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 법안은 경영계가 감당하기 힘든 과잉입법
처벌 위주인 산업안전 정책을 계도와 예방 중심으로 바꾸는 게 급선무
[폴리뉴스 이민호 수습기자]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해 8개 경제단체가 국회에서 입법을 앞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경영계가 감당하기 힘든 과잉입법이라며 법안 제정을 중단해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2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이사회회의실에서 열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입장 발표에서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대한건설협회 등 8개 경제단체가 함께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날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중기회) 회장은 입장문 발표에서 “사람의 생명과 안전은 소중하며, 중대재해 사고를 예방해야 한다는데 깊이 공감한다”면서도 “중대재해처벌 법안이 경영계가 감당하기 힘든 과잉입법”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이 발생 책임을 모두 경영자에게 돌리고 있다”면서 이 법안은 “대표자 형사처벌, 법인 벌금, 행정제재, 징벌적 손해배상 등 4중 처벌을 규정한다”고 말했다.
또한 “산재사고는 안전시설을 부족하게 설치한 사업주 의지 문제도 있지만, 근로자 부주의 문제도 있다”면서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각 사고의 원인에 맞는 처방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중기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산업재해 발생 가능 주요 요인 가운데 ‘지침 미준수에 따른 과실(47.9%)’이 가장 많았고, 예방 조치 필요성 인식 부족(19.5%) 순이었다. 최근 5년 간 건설업 사망사고 원인은 관리소홀(46%), 관리 소홀과 개인부주의(27%), 개인부주의(23%) 순이었다.
김 회장은 “올해 1월 시행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으로 대표를 7년 이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데, 중대재해처벌법 법안들은 최소 2년에서 5년까지 징역 하안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중기회 자료에 따르면 중대재해법의 모태인 영국의 법인고실치사법은 사업주 처벌이 아니라 법인에 벌금형을 부과하고 있다. 실질적 산재예방 효과보다 영세중소기업의 파산으로 이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과 일본은 6개월 이하 징역형과 각각 50만엔(약 535만 원), 미국 1만달러(약 1100만원) 벌금형을 규정하고 있다.
김 회장은 “현재 산업안전보건법으로 사업주가 지켜야 하는 의무조항이 1222개”라면서 “법안의 피해자에는 대기업도 있지만 결국 최대 피해자는 663만 중소기업”이라며 “원하청구조에서 결국 중소기업이 안전에 일차 책임을 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소기업의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중소기업 오너 99%가 대표라 재해가 발생하면 중소기업은 대표가 사고 수습과 사후처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산재 예방을 위해서라도 대표를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다.
또한 “산업재해문제는 처벌만으로 해결되지 않고, 기업 현장 특성을 이해하고 원인에 맞는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처벌 위주인 산업안전 정책을 계도와 예방 중심으로 바꾸는 게 급선무”라고 밝혔다.
김영주 무역협회장은 입장문에 대한 견해를 밝히면서 “(중대재해처벌법에) CEO에게 포괄적 광범위한 의무와 형사처벌하는 내용이 반영된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CEO에 대한 형사 처벌 리스크가 굉장히 많다. (경기침체로) 사업기회를 찾아 동분서주해야 하는 시기에 기업인을 처벌위주 법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김영윤 대한전문건설협회장은 “건설 산업은 사업주가 수많은 안전현장을 모두 챙기는 것이 불가능하다. 국가가 정한 안전기술자를 대신 현장에 배치하고 있는데, 대표자에게 형사책임을 묻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건설산업은 옥외작업이 빈번하고 자연적 환경에 많이 노출되고 있어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데, 안전의무조치를 위반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법적 책임을 (경영자가)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올해 초에 한층 더 강화된 산업안전보건법의 안전규제에도 아직도 적응되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산업 재해 방지를 위해서 사후적인 처벌 강화보다 예방과 단속을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된다고 밝혔다.
이날 입장문 발표에는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무역협회 ▲중견기업연합회 ▲대한전문건설협회 ▲대한건설협회 등 경제·기업인 단체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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