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성과 성능, 두마리 토기 잡는 '전고체 배터리'
"1회 충전으로 주행거리 800㎞, 1000회 이상 충·방전이 가능"

전기자동차의 공급과 수요가 늘고 있는 가운데, 완성차 업계의 배터리 내재화가 자동차업계 게임 체인저가 될 전망이다. <사진=픽사베이>
▲ 전기자동차의 공급과 수요가 늘고 있는 가운데, 완성차 업계의 배터리 내재화가 자동차업계 게임 체인저가 될 전망이다. <사진=픽사베이>

 

[폴리뉴스 김현우 기자] 독일의 완성차 제조사 ‘폭스바겐’이 최근, 전기차 배터리와 충전 기술에 대한 로드맵을 발표했다. 헤르베르트 디스 폭스바겐 CEO는 “전기차 이동수단은 우리에게 핵심이 됐고, 최고의 배터리와 최고의 고객 경험을 위한 경쟁에서 장기적인 우위를 차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를 외주 업체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생산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폭스바겐은 오는 2030년까지 유럽 내 6곳에 배터리 공장을 세울 계획이다. 연간 생산량은 각각 40GWh씩 총 240GWh다.

업계에선, 배터리가 전기차의 성능과 원가 경쟁력을 가늠하는 중요한 열쇠라고 입을 모았다. 유진투자증권이 최근 발표한 ‘완성차, 정말로 배터리 제조에 진출할까?’ 보고서에 따르면, 완성차 업계들이 ‘배터리 내재화’에 집중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우선 마진율 때문이다. 자동차 산업은 전방 시장의 경쟁이 심한 저마진 사업이다. 글로벌 상위 10개사의 지난 5년간 평균 영업이익률은 5%도 미치지 못한다. 최근 5년간(2016년~2020년) 업계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현대자동차가 3.7%, 토요타 8.4%, 폭스바겐 5.1%, GM 4.8%로 상위 10개사 평균이 4.9%다.

하지만, 배터리 내재화를 통해 마진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배터리 내재화는) 마진율을 높이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다. 대량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며 "100대의 배터리를 생산하기 위해서 내재화를 하게 되면, 생산과 공급의 간격을 좁힐 수 있다. 수평구조로 배터리 공급을 받는 게 아니니까 유기적인 공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배터리 자체 제조 이유는 번번한 리콜 문제로 이익 안전성이 떨어지는데, 배터리 폭발 문제 등의 안전 문제가 생기면 천문학적인 비용을 혼자 떠안아야 해서다. 전기차 비중이 늘어날수록 완성차는 적정 마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리콜 위험성을 관리해야하는 과제가 생긴다.

안전성 이슈는 배터리 직접 제조의 큰 장벽이 된다. 배터리 제조 기술을 확보한다고 하더라도 경험이 많은 배터리 제조사의 노하우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비중이 늘어날수록 완성차는 적정 마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리콜 위험성을 관리해야 하는 과제가 생긴다”며 “단순히 배터리 공급사에 모든 걸 의존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지만, 역으로 안전성 이슈는 배터리 직접 제조의 가장 큰 장벽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설사, 배터리 직접 제조 기술을 확보한다고 하더라도 경험 많은 배터리 제조사의 노하우에 기댈 수밖에 없고, 당분간 완성차 업체들은 가격 교섭력 확보와 원가 절감, 리스크 관리와 시장 대응을 놓고 저울질을 할 수밖에 없는 위치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일각에선,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게임 체인저가 '전고체 배터리' 개발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핵심은 ‘안전한 배터리 기술’, 게임 체인저 될 전고체 전지 개발

가장 먼저 배터리 내재화를 추진한 곳은 일본의 ‘토요타’다. 오는 2025년까지 전고체 전지(All-Solid-State) 상용화를 목표로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전지는 이온 전도도가 높은 고체 전해질로, 역체 전해질을 대체한 전지다. 가장 큰 장점은 안전성이다.  

전고체 전지는 전해질(전지의 양·음극 사이를 전하가 이동하는 데 필요한 물질)을 고체로 만든다. 외부 충격과 고온에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기존에는 리튬이온 전지를 사용했는데, 동일 크기의 니켈 카드뮴 배터리보다 용량이 약 3배 높고, 메모리 현상이 없어서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가격이 비싸고 높은 온도에서 폭발할 위험이 크다.

전기차 배터리 폭발 사고의 상당수는 액체로 된 전해질이 배터리 외부로 흘러나오면서 발생한다. 전해액은 공기에 노출되면 발화하기 쉬운데, 이에 따른 폭발은 전기차 안전성 문제를 제기하는 주된 이유였다. 전고체 전지를 통해, 교통사고 발생 시 배터리에 충격이 가해져도 전해액이 새어 나오지 않게 전해질을 고체로 만들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 이유다.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되면 전기차 시장은 주행거리 증가와 가격 하락 등으로 큰 변화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미국·유럽의 경우, 일찌감치 개발에 뛰어들었다. 전문가들은 국내 배터리 업계가 게임 체인저가 되기 위해선 경제성·양산성·인력 확보에 시간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문가들과 국내 배터리 업계는 전고체 배터리의 상용화 시기를 오는 2027~2030년으로 예상했다. 삼성SDI는 자체 개발 프로젝트 외에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및 일본연구소와 협력해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은 지난해, 1회 충전으로 주행거리 800㎞에 1000회 이상 충·방전이 가능한 전고체 배터리 연구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오는 2028년까지 현대차와 전고체 배터리 분야에서도 장기적으로 협력할 계획이다. 현재 요소기술 개발 단계이며 상용화는 2027년 이후로 예상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리튬 메탈 형태의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이 배터리는 에너지밀도를 1000Wh/L(와트시/리터, 배터리 용량 단위) 이상으로 크게 높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리튬이온 배터리는 800Wh/L가 한계다. LG 에너지솔루션도 오는 2028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아직 개발 단계다. 고체 전해질은 액체 전해질보다 리튬이온의 이동 속도가 느려 배터리 출력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낮은 이온 전도도를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고체 전해질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성능 차이는 여전한 상황이다.

유지상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차세대전지연구센터장은 “전해질이 액체에서 고체로 변화하는 만큼 전체 프로세스를 바꿔야 한다”며 “고체 전해질에 대한 생산공정도 전혀 확보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리튬이온 배터리 연구가 시작된 지 100년이 지났지만 이제야 전기차에 적용하고 있다”며 “전고체 배터리는 패러다임의 전환인 만큼 신속한 양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다. 안정성과 확실한 수익이 담보되기 전까진 리튬인산철 배터리나 니켈 함량을 높인 MCN 배터리 등이 고가의 차량을 중심으로 서서히 퍼져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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