적인 정책 전문가들이 트럼프의 당선을 조금 더 기대하는 것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는다. 

트럼프가 재선되면 딸 이방카(Ivanka Trump)와 사위인 쿠슈너(Jared Kushner) 라인에 엄청 힘을 실어줄 거다. 트럼프는 이들을 통해 북한 부동산 개발에 엄청난 관심이 있다. 부동산 개발보다 더 관심이 있는 건 노벨평화상이다. 노벨평화상을 받아야 4년 뒤 감옥에 갈 우려가 있을 때, 퇴임 후 정치를 할 수 있다. 트럼프는 자기가 살기 위해서 퇴임 후에도 정치세력을 형성할 텐데, 그랬을 때 북한은 노벨평화상과 부동산 개발에 굉장히 중요한 이슈다. 그러니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우리 한반도 입장에서 그렇게 불리할 건 없지 않을까. 문제는 이 사람이 자기 욕망이 있으니까 북한과의 딜에서 순간적으로 강한 돌파력을 가질 수는 있지만 이것을 안정적으로 북미 수교까지 끌고 갈 만한 비전과 견문과 관심은 없는 사람이다. 그냥 그때그때 상황 논리에 따라서 움직이는 사람이다. 

처음에 많은 사람들이 북미회담 100% 성공한다고 했다. 제가 그때 방송에서 한국에서는 유일하게 코언(Michael Dean Cohen) 얘기를 했다. 자기의 비선이었던 코언 청문회. 저는 트럼프가 호텔에 가자마자 정상회담 준비보다 그것만 봤을 거라고 말했다. 나중에 회고록에도 제 예상과 같이 행동한 것으로 나오더라. 그 당시 트럼프의 멘탈은 당장 협상장에 나왔지만 협상에 있는게 아니라 코언이 관심이었다. 내 책사 이놈이 어떤 비밀을 폭로할까. 트럼프를 이해하려면 때로는 그가 말한 반대로 해석하면 된다. 공항에 내려서 이 사람이 그랬다. ‘나는 코언 청문회 안 볼 거다.’ 그 말은 꼭 본다는 얘기다. 

트럼프는 단기적으로 상당한 돌파 퍼포먼스가 가능하다. 그러나 트럼프가 재선이 되면 민주당 의회 등 미국 국내 상황에 따라서 북한 변수가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그 말은 곧, 굉장히 위험한 방식으로 북한 이슈가 변화될 수 있다는 거다. 아시겠지만 전쟁 위기 상황에서 굉장히 위험한 상황까지 트럼프는 생각했던 것 아닌가. 북핵문제에 대해서 한국의 일부 진보적 지식인들이 뭘 간과 하느냐면, 북미수교, WTO 가입까지 가지 않으면 중간에 얼마든지 좌초될 수 있다. 그러면 얼마든지 더 위험한 상황으로 돌아갈 수 있다. 

북한 전역에 대한 민감한 사찰 문제, 인권문제, 그거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과거 핵을 보유하지 않을 때와 차원이 달라진 문제이다. 현 상황으로 보면 상원은 민주당이 다수당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중 관계와도 연계가 되어 있는데 일부 전문가들이 놓치는 것 중에 바이든의 민주당, 상원 민주당은 인권을 비롯한 가치에 있어서 중국, 북한에게 양보하지 않는다. 

중간에 좌초되면 김정은이 다시는 미국과 어떠한 딜도 무의미하다라는 오판에 빠질 수 있다. 실제로 하노이 이후에 김정은은 자기 할아버지(김일성)의 유언처럼 핵을 유지하고 있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더 굳혔을 가능성이 높다. 왜냐면 트럼프가 다 내줄 것처럼 했다가 뒤엎었지 않나. 미국은 트럼프만이 아니라 민주당도 제재 레짐을 결코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따라서 트럼프의 재선 이후에 한반도, 일각에서 생각하다시피 그렇게 안전하지 않다고 본다. 그럼 바이든은? 인권을 중시하는 사람이 더군다나 중국과의 경쟁 관계에서 북한과 딜을 할까? 바이든도 쉽지 않을 거다. 그렇지만 ‘전략적 인내’는 아니다. 지금 일부 지식인들이 자꾸 전략적 인내를 얘기하는데, 나는 맥락은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그때 오바마가 멋있게 폼 잡으면서 ‘핵 없는 세상’ 연설을 하는데 인공위성을 쏘아 올렸다. 그 순간 오바마는 북한과 딜을 할 수가 없다. 그게 북한의 전술적 오판이었다. 그때 그 상황에서 오바마가 대담한 딜을 한다? 닉슨도 아니지 않나. 전체주의자들한테 민주당은 유약하다는 이미지가 있는데 북한에 전향적인 제스처를 취할 수 없다. 그 다음 더 중요한 변수 MB. 한국 정부가 계속 뒷다리를 잡았다. 그럼 미국이 전향적으로 못 나간다. 그런 상황이었는데, 지금은 완전히 조건이 바뀌었다. 신 한반도 체제에 대해 강력한 열정을 가진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단계적 접근이라는 점에서만 보면 케미가 맞는 분들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의 케미가 맞다?

그렇다. 민주당 정부로서 케미가 맞고, 바이든 주변 외교안보진들이 실용주의자들이다. 여기는 단계적 협상이 가능한 사람들이다. 부통령 후보 카멜라 해리스(Kamala Harris)도 그렇고, 바이든 외교안보 팀들이 지금 매머드 급으로 형성돼 있다. 이 팀들은 실용적 단계적 협상에 대해서 어느 정도 그림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다만 거기에 또 한 가지 변수가 있다. 한국의 지식인들이 바이든 얼굴만 쳐다보지 김정은이 어떻게 할 건지 생각을 안 하는데, 김정은은 두 가지 옵션이 있다. 하나는 그때 오바마한테 전술적으로 실책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그 교훈을 잘 살린다면 바이든 정책 리뷰 기간에 바이든을 망신 주지는 않을 거다. 

하지만 과연 김정은 정권이 얼마나 철저히 복기를 했는지는 모르겠다. 복기를 안 하고 만약 ICBM을 가지고 강력한 벼랑 끝 전술을 쓴다면 미국이 어떻게 할까? 민주당 정부가 어떻게 할까? 결국 협상을 할 수밖에 없기는 한데 지루한 줄다리기 끝에 결과적으로 전략적 인내와 비슷해질 수도 있다. 물론 정책 리뷰 기간에 북한은 우선순위가 아니기 때문에 잠시 관심이 덜 할 수는 있다. 하지만 김정은이 어떻게든 미국의 주의를 끌려고 할 테고, 바이든 팀이 가지는 단계적 성격을 봤을 때 결국은 중장기적으로 민주당 정부에서 풀릴 수밖에 없다. 다만 중국과의 신냉전적 경쟁 속에 고차 방정식이 된 상황에서 그 내용이 무엇이냐가 불확실하다. 

과거 역사를 돌이켜보면 처음에 획기적 계기는 공화당이나 닉슨이 만들었을지 모르지만 궁극적으로 누가 다 풀었는가. 쿠바? 오바마가 풀었다. 베트남? 클린턴이 풀었다. 완전 수교로 갔다. 그리고 이란? 존 케리 중심으로 오바마 정부가 다 풀었다.  JCPOA(Joint Comprehensive Plan of Action, 포괄적 공동 행동계획)라고 이란과 기가 막힌 합의 했다. 바이든은 이 모델을 가장 모범적 기준으로 높이 평가한다. 사실상 중동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확고하게 구축할 수 있는 걸 트럼프가 다 무효화 하면서 오히려 지금 반미연대 강화를 시켜준 거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일부 전문가들이 자꾸 트럼프한테 기대를 하던데 저는 상대적으로 바이든과 풀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중요한 전제가 하나 있다. 문재인 정부가 뭘 분명히 인식해야 되냐면, 바이든 행정부의 가치 외교에 있어서 공통점을 찾아야 된다. 즉, 인권이라든지 민주당 정부의 자유주의적 가치에 대한 그들의 선호, 이런 부분들에 있어서 같은 자유주의 국가로서 공통의 가치를 찾아 나가는 노력을 해야한다. 일부 진보적 전문가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얼마나 가치 공세를 할지에 대해 안이한 생각들을 하시던데 전 그게 걱정된다.

-바이든이 대통령 되면 인권 문제로 북을 상당히 압박할 거다, 이런 예측들이 있던데.

그럴 거다. 미국 상원은 양보 안 한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북미 수교까지 가는 길에 결정적인 장애가 될 거다. 김정은이 분명히 알아야 될 게 계속 하노이 딜의 좌절감으로 미국 욕만하고 인권문제에 대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전향적 제스처를 취하지 않으면 북미 수교는 절대로 안 된다. 베트남, 쿠바, 이런 사례들에 대해서 한 번 연구를 해보면 어떤 형태든지 전향적 제스처를 다 취했다.

베트남이 미국과 수교할 때 미국은 인권 부분에서 좀 더 죄수들에 대한 나은 처우 이런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베트남은 북한과는 비교할 수 없는 완화된 권위주의지만, 그런 전향적인 제스처를 취했다. 과거 미소 간 데탕트에서 고르바초프(Mikhail Gorbachev)도 그랬다. 레이건-고르바초프 비밀회담에서 인권 문제에 대해서 전향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고, 고르바초프가 수용했다. 그래서 서로 신뢰관계가 형성됐다. 쿠바도 그랬다. 오바마는 쿠바에 가서 아예 인권 문제까지 얘기한다. 기분이 나쁘더라도 그런 거 듣지 않고서는 해결 안 된다. 김정은도 결국 인권이나 보다 적극적인 비핵화 조치 등에서 새로운 전향적 행보가 없으면 앞으로 전망이 어둡다는 사실이다.   

-트럼프의 대선 불복 가능성은 어떻게 보시나?

현재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선거 당일 자기가 앞서갈 때의 불복이고, 그 다음 소송 투쟁 하는 거다. 대법원까지는 가보자인데 그 이후까지 불복하긴 어려울 거다. 대법원은 어떻게든 신속하게 이 소송을 끝맺음 하려고 할 거다. 미국이라는 나라를 지켜야 되니까. 다만 일부 정파적 대법관들이 걱정된다. 그랬을 때 지금 총을 든 지지자들은 대법원 최종판결에 불복하도록 선동할 거다. 극우 무장, 민병대라는 건 너무 우아한 표현이고 테러리스트들이다. 얼마 전 미시간 주지사 납치 모의, 버지니아 주지사 납치도 모의했었다. 

조금 나이 드신 분들, 60~80년대의 미국으로 이해하시는 분들은 현재 미국을 이해 못 한다. ‘미국의 주인이 바뀐다’는 제 책에서 헌팅턴(Samuel Huntington)의 ‘문명의 충돌’이라는 표현을 썼다. 지금 미국 공화당의 코어들은 샌더스와 싸우는 게 아니고 클린턴이나 바이든 같은 중도주의자들 조차 문명의 적이라고 규정한다. 지금 정치 양극화는 그냥 양극화 정도가 아니고 적과의 싸움이다. 조 바이든 같은 옛날 사람은 그게 이해가 안 된다. 그래서 미국을 다시 품위가 있는 나라로 만들자고 하는 건데 이분은 현재 미국을 이해하지 못 한다. 

미 대선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후보 <사진=연합뉴스>
▲ 미 대선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후보 <사진=연합뉴스>

-트럼프 보다는 바이든이 되는 게 인류와 우리한테 도움이 된다고 했는데, 그 바이든 조차도 지금 현재 미국을 이해하고있지 못한다?

바이든이 정치에 뛰어든 이유는 민권운동, 마틴 루터 킹의 인권운동에서 감화를 받아서 양심적 백인의 신념으로 정치에 뛰어든 거다. 엄청나게 젊은 나이에 상원의원이 됐다. 미국의 상원의원은 하원의원과 레벨이 다르다. 우리나라의 YS처럼 그는 라이징 스타였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러 갔다가 사랑하는 부인과 딸이 참사를 당했다. 헌터는 중상을 입었다. 허버트 험프리(Hubert Horatio Humphrey)라는 전형적인 노동조합 기반 민주당의 주류가 이분을 설득했다. 지금 너무나 슬프더라도 상원에서 의미있는 걸 펼쳐보자. 그런데 미국인들에게 허버트 험프리의 시대라는 건 전통적이고 올드한 시절, 옛날 좋았던 시절의 민주당, 민권운동의 민주당(을 의미한다). 그런 분이 지금 문명 충돌의 시대는 이해하기 어렵다. 

-이전에 포퓰리스트의 시대가 왔다고 말씀하셨는데, 지금 여전히 포퓰리스트의 시대인가?

그렇다. 저는 포퓰리스트 시대가 왔다고 생각한다. 만약 바이든이 당선이 돼서 프랭클린 루즈벨트(Franklin Delano Roosevelt)와 달리 포퓰리즘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바이든의 임기는 굉장히 어려운 시기가 될 거다. 그리고 후대 역사가들은 바이든 시대를 굉장히 저평가 할 거다. 일부 공화당 전략가들은 이를 노리고 그냥 이번에 바이든 당선을 내심 기대하기도 한다. 

제가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왔을 때부터 포퓰리즘에 대해서 강조했는데, 포퓰리즘은 그냥 기득권(그것이 보수든 진보든) 기득권 구조에 맞서서 민중을 동원하는 수사다. 이건 정치에서 없어질 수 없다. 제거한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다. 그걸 일부러 제거하려고 하면 샹탈 무페(Chantal Mouffe) 교수의 지적처럼 오히려 역풍이 온다. 

정치는 결코 플라톤적인 엘리트들, 혹은 하버마스(Jurgen Habermas)가 얘기하는 지적 대화만으로는 구성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포퓰리즘의 시대는 여전히 작동한다. 저는 바이든이 루즈벨트의 진보적 포퓰리즘, 그걸 살린다면 굉장히 의미 있는 임기가 될 거라고 본다. 그런데 바이든이 워낙 포퓰리스트 기질이 약해서 과연 그렇게 변화가 될 지는 모르겠다. 

-러닝메이트인 카멜라 해리스는 세 번째 여성 부통령 후보지만 흑인 여성 부통령 후보는 처음이다. 이것이 바이든한테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볼 수 있을까?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바이든이 민주당의 집토끼인 아프리칸 아메리칸에게 좋은 사람이지만 오바마처럼 열정적으로 투표장에 나오고 싶은 심리를 불러일으키는 사람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아프리칸 아메리칸들이 대거 나오면 힐러리 때와 같은 실패를 하지 않을 결정적인 승부처다. 그 점에서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만약 바이든이 승리한다면 해리스 부통령 카드는 너무나 현명했던 카드로 기록될 거다. 실제로 조기 투표에서 아프리칸 아메리칸들의 투표율이 제법 높다. 

-트럼프의 온갖 만행과 성추행이 거의 사실로 드러났는데도 불구하고 지금 지지율이 벌어졌다 다시 또 좁혀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MB가 BBK의 주인이다. 그렇지만 경제를 위해서 MB를 찍는다’고 했던 것처럼 지금 미국에서도 시대의 변화에 못 쫓아가는 유권자들이 트럼프로 결집된다고 봐도 되는가?

민주당 책임이 크다. 트럼프가 딥스테이트(Deep-State), 정부 내 정부와 싸우는 자신이 영웅이라고 얘기할 때 미국의 진보적 지식인들은 그걸 터무니없다고 생각했다. 딥스테이트라는 것도 없고, 심지어 트럼프는 기득권 후보인데 왜 딥스테이트와 싸우나? 저는 거기서 2016년 선거의 패배는 예정돼 있다고 생각했다. 이들은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절망감과 분노를 이해하지 못 한다. 사실은 70년대 후반부터 미국 민주당이 불임정당에서 탈출하려고 노력하다 보니까 소위 말하는 신자유주의 경향, 금융자본주의도 훨씬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신자유주의의 대표적인 블럭이 클린턴-고어다. 시대적으로 현실 정치 속에서 그렇게 한 것이 저는 일부 정책에서는 불가피했다고 본다. 

하지만 지나치게 신자유주의에 편승한 결과, 백인 저소득층 러스트 벨트(rust belt)의 노동자들은 겨우 모기지로 집 장만 꿈을 이뤘는데 파산한 것에 대해서 정부가 기본소득이나 어떠한 안전망도 제대로 제공해주지 않고 살찐 고양이라고 하는 거대금융은 대마불사(大馬不死)로 지원해준데 대한 그 사람들의 분노가 샌더스와 트럼프에 대한 지지율로 나타난 거다. 바이든은 정말 훌륭한 인품을 가졌지만 수십 년을 기성 정치권 속에서 살아온 사람이다. 그런 점에서 저소득층 백인들을 설득하긴 쉽지 않다. 또 저도 빈번히 관여했지만 한국 민주당도 한때 미국의 그런 신자유주의 추세를 일부 따라갔다. 

-그런 실망과 절망, 분노를 낳게 하는데 민주당이 상당히 역할을 했다는 건가?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나.

그래도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은 나름대로 미국이라는 압력 속에서 고뇌가 있었는데 미국의 리버럴(liberal), 민주당은 불임정당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 속에서 적극적으로 주도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민주당 시대에 20대 80의 사회로 거의 고착되었다. 한국도 20대 80 사회다. 그 80은 엄청난 분노가 있다. 경제적 포퓰리즘의 분노와 함께 가치에 있어서 분노가 있다. 즉, 보수들은 지금의 미국이 자기들이 알던 미국이 아니다. 동성애, 낙태, 도저히 자기들이 동의할 수 없는 점에서 미국 민주당은 그들 입장에서 굉장히 좌로 갔다. 그러니 복음주의자들 입장에서 트럼프 개인의 행태는 음란하고 밉지만 도구로서는 너무나 탁월하게 하고 있다. 

왜냐면 트럼프 임기 중에 대법관 3명을 사회적 보수주의 가치를 강고하게 유지하려는 세 사람으로 (임명했다). 그건 보수주의자 입장에서는 앞으로 한 50년의 업적이다. 과장해서 얘기하면 심지어 트럼프가 져도 된다. 그래도 트럼프가 임명해 놓은 그 3명의 대법관들이 늙어 죽을 때까지 미국 보수의 가치를 지킬 거라는 기대가 그들에게 있는 거다. 그것만 하더라도 제가 보수적 복음주의자라면 트럼프 찍겠다. 왜냐면 6:3의 대법원이 낙태, 오바마 케어 다 뒤집을 희망을 그들에게 건다. 따라서 사실은 이번 대선보다 더 중요한 대선, 향후 30년 대선은 이미 치른 거다. 거기에 지금 미국 민주당의 좌절감과 당혹, 고뇌가 있다. 

-트럼프가 되든 바이든이 되든 미국은 새로운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고, 그걸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서 미국의 운명이 달라지고 세계 운명과도 연관이 된다, 이런 이야기인가.

프랭클린 루즈벨트랑 지금 굉장히 비슷한 상황이 될 거다. 더 절대절명의. 프랭클린 루즈벨트는 망해도 미국 자본주의가 붕괴되는 거고 세계 자본주의가 혼란이 되는 거지 인류의 대멸종을 이야기할 일은 없었다. 그런데 지금의 기후위기 등 재난은 30년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바이든이 당선이 됐다고 하자. 당선 돼서 글로벌한 그린뉴딜을 주도하고 싶다. 그런데 시진핑도 지금 세게 나간다. 며칠 전인가 시진핑이 일단 그린뉴딜 공약을 했다. 구체적 로드맵은 안 밝혔지만 UN에서 2060년 탄소 중립으로 가겠다고 선언했다. 이거 충격적 선언이다. 앞으로 미국과 중국 사이에 신재생에너지 플랫폼을 둘러싸고 거대한 경쟁과 협력이 벌어질 거다.  

어떤 학자가 잘 설명했는데 6:3의 대법원, 지금 민주당은 낙태 판결 뒤집을 걸 걱정한다. 그거보다 더 걱정해야 될 건 시장주의, 뉴딜의 유산인 국가의 역할, 공적 개입을 해체하는 점에서 그 6명은 이해관계가 일치된다. 즉 미국은 다시 시장 근본주의 국가로 되돌리려고 하는 거대한 흐름이 생기는 거다. 그러면서 오바마 케어를 폐지하려는 거다. 낙태는 문화적 가치다. 그것보다 보수주의자들이 더 노리는 건 미국을 후버(Herbert Clark Hoover)의 시대, 루즈벨트 이전의 시대, 시장 근본주의가 살아 있던 시대로 되돌리고 싶어 한다. 그래서 작정하고 배럿(Amy Coney Barrett)을 수십 년간 저렇게 키운 거다. 

그렇게 되면 바이든의 뒷다리를 잡지 않겠나? 그래서 루즈벨트가 지금 미국의 지식인들 사이에서 굉장히 논란이 되고 있는 대법원 판사 9명을 15명으로 늘리는 코트 패킹(Court-packing)을 시도한 거다. 루즈벨트는 그렇게 했다가 의회에서 패배했다. 코트 패킹에 실패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반발이 있었다. 그런데 그 이후로 대법원이 뉴딜에 대한 도도한 민심의 촛불 압박 속에서 결국은 뉴딜에 대해서 헌법적으로 어느 정도 서포트를 해줄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려간다. 코트 패킹은 거부했지만, 패배했는데 패배하지 않았다. 

저는 바이든이 워낙 착한 노인이라 걱정이 되는데, 제가 미국 민주당이라면 코트 패킹한다. 왜냐면 지금 미국은 이번에 뉴딜을 제대로 못하면 미국 자본주의가 망가지게 생겼기 때문이다. 저 같으면 독재라는 소리를 듣는다 하더라도 코트 패킹한다. 그래서 미국 민주당에서 진보적인 사람들은 지금부터 코트 패킹 하자고 얘기를 한다. 굉장히 논란이 많다. 바이든은 워낙 전통적인 규범, 관행, 이런 걸 중시하시는 사람이라 지금은 입장 표시를 안 하는데 바이든이 역사의 훌륭한 대통령으로 남으려면 프랭클린 루즈벨트를 연구해야 된다. 

제가 2008년 오바마가 당선됐을 때 언론에 칼럼을 썼다. 오바마 인수위에서 프랭클린 루즈벨트 100일을 연구했는데, 지금 구조적 지형이 오바마는 프랭클린 루즈벨트가 될 수 없다. 그거 연구하는 거 도움이 안 될 거다. 제가 그 때 비판적 전망을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오바마는 그 지형상 루즈벨트의 근처도 못 갔다. 그런데 지금은 FDR을 연구해야 된다. 왜냐면 지금 미국의 상황은 그레이트 리세션(Great Recession), 바이든이 된다고 하더라도 대침체가 올 가능성이 있다. 프랭클린 루즈벨트의 100일처럼 거대한 전환적 정치가가 필요한 상황이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때도 사회주의자들이 내각에 있었다. 그래서 루즈벨트는 빨갱이 소리를 들었다. 지금도 샌더스가 인수위에 있고, 민주당 강령 만드는데 샌더스 강령도 일부 포함시켰다. 좌파들이 강력하게 압박해서 루즈벨트를 밀어붙였듯이 그렇게 하면 미국은 희망이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 정부 정책 당국자 등에게 미 대선과 관련해서 어드바이스를 해주신다면.

옛날 패러다임으로 주변 상황을 바라보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옛날 자기들이 알았던 미국, 중국, 일본을 가지고 바라보기 때문에 시야가 협소해진다. 그런 점에서 보수도 마찬가진데, 청와대는 오늘날 미국의 리버럴들이 어떻게 문제의식이 바뀌었는지를 정확하게 알고, 시진핑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냉정하게 파악하고, 그 속에서 우리의 대외전략을 계속 수정해가야 된다. 과거 자신들이 믿고 생각했던 사고체계를 실사구시적으로 바꿔야 된다. 너무 남북관계 위주가 아니라 우리 주변의 그 냉엄한 플레이어들에 대해 실사구시적으로 전략을 수정해야 된다고 감히 말씀드린다.

안병진 미래문명원 교수가 10월 20일 <폴리뉴스> 사무실에서 진행된 본지 김능구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미 대선에 대해 전망하고 있다. <사진=이은재 기자>
▲ 안병진 미래문명원 교수가 10월 20일 <폴리뉴스> 사무실에서 진행된 본지 김능구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미 대선에 대해 전망하고 있다. <사진=이은재 기자>

 

* 안병진 교수는 서강대학교 사회학과와 서울대학교 대학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美 뉴스쿨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를 받았다. 미국 대통령제와 선거를 전공했다. 뉴욕시립대학교 등에서 미국 정치를 가르치다 2003년 귀국해 경희사이버대학교 부총장 겸 미국학과 교수,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장을 지냈다. 주요 언론매체에서 미국 정치 논평 패널과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며, 현재 미래문명원 교수로 재직중이다. 저서로는 <미국의 주인이 바뀐다> <예정된 위기> <트럼프, 붕괴를 완성하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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