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전자상거래 소비자보호법 개정안 입법 예고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전자상거래법 개정 입법예고 브리핑에서 취지와 방향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전자상거래법 개정 입법예고 브리핑에서 취지와 방향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미현 기자] 소비자 박 모(50대)씨는 인터넷 A쇼핑몰에서 주문을 했는데, 입점한 B업체가 불량품을 보내고는 연락이 두절됐다. 이에 A쇼핑몰에 대책을 요구했으나, A쇼핑몰은 B업체와 소비자가 직접 해결을 봐야 한다고 모든 책임을 떠넘겼다. 박 씨는 분통이 터졌지만 어떻게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쇼핑몰에 직접 책임을 물을 수 있어 소비자 피해가 최소화될 전망이다. 

온라인 플랫폼 운영사업자가 소비자 피해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하는 강화 법안이 추진된다. 가령 온라인 거래에서 판매 업체 잘못으로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을 때 네이버 등 온라인 플랫폼 운영 업체에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온라인 플랫폼 업체에 과도한 부담을 지우며 산업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8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전자상거래 소비자보호법 전부개정안(전상법 개정안)’을 마련해 다음 달 14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우선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가 소비자 피해에 관해 거래 과정에서 고의·과실 등 책임이 확인된다면 관여도에 따라 입점 업체와 함께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 소비자는 입점업체와 플랫폼 사업자 중 선택해서 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

온라인 플랫폼 운영사업자가 소비자로 하여금 자신이 거래 당사자인 것으로 잘못 인식하게 한 경우에도 책임을 진다. 중개거래를 하면서 입점업체가 아니라 자기 명의로 광고하거나 계약서를 교부하는 경우가 여기에 포함된다.

또 전자상거래 사업자가 검색결과와 광고를 구분해 표시하도록 했다. 광고를 순수한 검색 결과로 오해하지 않도록 검색·노출 순위를 결정하는 주요 기준도 표시해야 한다. 이용후기 게시판에 대해서도 사업자가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맞춤형 광고를 할 때도 광고 여부를 밝히도록 했다.

아울러 SNS나 중고거래 앱, 커뮤니티 등을 통한 개인끼리 거래에서 소비자 보호가 강화된다. 당근마켓과 같은 C2C플랫폼에서 사기 등 소비자 분쟁이 발생했을 때 플랫폼 사업자는 판매자의 신원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인스타그램 공동구매처럼 사업자와 소비자간 자발적 거래도 플랫폼 운영사업자는 피해 구제신청 대행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리콜 명령 발동 시 전자상거래 사업자가 이에 협조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일정규모 이상 사업자에 대해서는 정부가 직접 리콜관련 기술적 조치를 명령할 수 있게 했다.

공정위는 2002년 제정된 전자상거래법이 과거 방식의 통신판매를 중심으로 설계돼 변화한 시장 상황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소비자 피해를 내실 있게 구제하는 한편, 온라인 플랫폼도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받기 위해 경쟁하고 혁신해나가며 성장하는 여건이 조성되리라 본다”고 밝혔다.

온라인 플랫폼 업체의 책임을 강화하는 법안이 잇따라 나오면서 업계는 과도한 규제라고 반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온라인 플랫폼 업체의 책임을 강화하는 법안이 잇따라 나오면서 업계는 과도한 규제라고 반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잇따른 온라인 플랫폼 업체 규제 강화...업계 “급진적 방식 부담” 반발

최근 온라인 플랫폼 업체의 책임을 강화하는 법안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디지털 경제에서 플랫폼이 차지하는 영향력이 강화되는 만큼 책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온라인플랫폼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을 발의한 상태다. 법안은 방송통신위원회가 플랫폼의 입점업체·소비자를 상대로 한 불공정행위를 막는 것이 골자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지난 1월 플랫폼 업계와 입점업체 사이 ‘갑질’을 규율하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안을 국회에 냈다. 입점업체 대상 재화·용역 구입 강제, 손해전가, 부당한 거래조건 설정·변경, 경영활동 간섭 등을 금지한다. 전상법 개정안이 ‘소비자 보호’에 초점을 맞췄다면, 온라인 플랫폼법 제정안은 ‘입점업체 보호’를 목적으로 했다.

하지만 인터넷업계에선 이러한 온라인 플랫폼에 관한 과도한 규제가 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며, 오히려 소비자에게 가격 부담을 지울 수 있는 등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인터넷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온라인쇼핑 거래액 규모가 161조원가량인데 반해, 소비자 피해 금액은 약 15억 원에 불과했다”라며 “(공정위가) 너무 일각에서 일어나는 피해만 부각해 데이터를 만들었다. 표본이 정확하지 않은 실태조사가 강한 규제를 도입할 논거로 타당한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법안이) 전자상거래 영역이 아닌 부분도 규제하고 있다. 포털 검색이나 광고는 전자상거래가 아님에도 이를 전자상거래법 틀에 넣어 규제를 확대하고 있다”라며, “플랫폼에 관한 규제가 많아질수록 플랫폼 중개업자 입장에서는 구미에 맞는 입점업체만 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규제) 방식이 너무 급진적이다. 업계들이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최근 수치들을 보면 글로벌시장 점유율에서 밀리고 있다. 이미 규제가 있는데 규제가 심해질수록 도태될 수밖에 없다”라며 “플랫폼은 거래를 중개하는 역할만 할 뿐이다. 강화된 규제에 맞춰 플랫폼 업체가 시스템 등을 새로 구축하는 과정에서 플랫폼 수수료율이나 입점 업체 광고비용이 인상될 가능성도 농후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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