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여 힘 보여준 정기국회, 공수처·국정원·경찰법 권력기관 3법 강행 처리
여야 예산안 합의 6년만에 법정시한 준수 성과
코로나19 사태에도 민생 법안 처리는 외면
필리버스터, 윤희숙 최장기록 경신·코로나 
향후 장관 인사청문회 등 새로운 정국 예정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됐다.  <사진=연합뉴스>
▲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됐다.  <사진=연합뉴스>

'협치'는 없고 여야 대치만 이어졌던 21대 첫 정기국회가 마무리됐다. 협치 없이 개혁 입법안들을 여당 단독으로 처리하면서, 야권에서는 의회독재라는 비난도 쏟아졌다.

정기국회 시작 당시 여야는 '협치'를 강조하며 지난해 패스트트랙과 같은 충돌은 없을 것이라고 다짐했지만,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간의 갈등은 물론 공수처 충돌까지 그야말로 충돌, 격돌로 점철된 국회의 얼룩진 모습만 연출했다.

'개혁 입법'을 완수하겠다는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명분' 속 강행과 이를 막으려는 야당의 무제한 토론 필리버스터 정국도 허무하게 끝이 났다. 그나마 여야가 내년도 558조 예산안에 합의해 6년만에 법정시한을 준수하게 된 것은 성과로 평가된다. 앞으로 국회는 문재인 정부 마지막을 이끌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부동산 정책 방향을 놓고 새로운 정국을 시작할 전망이다. 

국정원·공수처·경찰법 등 권력기관 3법 및 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등 공정경제3법 與 단독처리

그러나 중대재해법 등 민생법안 외면

"재석 187명 중 찬성 187명으로 국가정보원법 개정법률안 대안은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지난 13일 박병석 국회의장이 국정원법 개정안 본회의 통과를 알리면서, 3대 권력기관의 개혁 입법인 공수처법·경찰법·국정원법은 이번 해를 넘기지 않고 모두 처리됐다.

이번 통과된 쟁점 법안 중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을 근절하고 대공수사권을 3년 뒤 경찰로 넘기는 국정원법 개정안은 국정원의 직무 범위를 북한·해외 정보 수집으로 한정해 대외전문 정보기관으로 탈바꿈하자는 취지의 법안이다. 개정안은 현행 국정원법이 정의하는 국정원의 직무 중 국내 보안정보, 대공, 대정부전복 등을 삭제하고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내용이 담겼다. 

민주당은 개정안이 국정원을 중립적인 정보기관으로 재탄생시킬 것이라고 말한다. 반면, 야당은 북한 간첩에 대한 수사를 경찰이 하게 되면 비대해진 경찰 권력을 더욱 강화시키는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과거 특정인에 대한 불법 감청, 위치추적 등 국내 정치개입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겠다는 것이 본래 목적이지만 경찰 권한의 확대라는 논란의 여지는 남아 있다. 

지난 9일에는 경찰 조직을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국가수사본부로 쪼개 기능과 권한을 나눈다는 경찰청법을 통과시켰다. 자치경찰은 지자체에 소속돼 독립된 행정기관인 시도자치경찰위원회가 지휘하게 된다. 

여야 간 최대 쟁점 법안이었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도 본회의를 통과했다. 공수처법은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을 수사할 수 있도록 공수처를 신설한다는 내용이다. 공수처법은 지난 1996년 참여연대가 처음으로 입법 청원된 뒤 국회 문턱을 넘기까지 24년의 세월이 걸렸다. 검찰의 기소독점권이 깨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를 두고 정치권의 대립은 극심했다. 여당 단독 법안 처리와 야당의 필리버스터로 막을 내려야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정기국회 회기가 끝나는 자정까지 3시간 동안 필리버스터 연설을 이어갔다. 김 의원은 당시 "공수처법 개정안이 거대 여당 의도대로 일방처리 된다면 대한민국 헌법과 자유민주주의, 국회를 모두 깔아뭉갠 입법 폭주의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회는 이외에도 대북전단살포금지법안을 담은 남북관계발전법, 상시국회를 도입하는 일하는 국회법, 공정경제3법이라 불리는 상법, 공정거래법, 금융그룹감독법과 세월호 진상규명 등을 위한 사회적참사진실규명법, 5·18역사왜곡처벌법안 등도 통과시켰다. 

그중 공정경제3법은 감사위원 선출에서 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3%룰이 포함된 상법개정안을 시작으로 공정경제법, 금융그룹감독법 등 민주당이 추진해온 공정경제 3법도 모두 가결됐다. 다만 정부 원안과 다르게 사외이사를 감사위원으로 선출할 경우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산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3%를 적용,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 고발권을 유지하는 등 재계의 입장이 반영됐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번 정기국회는 총 400건의 법안을 가결했다. 대안 반영까지 합하면 총 1293건의 법률안을 처리했다. 하지만 공수처 등을 둘러싼 갈등으로 민생 법안은 외면 했다는 평가도 이어진다.

노동자 사망사고 등이 발생했을 때 사업주나 기업을 처벌하는 내용의 담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택배 노동자 과로를 막기 위한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환경미화원 등 필수노동자를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담은 필수노동자보호법은 본회의에 부의되지 못했다. 

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등이 14일 국회 로텐더홀 계단 앞에서 열린 규탄대회에서 '의회독재 다수폭거 민주당을 규탄한다, 코로나 안일대응 대통령이 책임져라!' 등을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등이 14일 국회 로텐더홀 계단 앞에서 열린 규탄대회에서 "의회독재 다수폭거 민주당을 규탄한다, 코로나 안일대응 대통령이 책임져라!" 등을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공수처 개정안 처리로 촉발된 필리버스터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로 촉발된 21대 국회 첫 필리버스터는 임시국회까지 이어져 14일 저녁 끝이 났다. 공수처법 개정안, 국정원법 개정안에 이어 대북 전단 살포 금지를 골자로 한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에 대한 3가지 필리버스터가 진행됐다. 하지만 민주당이 국정원법과 남북관계발전법에 대해 필리버스터 종결 신청을 내면서 표결을 통해 모두 종결 됐다.

앞서 지난 10일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한 직후 민주당은 야당의 필리버스터를 막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틀 뒤인 지난 12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료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민주당은 "확진자가 1000여명을 돌파한 위급한 시기에 무작정 국력 낭비를 할 수 없다"며 국회 차원의 코로나 상황 대응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종결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맥없이 끝난 필리버스터였지만, 필리버스터 진행 중 기록으로 남길 만한 일들도 발생했다. 국정원법 필리버스터에서는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12시간 48분으로 이종걸 민주당 의원이 세운 필리버스터 역대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또 코로나19 여파는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던 필리버스터 정국을 멈춰세우기도 했다. 필리버스터에 나섰던 김병기 민주당 의원이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지난 12일 박병석 국회의장은 윤희숙 의원의 발언을 잠시 중단시키고 필리버스터를 계속할지 여부를 협의해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교섭단체간 협의에 따라 본회의를 정회시켰다 이튿날 속개했다. 

내년도 예산안 558조원으로 확정...코로나 관련 예산 확충

이번 정기국회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입법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의미의 아프리카 반투족의 말 '우분투'를 언급해 협치의 기대감도 높았다. 

쟁점 법안에 있어서는 후퇴했지만, 예산 측면에서는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국회는 내년도 예산안을 558조원으로 확정했다. 코로나19 맞춤형 피해지원 예산 3조원과 백신 구입예산 9000억원 등을 증액해 2021년도 예산안을 여야 합의로 의결했다. 이번 예산안 합의는 국회 선진화법 시행 첫 해인 2014년(2015년도 예산안) 이후 처음으로 헌법에 규정된 법정 시한을 지키며 의미를 더했다.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일인 다음해 1월 1일의 30일 전인 전년도 12월 2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해야 하지만, 구속력 부재 등으로 그간 제대로 지켜진 적은 없었다. 

주요 증액 부분은 역시 코로나 관련 예산이었다. 국회는 3차 재난지원금에 3조원과 코로나19 예방접종 4400만명 분의 물량을 확보했다. 이외에도 지방의료원의 노후의료장비를 현대화하고 코로나19 감염병 대응 설비 구축을 위한 예산도 96억 늘렸다.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11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국가정보원법 전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11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국가정보원법 전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필리버스터 정국 마무리, 이제 인사청문회 

필리버스터 정국이 마무리되면서 국회는 인사청문회 준비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적 열세에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던 야당은 철저한 검증을 예고하고 있다.

오는 22일부터 24일까지 4개 부처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린다. 22일에는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와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23일에는 변창흠 국토부장관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24일에는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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