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전략적 인내’의 토대 무너져, 미국의 ‘한반도 전략’은 미중 패권전쟁과 한 묶음 

8일 서울역을 찾은 시민들이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민주당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 연설 생중계를 시청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8일 서울역을 찾은 시민들이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민주당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 연설 생중계를 시청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정찬 기자] 미국 대선이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승리로 귀결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불복 변수가 남아있지만 ‘바이든 시대’의 도래를 거스를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CNN 등 미국 현지 매체들은 7일(현지시간) 일제히 바이든 후보가 펜실베이니아에서 20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하면서 총 273명의 선거인단을 확보, 미국 대선 당선을 확정짓는 ‘매직넘버’ 270명을 넘겼다고 바이든 후보의 대선 승리를 선언했다. 바이든 후보는 애리조아, 조지아, 네바다 등에서도 승리할 것으로 보여 300명이 넘는 선거인단 확보가 확실시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대선 불복을 시사하며 공화당 연방대법원을 통한 뒤집기를 시도하고 있지만 미국 언론들이 일제히 ‘바이든 승리’를 선언한 상황이라 ‘바이든 시대 도래’라는 물길을 되돌리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시대의 도래에 따라 한반도 새판 짜기는 불가피하다. 바이든 행정부 한반도 문제 접근방법에서부터 한반도와 동북아에서의 한국의 전략적 위치, 북한의 핵능력과 북한의 전략적 가치, 특히 미중 대립과 한반도관계 등 모든 면에서 최근 10여 년간 변화된 정세에 맞춰 기준을 재설정해야 한다.

바이든 행정부 한반도정책이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로 회귀할 것이란 일부 전망이 있지만 오바마 행정부 시절과 지금의 한반도정세를 비교하면 ‘전략적 인내’라는 이름의 ‘북핵 방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즉 ‘전략적 인내’의 토대가 무너졌기에 ‘전략적 인내’를 수행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 없는 지경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새판짜기’는 ‘전략적 인내’라는 ‘무(無)전략’에서 벗어나 새롭게 미국의 ‘대(對)한반도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다. 이는 6.25전쟁 이후 70여 년 지속된 ‘한반도 현상유지 전략’에 대한 재평가를 통한 새로운 ‘전략적 목표’ 수립과정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한반도 전략적 인내’는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전략’의 하위전술에 불과했다. 군사적으로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한·미·일 삼각 군사동맹이 선차적 과제였고 북한의 핵능력은 이를 추진하는데 있어 ‘적절한 수단’으로 활용했다. 따라서 북핵 ‘해결’보다는 ‘방치’가 미국의 국익에 부합한 것으로 간주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를 폐기하고 3차례나 북미정상회담을 가졌다. 오바마 행정부와는 차별화된 ‘한반도 정책’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는 한국전쟁 이후 지속된 ‘한반도 현상유지 전략’ 틀 속에서의 변화였다. 비록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났지만 ‘개인플레이’에 가까웠고 대북정책의 변화는 아니었다.

트럼프 행정부에 있어 ‘북한’은 자신의 치적에 활용할 ‘정치수단’이었다. 그러면서 외교적으로 북한을 중국에 대한 ‘거래 내지는 압박의 수단’으로 활용했고, 한국정부를 관리하는 ‘통제 축’, 일본에게는 ‘협박의 수단’으로 이용했다. ‘전략적 목표’ 없이 ‘북한’이라는 패를 내돌렸고 그 결과 실질적 성과 없이 트럼프 행정부는 막을 내리고 있다.

오바마 ‘전략적 인내’의 토대 무너져, 미국의 ‘한반도 전략’은 미중 패권전쟁과 한 묶음 

‘바이든 시대’의 한반도 정책은 오바마-트럼프 행정부 시대의 공과를 바탕으로 새롭게 구축될 수밖에 없다. 다만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는 북한 핵능력이 미국을 위협하지 않는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한다. 그러나 지금의 북한은 핵탄두의 소형화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을 갖췄다. ‘전략적 인내’를 할 토대가 무너졌다.

북한 비핵화는 동북아의 안보의제를 넘어 미국의 안전문제로까지 발전한 것이다. 또 ‘전략적 인내’란 이름의 방치전략으로 한국 뿐 아니라 일본을 관리하고 통제하기 어렵다. 이는 한일의 핵무장 욕구를 ‘방치’하는 결과만 부른다. 결국 어떤 식으로든 북한 비핵화를 위한 프로세스를 추진해야만 한다. 

미국의 ‘한반도 전략’은 미중 패권전쟁과 한 묶음으로 다뤄질 것이다. 오바마 정부는 중국과 군사적으로는 대립했지만 미중 협력이 우선이었다. 2008년 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 중국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과거와 같은 미중협력의 틀을 복원할 수 없다. 이번 대선서 드러난 민심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의 경제는 깊은 상호의존적 관계를 맺고 있다. 서로 치고받으면 미중이 동시에 치명상을 입는다. 이는 미국 혼자의 힘으로 중국을 통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바이든 당선자가 대선에서 ‘동맹과의 협력’ 외교정책의 핵심 키워드로 제시한 것은 이의 표현이다. 미국의 대(對)중국 전략에 동맹의 힘을 우선적으로 동원하겠다는 뜻이다.

따라서 미국은 ‘대중국 전략’에 복무하는 하위전략 ‘한반도 전략’을 다시 평가하고 조정할 수밖에 없다. 1차적으로 중국을 바라보고 전략을 조정하겠지만 한국의 이해관계도 반영해야 한다. 냉전시대 ‘대(對)소련 전략’ 하의 ‘한반도 전략’에 한국의 이해관계가 끼어들 여지가 없었지만 지금은 다른 환경이다. 동북아에서 한국과의 협력 없이 미국의 일방적인 대중국 전략 추진은 한계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한반도 전략은 한국 정부의 전략적 이해와 상충되지 않는 방향에서 설정될 가능성이 높다. 오바마 행정부 때도 비슷했다.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는 ‘북한 정권 붕괴’에 경도된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이해관계가 일정 반영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새로 들어설 바이든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평화프로세스’ 정책을 반영해 미국의 이익에 복무하는 형태로 ‘한반도 전략’을 조정해나갈 것이다. 여기서 핵심은 북미관계 설정이다.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평화프로세스’의 골간은 남북한 대결과 적대의 청산이지만 실질적인 핵심은 북미 적대관계 해소에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 문재인 정부와 바이든 정부 간 의견을 달리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70년 동안 고수한 ‘한반도 현상유지 전략’을 수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북한에 대한 전략적 지위도 변경시켜야 한다. 미국은 동북아에서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로 했던 ‘북한의 위협’, ‘북한 악마화 정책’을 바꾼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북한을 방치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능력은 방치할 수준이 아니다. 북한 봉쇄도 현실적으로 한계다. 북중관계 강화라는 뒷문이 열려 있어 실효성이 없는데다 문재인 정부와 갈등은 불가피하다. 결국 문 대통령이 제안한 ‘종전선언’을 통해 ‘한반도 분단’은 유지하면서 ‘북미 적대 해소’의 방안을 모색할 수도 있다.

이미 이를 내다보고 동북아에서의 기 싸움은 진행돼 왔다. 70년 전 6.25전쟁 소환이 그것이다.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을 미국과 국제사회에 요구하고 있다. 북미 적대해소를 겨냥한 것이다. 반면 중국은 항미원조전쟁을 부각시키며 ‘북중혈맹’을 강조한다. 동북아에서 북한의 전략적 지위를 두고 이미 각축을 벌이는 상황이다. 

새로 들어설 바이든 행정부는 어떤 형태로든 다시 그림을 그려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 개인기에 의존한 톱다운 방식의 문제점, 로드맵과 목표점 없이 ‘이벤트’만 추구한 방식을 극복해야 한다. 그래서 상향식 접근(보텀업)이다. 

그러나 그 과정은 시간을 요한다. 길게는 1년까지 갈 것이며 그 기간 동안 한반도 정세가 불안할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북미관계의 전략적 목표와 로드맵이 재설정된다면 ‘한반도평화체제’에 한 발 더 다가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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