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제품 생산 맡은 중소기업에게만 적용되는 폐기물부담금 제도
부담금에 경영 어려워져도 해결할 길 막막…제품 가격에도 포함 못 해
업계와 학회, "제품 생산자에게만 오염 책임 있지 않아, 제도 개선해야"

코로나19 사태로 플라스틱 수요가 늘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음. <사진 = 연합뉴스>
▲ 코로나19 사태로 플라스틱 수요가 늘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음. <사진 = 연합뉴스>

 

[폴리뉴스 장경윤 수습기자] "저희뿐만이 아니에요.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들은 다 폐기물부담금이 너무 심하다고 느낄 겁니다."

서울에서 플라스틱 제품을 제조하는 한 업체 관계자 A씨는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같은 고충을 토로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플라스틱 수요가 늘었다고 하지만 이와 무관한 제품군을 생산하는 A씨 회사는 피부로 와 닿는 매출 향상은 없다. 폐기물부담금에 대한 걱정만 늘어갈 뿐이다.

폐기물부담금 제도는 유해물질이나 재활용이 어려운 폐기물로 만들어진 제품·재료·용기의 제조업자, 또는 수입업자에게 폐기물 처리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제도다. 환경 오염 원인의 제공자가 직접 책임을 져야 한다는 '오염자 부담 원칙'에서 제공자가 자발적으로 폐기물을 줄이도록 하는 데 목적을 둔다.

이처럼 좋은 취지에도 폐기물부담금 제도가 플라스틱 관련 중소기업들로부터 극심한 반발을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행 제도에 허점이나 개선해야 할 사항이 있는 것은 아닐까. 폐기물부담금①편에서는 중소기업이 폐기물부담금 제도를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에 대해 조명한다.

플라스틱으로 매출이 늘어난 대기업은 부과 대상에서 제외

현재 국내에서 플라스틱 제품의 원료로 쓰는 합성수지는 대기업이 생산한다. 합성수지를 통해 플라스틱 제품을 만드는 업체는 대체로 중소기업에 속한다.

그런데 폐기물부담금 제도에 명시된 부과 대상에는 합성수지 업체, 즉 대기업이 빠져 있다. 원료가 아닌 제품에만 부담금을 물리는 것이다. 관련 제도가 처음 시행했을 때는 합성수지 원료에 부담금을 부과했다. 지난 2003년 법령이 개정돼 제품 생산자가 폐기물부담금을 내도록 바뀌었다.

물론 이유는 있다. 원료를 통해 투명한 페트병을 만들면 재활용하기 쉬워지고, 생산 과정에서 폐기물이 덜 나오게 된다. 반면 플라스틱에 색을 입히거나 특수한 가공을 하면 재활용이 어려워진다. 같은 원료여도 나오는 폐기물량이 다른 점을 고려해 최종 제품에 부과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플라스틱 폐기물부담금은 대부분 중소기업에서 내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음. = 연합뉴스>
▲ 플라스틱 폐기물부담금은 대부분 중소기업에서 내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음. = 연합뉴스>

 

폐기물부담금 부담하는 플라스틱 제조업체 99%는 중소기업

이후 변경된 폐기물부담금 제도는 플라스틱 관련 중소기업 대부분에 영향을 미쳤다. 폴리뉴스가 입수한 미래지식사회연구회의 '플라스틱 순환경제와 폐기물부담금 부과 대상 합리화를 위한 연구'에 따르면, 현재 플라스틱 폐기물부담금을 부담하는 플라스틱 제조업체의 99%는 중소기업이다. 이 중 70% 이상이 납품 거래를 하고 있다.

또 2018년 기준 플라스틱 제조·수입업체의 폐기물부담금 평균 부과액은 1720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체만 따지면 평균 부과액은 3345만 원으로 크게 높아진다. 

실제로 각 기업은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하고 출하할 때 kg당 150원에 달하는 폐기물부담금을 납부해야 한다. 이 금액은 물가가 올라가면 부담금도 올라가, 2019년 기준에서는 실제 부담금이 178원 정도다. 생산품목에 따른 출하단가가 kg당 평균 2300~3300원 사이임을 고려하면 기업에게는 결코 적지 않은 부담이다.

중소기업 84.9%, "폐기물부담금 제조원가에 포함 못 해"

중소기업이 제품 가격에 폐기물부담금 일부를 더해 납품하면 되지 않을까. 중소기업에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말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194개 중소 플라스틱 제조업체 중 폐기물부담금을 제품 가격에 포함하지 못한 비중은 84.9%로 나타났다. 또 17.9% 기업은 폐기물부담금이 제조원가에서 5% 이상을 차지했다.

A씨 업체도 같은 상황이다. A씨는 "플라스틱 업계가 공급원이 많다 보니 늘 경쟁이 치열하다"며 "제품 가격이 자꾸만 내려가는 상황인데, 제품 가격에 폐기물부담금을 추가한다는 것은 생각조차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납품 업체 주문으로 생산량이 늘어도 정작 폐기물부담금은 우리 중소기업 몫"이라며 "소기업은 제도 내용도 잘 모르고, 이에 대응할 인원을 따로 편성할 수도 없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오염자 부담 원칙,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야 한다

A씨와 보고서가 지적하는 폐기물부담금 제도의 문제점은 '잘못 해석된' 오염자 부담 원칙이다.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가 환경오염의 원인으로 지적되기 쉽다. 하지만 그 뒤에는 제품을 생산을 의뢰하고, 때로는 종용하는 대기업이 존재한다.

더 넓게 생각하면 소비자 역시 책임을 져야 한다. 플라스틱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기업이 플라스틱 생산량을 늘리기 때문이다. 유럽플라스틱제조자협회가 63개국을 상대로 조사한 자료에서 한국의 1인당 연간 포장용 플라스틱 사용량은 2015년 기준 61.97kg으로, 벨기에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관점에서 "오염자는 직접 또는 간접으로 환경에 손해를 입힌 자만이 아니라, 이에 손해를 일으키는 조건을 만드는 자"라며 "오염자 부담 원칙이 공동 부담 원칙으로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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