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하루 앞둔 10일 오후 서울 용산역에서 시민들이 입구에 설치된 발열 측정기에서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설 연휴를 하루 앞둔 10일 오후 서울 용산역에서 시민들이 입구에 설치된 발열 측정기에서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연합뉴스] 설 연휴(2.11∼14)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본격화한 '3차 대유행'은 새해 들어 진정국면으로 접어들었으나 최근 다시 확진자가 증가하면서 불안한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200명대 후반까지 떨어졌던 신규 확진자는 다시 500명대까지 올라선 상태다.

특히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모여있는 수도권의 확산세가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종교시설, 학원, 직장, 사우나 등을 고리로 크고 작은 감염이 속출하면서 전체 신규 확진자의 80%가량이 수도권에서 나오고 있다.

방역당국은 설 연휴 기간 사람 간 이동과 접촉이 늘어나면서 자칫 수도권에서 비수도권으로, 또다시 수도권으로 감염의 고리가 꼬리를 물고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 속에 방역의 고삐를 죄고 있다.

◇ 보름 만에 다시 500명대 급증…작년 추석 때 보다 위험한 상황

11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504명이다. 전날(444명)보다 60명 많다.

500명대 신규 확진자는 IM선교회발(發) 집단발병 여파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달 27일(559명) 이후 보름 만이다.

하루 확진자 수는 지난 주말과 휴일을 거치며 잠시 200명대 후반까지 떨어지기도 했지만,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모양새다.

이에 따라 1주간 확진자 수치도 다시 늘어나고 있다.

최근 1주일(2.5∼11)간 신규 확진자는 일별로 370명→393명→371명→288명→303명→444명→504명을 기록해 하루 평균 382명꼴로 발생했다.

이 가운데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조정의 핵심 지표인 지역발생 확진자는 일평균 351명으로, 2단계(전국 300명 초과) 범위를 유지했지만, 전날 기준 346명보다는 5명 증가했다.

확진자가 다시 늘어나긴 했지만 설 연휴 동안에는 증가세가 다소 주춤할 수도 있다.

보통 주말이나 휴일에는 검사 건수 자체가 줄면서 확진자 수도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는데 명절 역시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추석 연휴(9.30∼10.4) 당시 하루 검사 건수가 평균 5천∼6천건에 불과했는데 이런 영향으로 연휴 첫날인 9월 30일(113명)을 제외하고는 나흘 연속(77명→63명→75명→64명) 신규 확진자가 두 자릿수에 그쳤다.

 

◇ 수도권 최근 감염 재생산지수 1 넘어…전파력 센 '변이' 바이러스도 걱정

방역당국은 지난 추석 때보다 이번 설 연휴 상황이 더욱 좋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수도권에서는 지난해 12월 초부터 두 달 넘게 거리두기 2.5단계를 적용해 다중이용시설의 운영을 제한하고 있지만, 방역 효과는 점점 떨어지는 듯한 모습이다.

이날도 전체 지역발생 확진자 467명 가운데 82%인 383명이 수도권에서 나왔다. 이는 지난주 한 주간 평균치보다도 많은 것이다.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차장은 이날 중대본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지난주(2.4∼10)를 살펴보면 국내발생 확진자 수의 75% 이상이 수도권에서 발생했다"며 "또 수도권의 '감염 재생산지수'는 1을 넘은 것으로 나타나 설 연휴에도 확진자가 증가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확진자 1명이 다른 사람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 나타내는 감염 재생산지수는 전국 기준으로 한때 0.7∼0.8 수준까지 떨어졌다가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6일까지 일주일간은 1.04로 다시 올랐다. 이 지수가 1 미만이면 '유행 억제', 1 이상이면 '유행 확산'을 뜻한다.

새로운 집단발병 사례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경기 부천시의 영생교 승리제단 시설 및 오정능력보습학원과 관련해선 이틀 연속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왔다. 9일과 10일에 각각 53명, 43명이 양성 판정을 누적 확진자가 96명으로 늘었다.

승리제단과 보습학원에는 같은 확진자가 다녀가 역학적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전날 0시 기준으로 인천의 한 인테리어 업체와 관련해 종사자와 가족 등 총 11명이 확진됐고, 경기 안산시의 한 제조업체 및 이슬람성원 관련 사례에서는 총 10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센 해외유입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세도 방역당국으로서는 걱정거리다.

국내에서는 영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등에서 유행하는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례가 벌써 80명이나 나왔다. 이 중에는 지역사회에서 'n차 전파'를 일으킨 사례도 포함돼 있다.

방역당국은 이번 설 연휴가 코로나19 재확산의 계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연일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권 1차장은 "방역당국의 입장에서 이번 설 연휴가 갖는 의미는 어느 때보다 크다"며 "타향에서 살던 분들이 이동하고 만나는 것이 감염 확산의 통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도 전날 브리핑에서 명절을 앞두고 수도권 주민이 강원도 화천의 가족을 방문했다가 7명이 확진된 사례를 언급하면서 "평소에 자주 만나지 않던 이들과의 식사, 다과, 음주를 동반한 모임은 감염 위험을 높인다"고 지적했다.

윤 반장은 특히 "3차 유행의 감소세가 정체되고 있고, 재확산의 위험도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이라며 "연휴에 지역 간 이동이 늘어나고 평소에 만나지 못하던 가족, 지인과의 만남이 많아지면 3차 유행이 다시 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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