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GM 임원, “노조의 행동, 한국 경쟁력 약화시켜”
“한국 투자 확신 잃어··· 중국·다른 아시아로 나가는 방법도 있어”
과거 호주 등 철수 사례··· 단정짓기 어렵다는 견해도

한국지엠 부평2조립공장의 모습.  한국지엠 노조는 20일까지 부분 파업을 진행하고, 지난달 23일 시작한 잔업과 특근 거부를 지속할 계획이다. <사진=연합뉴스>
▲ 한국지엠 부평2조립공장의 모습.  한국지엠 노조는 20일까지 부분 파업을 진행하고, 지난달 23일 시작한 잔업과 특근 거부를 지속할 계획이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강필수 기자] 최근 미국 GM 임원이 임금과 단체협약을 두고 부분파업을 진행 중인 한국지엠 노동조합을 성토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며, 한국지엠 철수설이 부상했다. 일각에서는 철수를 단정짓기 어렵다는 견해도 제기된다.

한국지엠 노조는 지난달 30일부터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노조는 25일까지 부분 파업을 진행하고, 지난달 23일 시작한 잔업과 특근 거부를 지속할 계획이다.

사측은 지난달 29일 21차 단체 교섭에서 임금협상 주기를 매년에서 2년으로 바꾸는 대신 조합원 1인당 성과금 등으로 총 700만 원을 지급하는 방안 등을 최종 제시했으나 노조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조는 이번 임단협에서 기본급 월 12만 304원 인상을 비롯해 통상임금의 400%에 600만 원을 더한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했다. 2018년 군산공장을 폐쇄한 이후 지속된 기본급 동결과 성과급 미지급 등에 이어 올해 협상도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또한 노조는 인천 부평2공장에 신차 생산 물량을 배정하는 계획 등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이미 배정된 차량의 생산 일정만 일부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트레일블레이저의 국내 생산 등 한국 상황을 배려했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GM 미국 측 임원이 현지 매체와 가진 인터뷰로부터 GM의 한국 철수설이 촉발됐다.

스티브 키퍼 미국 GM 수석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대표는 지난 18일 미국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노조가 파업을 시작해 1만 7000여대에 달하는 생산 차질이 빚어졌다”며 “한국지엠 노조는 차량 생산 차질을 인질로 잡고 회사에 재정적 타격을 주고 있고, 이 같은 노조의 행태는 한국을 경쟁력 없는 국가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키퍼 대표는 “노조의 행동 때문에 한국에 추가적인 투자나 새 제품 할당을 하기 어렵다”며 “한국의 경쟁력이 약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국에서 투자를 계속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잃었다”며 “GM에는 중국을 포함해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 연간 500만대를 생산하는 방안도 있다”고 발언했다.

한국지엠 사측은 지난 6일 차세대 글로벌 신제품 생산을 위해 예정돼 있던 부평 공장 투자 관련한 비용 집행을 보류하고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은 지난 9월 “미국 GM 본사 시각에서는 한국GM 노조의 행태가 용납되지 않는다”며 “계속 이러면 철수를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한국지엠의 2대 주주인 산업은행(산은)은 지난 6일 “최근 불거지고 있는 부분파업 등 쟁의행위로 인한 생산 차질 발생 가능성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힌 데 이어 19일에도 “카허 카젬 한국지엠 대표이사가 산은을 방문해 노사 현안 등을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며 “산은은 증폭되고 있는 노사갈등으로 인한 경영정상화 차질 가능성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앞서 GM은 지난 2018년 군산 공장을 폐쇄하면서 산은과 10년간 한국을 떠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노조 파업이 장기화하면 10년을 채우지 않고 한국에서 철수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산은이 비토권(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호주에서 GM은 현지 중앙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았음에도 2017년 철수하고 홀덴 브랜드를 2021년 폐기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GM은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이후 해외 사업 철수와 브랜드 정리에 적극적이다. 앞서 언급한 호주를 비롯해 러시아와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공장을 철수하고 유럽에서는 쉐보레 브랜드를 정리했다.

한편 GM 인사의 발언을 철수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견해도 제기된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카허 카젬 사장의 발언은 파업에 따른 손실 발생과 투자계획 등 보류 우려를 표한 것"이라며 "스티브 키퍼 대표의 발언은 파업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 내 사업에 좋지 못하다는 우려를 표한 것이다. 이를 철수라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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