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법치주의 무너뜨리고 쿠데타를 일으킨 장관 지시 따르지 말아달라"
정의당 "헌법적 가치 수호해야 할 법무부 장관, 국민께 당장 사과해야"
민변 "휴대폰 비밀번호 진술 거부 대상…검토 지시 규탄·즉시 철회해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 2차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 2차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과 정의당이 피의자의 휴대전화 비밀번호 제출을 강제하는 법안 제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도 추 장관 발언을 철회와 국민께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추 장관은 지난 12일 검·언 유착 의혹 사건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한동훈 검사장을 겨냥해 피의자가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악의적으로 숨기고 수사를 방해하는 경우 잠금 해제를 강제하는 법률 제정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논란이 일자 추 장관은 페이스북에 "영국에서는 2007년부터 암호를 풀지 못할 때 수사기관이 피의자 등을 상대로 법원에 암호해독명령허가 청구를 하고 법원의 허가 결정에도 불구하고 피의자가 명령에 불응하면 국가안전이나 성폭력 사범의 경우에는 5년 이하, 기타 일반사범에 대해 2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헌법의 자기 부죄금지 원칙과의 조화를 찾으면서도 디지털시대의 형사 법제를 발전시켜 국민이 안심하고 공정과 정의가 살아 숨 쉬는 법무 시대를 잘 궁리해나가겠다"고 적었다.

이에 관해 국민의힘은 추 장관을 나치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에 빗대 비난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어 "추 장관은 이성을 잃었다. 헌법에 보장된 진술거부권, 형사소송법상 방어권을 무너뜨리는 반헌법적 발상을 법무장관이라는 사람이 선포했다"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공직자들에 요청한다. 법치주의를 무너뜨리고 정의와 공정에 쿠데타를 일으킨 장관의 지시에 따르지 말아달라"며 "악의 평범성, 이유를 묻지 않는 무기력한 수명(受命)이 역사에 어떤 비극을 가져왔는지 나치 독일 아이히만이 보여준 바 있다"고 했다. 

아돌프 아이히만은 나치 정권 당시 친위대 장교다. 히틀러 명령에 따라 유태인 홀로코스트를 진두지휘한 인물으로, 김 대변인은 추 장관을 히틀러에 비유해 공직자들에게 장관의 지시를 따르지 말 것을 요구한 것이다. 

김 대변인은 "인권 변호사 출신 대통령은 군사독재 시절에도 없던, 장관의 반인권적 조치에 한 마디 언급이 없다"며 "무법 장관의 폭주를 이대로 눈감아주는 대통령은 도대체 어떤 나라를 꿈꾸는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헌법을 수호하는 통수권자로서 대통령은 더 지체되기 전에 법란의 사태를 정리해 달라"며 "진정한 검찰개혁은 법치를 아노미 상태로 만든 법무장관을 중단시키는데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의당은 '과거의 추미애'를 소개한다며 추 장관을 비판했다. 장혜영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기존 형사법에서 보장하는 자백 강요 금지, 진술거부권, 자기방어권, 무죄추정원칙을 뒤흔드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헌법 12조는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를 담고 있다"며 "범죄 피의자라 할지라도 수사는 정당하게 이루어져야 하며, 그 과정에서 최소한의 방어권은 보장돼야 한다. 이는 자유민주주의 역사가 국민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오랫동안 쌓아온 법리"라고 말했다.

장 원내대변인은 "누구보다 이러한 헌법적 가치를 앞장서서 수호해야 할 법무부 장관이 나서서 국민의 자유권과 존엄을 훼손하는 법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하는 것은 자기 얼굴에 먹칠을 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추 장관이 19대 국회에서 '테러방지법'의 본회의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필리버스터에 나서 발언했던 "국민은 자유로운 삶, 정보기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의식하지 않는 인간으로서의 존중된 삶을 살아야 할 권리가 있다"며 "죄형법정주의의 근본적인 의의는 국민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승인되는 국가권력의 자기제한이다"라고 한 점을 언급했다. 

장 원내대변인은 "인권 변호사 출신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의 법무부 수장으로서 추 장관이 검찰총장과 신경전을 벌이느라 자신의 본분을 이렇게 망각하고 인권을 억압하는 행태를 보인다면 국민들께서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추미애 장관은 국민의 인권을 억압하는 잘못된 지시를 당장 철회하고 이에 대하여 국민께 사과하라"고 밝혔다.

민변도 이날 성명을 내고 추 장관을 비판하고 국민에게 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민변은 "휴대폰 비밀번호는 당연히 진술 거부의 대상이 되며 밝히지 않는다고 해서 제재를 가한다면 헌법상 진술거부권과 피의자의 방어권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것"이라며 "추 장관의 헌법상 진술거부권을 침해하는 법률 제정 검토 지시를 규탄하며, 즉시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민변은 또 "헌법 제12조 제2항은 누구나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을 자기부죄거부의 원칙을 밝히고 있다. 이러한 원칙하에 형사소송법은 피의자와 피고인의 진술거부권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다"며 "이는 우리 형사사법 절차가 강조해 온 피의자와 피고인의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헌법상 자기부죄거부의 원칙, 피의자 및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이라는 헌법적 요청 등에 비추어, 법무부 장관은 법률 제정 검토 지시를 반드시 철회해야 한다"며 "법무부 장관으로서 국민의 기본적 권리를 도외시한 이번 지시에 대해 자기 성찰과 국민에 대한 사과가 함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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