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살아있는 권력' 잇따른 수사로 대선주자까지 이름 올려
문대통령 1시간여만에 사의 수용…윤 총장 임기 못 채워 
尹 사의에 범야권 "정의가 무너진 참담한 날...함께 싸울 것"
민주당 " 정치인 윤석열 평가는 오롯이 윤석열 자신의 몫"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출근해 자신의 거취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출근해 자신의 거취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끝내 자리에서 물러난다. 윤 총장은 4일 오후 대검찰청 현관 앞에서 "검찰에서 제 역할을 여기까지"라며 "오늘 총장직을 사직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1시간여만에 윤 총장의 사의를 수용하면서 임기를 채우지 못한 '윤석열호' 검찰은 막을 내리게 됐다. 

정치권에서는 이날 윤 총장의 사의로 향후 파장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윤 총장이 야권 잠룡 중 한 명으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검복'을 벗게 됨에 따라 정치판이 흔들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윤 총장은 '적폐청산의 칼'로 불리며 문재인 정부에서 재기한 윤 총장은 서로 다른 정권과 각을 세웠고, 현직 검찰총장으로서 차기 대통령 후보 상위에 이름을 올린 이례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범야권은 윤 총장의 사의로 문재인 정부를 견제할 최후의 보루가 사라진 것이라고 개탄했고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조심스럽게 윤 총장의 영입 의사를 내보이고 있다. 또 울산시장 부정선거 의혹, 조국 일가 입시비리 의혹, 탈원전 의혹 등 현 정권 수사와 관련한 수사와 재판까지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이다. 

尹 '검찰개혁 적임자'에서 사의까지

윤석열 총장은 이날 입장 발표를 통해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 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피해는 오로지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우리 사회가 오랜 시간 쌓아올린 상식과 정의가 무너지는 것을 지켜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어 윤 총장은 "지금까지 해왔듯이 자유 민주주의와 국민을 보호하는데 온힘을 다하겠다"고 했다. 

윤 총장은 박근혜 정부 당시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팀장을 맡아 정권 핵심부를 겨냥했다가 대구고검으로 좌천된 바 있다. 이후 박 전 대통령 구속과 탄핵으로 '국정농단 수사'의 일등 공신으로 이름을 알렸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진상 파악을 위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도 수사팀장으로 활약했다. 

문재인 정부 초반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 양승태 대법원 사법농단 수사 등을 주도해 이른바 '적폐청산의 칼'로 불렸다. 당시만 해도 여권에서는 윤 총장에 대해 '검찰개혁의 적임자'라며 열렬히 환호했었다. 이 기류를 타고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6월 당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찰총장으로 올렸다. 

하지만 윤 총장은 취임 이후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월성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등 이른바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에 잇따라 착수하며 정부 여당과 날을 세우기 시작했다. 특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의혹이 일며 검찰은 당시 후보자였던 조 전 장관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며 윤 총장과 정부의 간극이 커지기 시작했다. 

윤 총장은 후임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는 취임 직후부터 강대강 대치를 이어갔다. 이른바 '추윤갈등'이다. 추 전 장관은 윤 총장의 의견을 배제한 채 검찰 인사를 단행했고, 수사지휘권까지 발동하자 이 둘의 갈등은 커졌다. 사상초유의 현직 검사 직무정지(배제)와 2개월 정직 징계 등 최악의 상황까지 갔으나 법원에서 윤 총장이 신청한 집행정지를 인용함으로써 총장에 복귀했다. 그 후 추 전 장관 후임으로 임명된 박범계 장관과도 윤 총장은 갈등을 좁히지 못했다. 박 장관은 취임 직후 검찰 고위직 인사에서 윤 총장의 의견을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최근 여권에서 검찰개혁의 마무리 단계로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등 중대범죄수사청(수사청) 설치에 시동을 걸자 이를 공개 비판했던 윤 총장은 이날 직을 내려놨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전격 사의를 밝혔다. 윤 총장은 이날 오후 2시 대검찰청 청사 현관 앞에서 '검찰에서 제 역할을 여기까지'라며 '오늘 총장직을 사직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7월 25일 청와대에서 윤석열 당시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악수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전격 사의를 밝혔다. 윤 총장은 이날 오후 2시 대검찰청 청사 현관 앞에서 "검찰에서 제 역할을 여기까지"라며 "오늘 총장직을 사직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7월 25일 청와대에서 윤석열 당시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악수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사의 표명에 정치권 野 "상식과 정의 무너진 날"

중대범죄수사청(수사청) 설립 등으로 정부 여당과 갈등을 빚고 있는 윤 총장은 사퇴 이후 정치권에 발을 들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을 구속했던만큼 당장 야권에 당장 합류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윤 총장의 사의 표명 이후 야권에서는 대한민국의 상식과 정의가 무너진 참담한 날이라고 개탄하며 윤 총장에게 공정과 정의를 다시 일으켜 달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이날 구두 논평을 통해 "사욕과 안위가 먼저인 정권의 공격에 맞서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이 정권은 자신들이 세운 '검찰개혁의 적임자'의 칼날이 자신들을 향하자 인사 폭거로 식물총장을 만들다 못해 아예 형사사법시스템을 갈아 엎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헌법정신과 법치시스템이 파괴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검찰총장의 회한이 짐작된다"며 "문재인 정권의 '우리 윤 총장님'이 사퇴하면, 정권의 폭주를 막을 마지막 브레이크가 없어지는 셈이다. 대한민국의 상식과 정의가 무너진 것을 확인한 참담한 날"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5선 의원인 정진석 의원은 윤 총장과 뜻을 같이 하겠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페이스북에 "윤석열과 함께 문 정권의 민주주의 파괴에 맞서 싸우겠다"며 "나와 우리 국민의힘은 문 정권의 폭정을 심판하겠다는 윤석열에게 주저 없이 힘을 보태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동네 건달의 가랑이 밑을 기어간 한신보다 더 굴욕을 참아 온 조국과 추미애의 갖은 핍박을 견뎌온 윤석열이다. 그는 오늘 문재인 정권이 자행해온 법치 파괴, 헌정 유린, 권력 부패의 실상을 몸으로 증언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석열이 던진 메시지는 분명하다. '파괴된 헌법정신과 법치를 바로 세우겠다' '무도한 정권에 맞서 국민과 함께 싸우겠다'는 것"이라며 "이 무도한 폭정의 지휘자가 어떤 말로를 걸어가는지 눈 부릅뜨고 지켜 볼 것"이라고 전했다. 

하태경 의원도 "안타깝다. 권력비리 덮으려는 정권에 맞서 헌법정신과 법치주의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며 "총장직 사퇴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민주주의와 법치 수호를 위해 윤석열과 함께 싸우겠다"고 했다. 

국민의당 "안타깝고 통탄을 금치 못할 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안타깝고 통탄을 금치 못할 일"이라며 "윤 총장 사퇴가 확정된다면 이 정권의 기세도 오래 못 갈 것이다. '더이상 대한민국이 이대로 가서는 안된다'는 국민적 합의와 공감대는 더욱 확산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상식과 정의를 위해 치열하게 싸워 온 윤 총장님, 그동안 수고하셨다"며 "하지만 진짜 싸움은 이제부터다. 헌법정신과 법치주의를 지키려는 윤 총장님의 앞날을 국민과 함께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안혜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국가형사사법시스템을 송두리째 흔드는 중수청을 설립해 부패 범죄나 권력 비리 수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작금의 현실에 법치주의를 수호해야 할 검찰 조직의 수장으로서 손발이 잘리고 폐부 깊숙한 곳에 칼을 들이미는 형국에 직을 걸고서라도 할 수 있는 일들이 없었으리라 짐작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입으로는 공정이니, 정의니 남발하며 위선과 가증스러운 행태로 내로남불이 당연히 여겨지는 세상을 만들어버린 현 정권에 맞서서 무너진 공정과 정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일에 남은 일생의 모든 힘을 보태어 주기 바란다"며 "범법자 소굴이 되어가고 있는 부패 정권에 대항하해 피 끓는 국민의 열망을 위해 검찰 총장으로서 다 하지 못한 소임을 다해주시라"고 당부했다. 

與 "尹 얻은건 '정치검찰' 오명, 잃은 건 '국민의검찰' 가치"

더불어민주당은 윤 총장 사의에 대해 "얻은 건 '정치검찰'의 오명이요, 잃은 건 '국민의 검찰'이라는 가치"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허영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국민에 신뢰받는 기관이 될 때까지, 검찰 스스로 개혁의 주체가 되어 중단 없는 개혁을 하겠다던 윤 총장의 취임사는 거짓이었음이 드러났다"며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석열 총장은 오로지 '검찰'이라는 권력기관에 충성하며 이를 공정과 정의로 포장해 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 정치인 윤석열이 어떻게 평가받을지는 오롯이 윤석열 자신의 몫"이라고 일침했다. 

정의당 정호진 수석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의 표명은 정계 진출에 대한 언급은 없었으나 사실상 정계 진출 선언과 다를 바 없다"며 "윤석열 검찰총장은 헌법 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고 말했지만, 무엇이 어떻게 파괴되고 있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검찰 개혁을 둘러싸고 윤 총장의 불만과 입장에 동조하지 않으면 헌법 정신 파괴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기까지 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동안의 행보가 검찰총장으로서 직무에 충실하기보다 정계 입문을 위한 알리바이 쌓기용이 아니었는지 강한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며 "국민이 쌓아 올린 정의와 상식이 누구에 의해 무너지고 있는 것인지 분명히 구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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