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직원들 3기 신도시 예정 토지, 선정 발표 전 매입...줄줄이 ‘수사 대상’으로
-정부, 경찰 합동특별수사본부 꾸리고, 공직자 차명 투기까지 캐내려 사활
-정부 주택공급 문제점 드러나, 개발 정보 공개하고 도시계획 방식 바꿔야
- 정부, 부동산 투기 예방-적발-처벌강화-부당이득 환수 등 4대 부문, 20대 대책 발표

정세균 국무총리는 29일 반부패정책협의회 결과 브리핑에서 부동산 투기 근절과 재발방지 대책으로 예방-적발-처벌강화-부당이득 환수 등 4대 부문에 걸쳐 20대 핵심대책을 발표했다. 정세균 총리가 부처장들과 브리핑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br></div>
 
▲ 정세균 국무총리는 29일 반부패정책협의회 결과 브리핑에서 부동산 투기 근절과 재발방지 대책으로 예방-적발-처벌강화-부당이득 환수 등 4대 부문에 걸쳐 20대 핵심대책을 발표했다. 정세균 총리가 부처장들과 브리핑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이민호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은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사건이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주도 부동산 공급 정책도 위기에 빠졌습니다. 말 그대로 'LH 사태'는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습니다. 폴리뉴스는 1편에서 현재진행형인 이 사태를 돌아보고, 2편에서 전문가들은 사태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으며 수습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들어봤습니다. [편집자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가 지난달 2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12명과 배우자들이 2월 24일 국토교통부가 6번째 3기 신도시로 발표한 광명시흥 신도시 지구의 토지 2만 3028㎡(약7000평)을 100억여원에 매입한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LH 직원들이 매입한 농지는 3기 신도시로 개발되면 수용 보상금이나 대토보상을 받을 수 있다. 이들은 5905㎡ 농지를 매입해 소위 ‘쪼개기’를 통해 LH의 대토보상 기준인 1000㎡ 이상씩 지분을 나눠 갖거나, 길가에서 멀리 떨어져 개발 기대 없이는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는 맹지를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 여럿이 나눠 힘을 합쳐 농지를 매입한 경우가 다수였다.

이들은 논을 비롯한 농지를 취득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에 제출하는 농업경영계획서에 직업이나 주 재배 예정 작목 등을 허위로 작성하고, 돌보지 않아도 잘 자라는 버드나무를 심어 놓고 방치하기도 했다. 농업경영계획서를 농업인이 작성하게 하는 것은 헌법 제121조의 ‘경자유전’ 원칙을 실현하고, 비농업인의 투기 목적 농지 매입을 규제하기 위한 것이다. 농지법 10조는 거짓으로 ‘농지취즉자격증명’을 받거나 농업경영계획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 사유 발생일 1년 이내에 농지를 처분하도록 한다.

LH 직원들이 3기 신도시 예정 지구 토지를 매입한 것 민변과 참여연대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사진은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광명시 일대 모습.  <사진=연합뉴스>
▲ LH 직원들이 3기 신도시 예정 지구 토지를 매입한 것 민변과 참여연대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사진은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광명시 일대 모습.  <사진=연합뉴스>

LH 직원들 ‘투기꾼’이었나?

정부는 의혹이 제기된 후 국토부와 LH 임직원에 대해 전수 조사를 실시해, 시민단체가 밝힌 13명 이외에 추가로 7명의 투기 의심자를 확인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달 11일 정부합동조사단(조사단)의 1차 조사결과 광명시흥지구와 다른 3기 신도시 지구에서도 추기 의심 사례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들 임직원의 토지 대장과 부동산 거래 내역을 토대로 확인한 내용이었다.

투기로 의심되는 토지 거래는 광명·시흥(15명)과 고양시 창릉(2명), 남양주시 왕숙·과천·하남시(각 1명) 등에서 일어났다. 토지 매입은 지구 지정 공고일 2년 전에 집중됐고, 20명 중 11명은 변창흠 국토부 장관이 LH 사장 재임 시절에 토지를 사들였다.

정부의 발표 이후 민변과 참여연대는 시흥시 과림동에서 지난 2일 발표에 포함된 LH 직원을 비롯한 외지인들의 투기 목적으로 농지(전답)을 매입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 37건을 발견했다고 지난달 17일 밝혔다.

민변이 발견한 투기 사례는 주말농장 용도로 구입한 것으로는 대출 규모(6억원)가 큰 경우 혹은 경북 울릉군, 경남 김해, 충남 서산 등 농지와 물리적 거리가 먼 경우 등이 있었다. 현장 방문 결과, 고물상이나 폐기물 처리장으로 사용되거나 펜스가 쳐진 채 방치되는 등 농지로 활용되지 않고 있는 사례가 확인됐다.

이들의 공통점은 지인과 함께 특정 지역 단위농협에서 땅값의 90%가량을 대출받았다는 점과, 매입 시점이 3기 신도시 후보지 발표 일 이전에 맞춰 이뤄지는 등 수상한 점들이 있다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거래행태로 봤을 때 투기 알선을 하는 소위 ‘꾼’이 개입했을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봤다.

정부합동조사단이 3기 신도시 소재 9개 지자체와 신도시 개발업무담당자, 경기주택도시공사 등 지방 공기업 임직원 8653명을 조사한 결과에서는 28명이 신도시 지구 및 인접 지역 토지거래자로 나왔고, 이중 23명이 투기 의심자로 수사 의뢰됐다. 기초 지자체 공무원 18명, 지방공기업 직원 5명은 주로 농지를 3기 신도시 예정지 주민공람 기준 2년 이내에 주로 거래한 것으로 밝혀졌다.

청와대는 19일 대통령 경호처 직원이 2017년 LH에 근무하는 가족과 공동으로 3기 신도시 지역 토지를 사들인 것이 확인돼 대기발령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광명·시흥시 자체 전수 조사를 통해 광명시 공무원 6명이 2015년 이후 신도시 예정지를 매입했고, 시흥시 공무원은 8명이 신도시 예정지 토지를 소유한 것으로 밝혀졌으나, 투기 의혹은 이중 1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8일 정세균 총리는 ‘부동산 투기사범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 설치를 지시했다. 경기남부경찰처의 수사 범위는 광명·시흥 일대에서 다른 3기 신도시(하남 교산지구, 과천 과천지구, 안산시 장상지구) 등으로 확대됐다. 인천경찰청은 계양신도시와 검암역세권 공공주택지구 개발사업의 토지 거래내역을 수사했다.

18개 시·도경찰청이 수사에 나서면서 특수본 인력은 770여명으로 불어났다. 국세청(18명), 금융위원회(5명), 한국부동산원(11명) 등 타 기관 전문인력 34명도 포함됐다. 경기남부경찰청은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에 78명 규모 특별수사대로 꾸렸다. 경찰은 증원된 인력으로 합조단 1차 조사에서 지적됐던 부분인 LH 국토부 직원의 부동산 차명거래와 가족, 친인척 거래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LH 파주사업본부 간부 A씨가 지난 13일 경기 파주시 법원읍 삼방리의 한 컨테이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2019년 2월 맹지를 구입해 컨테이너를 설치했다. 앞서 12일에도 LH 전북본부장을 지낸 B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지역 책임자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A씨와 LH 전북 본부 직원들은 경찰 수사 대상에 올랐으나, B씨는 수사 대상이 아니었다.

경찰은 15일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시흥시의원과 포천시 공무원, 부산도시공사 직원에 대해 압수수색에 나섰다. 이어 22일에는 LH 전북본부 직원 2명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이들 직원은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원회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피의자 한 명은 수도권 3기 신도시, 또 다른 한 명은 전북도 내에 불법 투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24일 국토교통부와 LH 본사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LH에 대한 압수수색은 지난 9일과 17일에 이어 3번째, 국토부 압수수색은 2번째다. 이날 압수수색은 2015년 이후 근무한 전·현직 직원 모두의 인적사항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경찰은 확보한 자료를 직원 개개인 투기 의혹과 친인척 명의 차명 거래 수사에 활용할 계획이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경찰은 압수수색의 목적을 “조사 대상에 오른 직원 외에 드러나지 않은 투기 정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수사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압수수색을 실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날 특수본은 LH 등 부동산 투기 의혹 관련 89건 398명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특수본이 밝힌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국회의원은 임종성, 김한정,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다. 이주환,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 전봉민 무소속 의원은 부동산 관련 이해충돌 의혹 등으로 시민단체에 의해 고발됐다.

이외에 광역·기초 의원 19명이 수사선상에 올랐다. 직무상 정보를 통해 서울지하철 7호선 소흘역 예정 부지를 매입한 포천시 5급 공무원 A씨는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법 위반 혐의(업무상 비밀이용)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하고 있다.

특수본의 수사와 합조단의 조사가 국토부와 LH 직원뿐만 아니라, 선출직 공무원과 지방공기업 직원 등 거의 모든 공직자들을 향하는 가운데 앞으로 투기 행위에 대한 수사는 그 범위가 더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3월 4주차 한국갤럽이 조사한 문재인 정부 지지율은 34%, 59%가 부정 평가를 했다. 부정평가 이유 가운데 가장 많은 34%가 부동산 정책을 그 이유로 꼽았다. 문재인 정부가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을 피하면서 LH 사태를 제대로 수습하고, 공공주도 주택 공급정책도 끌고 가야하는 이중고를 맞이하게 됐다.

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 대책협의회에 참여하고 있는 각 지역 대표자와 주민들이 10일 오후 경기 시흥시 과림동의 LH 직원 투기 의혹 토지 앞에서 LH공사를 규탄하고 3기 신도시 공공주택지구 전면 백지화를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 대책협의회에 참여하고 있는 각 지역 대표자와 주민들이 10일 오후 경기 시흥시 과림동의 LH 직원 투기 의혹 토지 앞에서 LH공사를 규탄하고 3기 신도시 공공주택지구 전면 백지화를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모두가 모두를 의심한다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은 국회도 뒤집어 놓았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5일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과 장충모 LH 사장직무대행을 국회로 소환한 자리에서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전수조사를 지시했다.

7일 신영대 민주당 대변인은 야당 의원과 보좌진을 비롯한 구성원, 가족들까지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를 통해 초당적 자세를 보여줄 것을 촉구했다. 또한 수천억대 공사 수주 혐의를 받고 있는 박덕흠 의원, 가족 건설회사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는 전봉민 의원, 가족 건설회사 인허가 특혜 의혹의 이주환 의원, 부동산 관련 셀프 세금감면법을 발의한 의혹을 받는 강기윤 의원 등에 철저한 진상규명으로 공당의 책임을 다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8일 민주당 윤리감찰단은 의원과 보좌진의 3기 신도시 부동산 보유현황을 신고해달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여당은 자체 감찰에 그치지 않고 11일 김태년 당대표 직무대행은 박병석 국회의장에 ‘21대 국회의원 부동산 전수조사 건의서’를 전달했다. 또한 김 직무대행은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민주당은 사회의 공정과 질서 확립을 위해 ‘공직자 투기 및 부패 방지 5법’을 최우선 입법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5법은 공공주택특별법, 공직자윤리법, 이해충돌방지법, 토지주택공사법, 부동산거래법이다.

민주당 측은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만난 ‘LH사태’에 발목 잡히는 것을 피하기 위해 잇달아 대책을 내놓는 모양새였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12일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과거 관행과 절연해야 한다면서 특별검사를 통한 수사를 제안했다. 그는 정부 합조단 조사 결과를 시민들이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여당에 운을 띄우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6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국회의원 대상 전수조사와 특검, 국정조사까지 실시하자고 답했다. 이는 전날 김태년 직무대행의 요구에 화답하는 모양새였다. 주 원내대표는 3월 중에 LH 특검법안이 본회의에서 처리되도록 협조하겠다면서 특검 전까지 범죄자들이 증거인멸 여지를 갖지 못하게 국가수사본부에 “조직의 명운을 걸고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일 것을 요구했다.

국정조사는 3기 신도시 토지거래자 전원을 대상으로 하고, 국회의원 본인과 직계존비속, 지방 공공기관, 청와대 전수 조사도 요구했다. 주 원내대표는 “4월 7일 선거일까지 어떻게든 시간을 끌고 상황을 모면하려 잔꾀와 꼼수를 부리지 말라”며 경고했다.

특검 추진에 대해 여·야가 뜻을 모았으나 세부적인 조사 대상에서부터 엇갈리는 모양새였다. 민주당 측은 개발지구 지정 5년 이상 전까지 포함해 과거 정권도 수사선상에 올리고, 부산 해운대 엘시티(LCT) 특혜 분양까지 조사 대상으로 요구했다. 반면 주호영 원내대표는 한 라디오에 출연해 “LH에 집중하되 전국으로 하고, 정책 결정라인에 있던 공무원이나 공기업은 모두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는 공직자를 비롯해 공공기관 직원들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하는 행위를 막기 위해 기존 공공주택 특별법과 한국토지주택공사법, 공직자 윤리법 등을 보완하는 개정안이 24일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미공개 정보를 부동산 매매에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누설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투기 이익의 3~5배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현행에 비하면 벌금안이 크게 강화됐다. 여기에 투기 이익이 50억원이 넘으면 최대 무기 징역까지 처벌을 가중할 수 있게 했다. 다만 현재 수사 중인 LH 직원들에 대해서는 소급 적용되지는 않는다.

한국토지주택공사법은 임직원의 비밀 누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공직자 윤리법은 LH 직원 등 부동산 관련 업무나 정보 취급 공직 유관단체 직원의 재산등록을 의무화했다. 재산 취득 관련 일자나 경위, 소득원을 의무 기재토록 했다. 다만 여·야는 사적 이해관계 신고와 회피, 직무상 비밀을 이용한 재산상 이익 취득 금지, 취득 이익 몰수 및 추징 등의 방안을 담은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에 대해서는 법안 적용 대상인 ‘공직자’에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직원을 포함할지 등을 법안심사소위에서 이견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은 3월 안에 이해충돌방지법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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