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선군정치’서 탈피해 ‘당 중심’ 권력질서 구축에 마침표, 조용원 등 신진인사 중용
남북관계보다 당분간 내치 집중하겠다는 의지, 12일 결정서 채택하고 열병식도 가질 듯

지난 10일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회의실에서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차 전원회의가 열렸다고 11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사진=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 지난 10일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회의실에서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차 전원회의가 열렸다고 11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사진=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폴리뉴스 정찬 기자] 북한은 12일에도 향후 국정운영방향을 결정하는 8차 노동당 대회를 지속해 8일째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가장 최근에 열린 2016년 7차 당대회 기간 4일보다 길어졌다.

지금까지 진행된 8차 당대회에서 주목할 지점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선대의 반열인 노동당 ‘총비서’자리에 오르면서 권력기반을 강화했고 노동당 핵심세력에 대한 세대교체를  이룬 부분이다. 대남, 대미 등 대외정책보다는 북한 내부권력의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 즉 선친의 유산인 ‘선군정치’에서 ‘노동당 중심’으로 북한 권력체제 변모에 마침표를 찍었다. 

바이든 정부 출범을 앞둔 미국을 겨냥해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5일 개막한 당대회사업총화(결산) 보고에서 “앞으로도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라며 “새로운 조미(북미)관계 수립의 열쇠는 미국이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는 데 있다”고 말한 데서 드러나듯이 미국의 태도를 당분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내보였다. 

김 위원장이 ‘핵잠수함 개발 및 핵기술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지만 새로운 ‘도발’을 감행하겠다는 의지보다는 자신의 ‘핵능력’을 강화해 미국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협상력’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남북관계에 대해선 ‘대남사업’이란 말을 처음 사용하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정부가 제안한 기존의 코로나19 방역협력 제안 등에 대해 “비본질적인 문제”로 치부했다. 그러면서 4.27판문점 남북합의 이행을 촉구했다. 한반도문제의 핵심인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과 남북 철도·도로 사업 등 보다 획기적인 경협 추진을 주문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남조선당국의 태도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가까운 시일 안에 북남관계가 다시 3년 전 봄날과 같이 온 겨레의 염원대로 평화와 번영의 새 출발점에로 돌아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한국에게 먼저 ‘비핵화와 한반도평화’에 대한 태도를 정하고 나서라는 압박 이상은 없었다.

이번 당대회의 실질적인 목표는 김 위원장의 권력 강화와 북한 노동당 지도부 세대교체에 있었다. 김 위원장 스스로 “주체혁명의 유일무이한 계승자이자 영도자”로서 노동당 총비서에 올라 1인 영도체제를 확고히 하면서 자신과 호흡을 맞출 당 지도급 인사들의 연령대를 확 낮췄다. 

당 대회에서 2012년 김정은 국방위원장을 ‘영원한 총비서’로 결정한 후 폐쇄됐던 당 비서국을 부활시킨 것은 ‘과거로의 회귀’라기 보다는 ‘권력 교체기’에 해당하는 지난 10년의 김정은 시대를 마무리하고 실질적인 ‘김정은 시대’를 여는 의미가 더 강하다.

선친인 김정일 위원장은 ‘선군정치’를 표방하고 군을 중심에 두고 국가운영을 해왔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과 함께 당 우위의 권력체제 구축을 도모했다. 김 위원장은 ‘노동당 총비서’ 직함을 갖는다는 것은 당-국가 지배체제 구축의 완료를 알리는 것이다.

정성장 세종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기존의 ‘노동당 위원장’과 정무국 체제에서 당조직의 각급별로 너무 많은 ‘위원장’과 ‘부위원장’ 직책이 존재해 김정은의 권위가 충분히 서지 않는다고 보았기 때문”이라며 “총비서 체제로 복귀한 것은 총비서 체제가 최고지도자의 유일독재에 유리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노동당 지도부 세대교체는 5인으로 구성된 최고위 정책결정기구인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에 1939년생 박봉주 전 내각 총리 대신 1957년생 조용원 당중앙위원회 비서를 선출하고 군에 대한 당의 지도를 담당하는 당중앙위 군정지도부장을 1954년생 오일정으로 교체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대대적인 간부 교체도 진행됐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지난 11일 라디오 인터뷰 노동당 세대교체 범위에 대해 “이번 당대회에서 결정되는 사항들을 밀고 나갈 최일선의 간부들을 (대회 전에) 미리 뽑았다”며 “세대교체를 70% 이상 했다. 관료화된 간부들을 전부 다 들어내고 이번 당대회 끝나고 나면 일선에서 뛸 사람들을 뽑아 당대회에 참석시켰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은 정치국 위원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으며 기존 직책이었던 정치국 후보위원에도 빠졌다. 김 제1부부장은 지난해 대미, 대남 부문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위임’을 받았던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이번의 대대적인 세대교체는 지난 10년의 ‘1기 김정은 시대’를 마감하고 ‘2기 김정은 시대’를 새로운 젊은 일꾼들과 함께하겠다는 북한 내부 권력질서 교체로 볼 수 있다. 이처럼 북한이 내부 권력 정비에 들어가면서 대남, 대미라인들은 위축됐다. 북미협상을 주도한 김영철이 통일전선부장에 복귀한 정도다. 이는 남북관계보다는 당분간 내치에 집중하겠다는 뜻으로도 읽혀진다.  

이번 8차 당대회가 예상보다 길어진 것도 이러한 노동당 간부와 지도부에 대한 세대교체 때문으로 보인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로동신문>이 12일 노동당 제8차 대회 7일차 회의가 열린 전날 부문별협의회가 진행돼 사업총화보고 결정서초안연구에 들어갔다고 보도함에 따라 사업총화보고에 대한 결정서는 이르면 12일 채택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의 8차 당 대회는 결정서 채택 이후 김 위원장의 폐회사로 공식 일정을 끝내게 된다. 이와 함께 당대회 기념행사를 예고해 열병식도 가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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