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 “법적 책임에 따른 배상 아냐…코로나19 어려움 감안한 보상”
공대위 “배진교‧이용우 의원 노고 감사…시중은행 입장 선회 고무적”

키코(KIKO)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가 지난해 8월 19일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키코 공대위 제11차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사진=키코 공대위 제공>
▲ 키코(KIKO)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가 지난해 8월 19일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키코 공대위 제11차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사진=키코 공대위 제공>


[폴리뉴스 강민혜 기자] 신한은행이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에 가입해 원금 손실 피해를 본 기업에 대한 보상을 진행한다. 우리은행과 한국씨티은행에 이은 세 번째 사례다. 다만 법률적 책임에 따른 배상이 아닌 은행의 사회적 역할을 고려한 보상이라는 입장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이날 오전 임시 이사회를 열고 키코 사태와 관련해 일부 피해기업에 대한 보상을 결정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키코 분쟁과 관련한 법률적 책임은 없으나 금융회사로서의 사회적 역할과 최근 어려운 상황에 처한 중소기업의 현실 등을 감안해 보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보상금을 지급할 피해기업 수와 보상 수준은 밝히지 않았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보상 기준은 기존 대법원 판결 및 변호사 등 외부 전문가 법률 의견을 참고하고, 개별 기업의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최종 단계가 남아있어 현 시점에서 정확히 보상대상을 밝히긴 어렵다”고 전했다.

또 보상시기에 대해 “개별업체의 상황이 각기 상이하므로 정확한 보상기한을 확정해 밝힐 수 없다”며 “최대한 신속하게 보상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전날 한국씨티은행에 이어 신한은행이 두 번째로 키코 피해를 본 일부 기업에 대한 자율적인 보상 결정을 내렸다. 전날 한국씨티은행도 이사회를 열고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키코 피해 기업 일부에 대해 보상을 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다만 구체적인 보상금 지급 수준이나 대상 기업 수는 신한은행과 마찬가지로 공개하지 않았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면 약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지만, 범위를 벗어나면 큰 손실을 보는 구조의 파생상품이다. 당초 수출 기업들이 환위험 헤지 목적으로 가입했지만,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 환율이 급변동해 큰 피해를 봤다.

앞서 대법원은 2013년 판결에서 키코 계약의 사기성은 인정하지 않았으나 상품 위험성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며 은행들의 불완전판매 가능성은 인정했다.

이 때문에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2월 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신한은행을 비롯한 키코 판매 은행 6곳의 불완전판매 책임이 인정된다며, 조정을 신청했던 기업 4곳의 손실액 15~41% 가량을 배상하라고 결정을 내렸다. 또 조정 대상이 아니었던 나머지 147개 피해기업에 대해선 분쟁조정 결과를 토대로 은행에 자율조정(합의 권고)를 의뢰했다.

그러나 당시 권고안을 받은 6개 은행 중 우리은행을 제외한 5곳은 “민법상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가 지난 시점에서 배상하면 배임이 될 수 있다”며 조정안을 수용하지 않았다. 유일하게 우리은행만 조정안을 받아들려 피해기업 2곳(재영솔루텍‧일성하이스코)에 42억 원을 배상하기로 했다.

분조위가 산정한 은행별 배상액은 신한은행 150억 원, 우리은행 42억 원, 산업은행 28억 원, 하나은행 18억 원, 대구은행 11억 원, 씨티은행 6억 원이다.

한편 보상금 규모가 가장 컸던 신한은행이 키코 피해기업에 대한 보상에 나서면서 다른 은행들의 행보가 주목된다. 키코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 황택 위원장은 이날 “신한은행과 씨티은행의 결정을 환영한다”며 “다른 시중은행들도 (보상을) 긍정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선회의사를 밝히고 있어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배진교 정의당 의원과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언급하고 “10월 국감에서의 금융정의를 위한 헌신적 노고에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다만 국책은행인 산은의 경우 최근까지 키코 배상이 불가하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배임과 상관없이 (키코 분쟁조정안을) 수용하기 어렵다”며 “배상을 한다면 결국 국민 세금으로 하는 것이라서 신중한 판단 아래 금감원 분조위 결정을 따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황 위원장은 “이동걸 산은 회장도 피해기업 배상에 응하고, 은행협의체에 즉시 참여해달라”며 “키코 방치로 양산된 금융사기 문제를 해결하고 최종 금융소비자인 국민과 중소기업에 금융안정망을 보장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또한 김광수 신임 은행연합회장에 “무려 6개월 이상 공전해 온 은행협의체를 즉시 가동해달라”고 요청했다. 키코 피해 기업과의 자율 조정을 위해 꾸려진 은행협의체에는 현재 신한·우리·하나·KB국민·NH농협·대구은행과 외국계 은행인 씨티·SC제일·HSBC은행이 참여하고 있다. 키코 판매 또는 관련 은행 중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은 곳은 산은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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