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백신 자국우선주의에 세계는 분노
바이든 대통령, 국방물자생산법 발동해 백신재료 선점
영·미·EU, WTO의 백신 특허권 포기제안 거절
바이든 대통령에게 일시적 면제 조치 지지 촉구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접종장소인  '월터 E. 컨벤션센터'에서 백신 접종을 시행하고 있다. 위 사진은 접종 전 신분 확인을 위해 사람들이 대기 하고 있는 줄, 아래 사진은 접종 후 이상반응 체크를 위한 대기 줄이다.  <사진=연합뉴스> 
▲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접종장소인  '월터 E. 컨벤션센터'에서 백신 접종을 시행하고 있다. 위 사진은 접종 전 신분 확인을 위해 사람들이 대기 하고 있는 줄, 아래 사진은 접종 후 이상반응 체크를 위한 대기 줄이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신미정 기자]  세계적으로 많은 국가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신음하는 가운데, 미국이 백신 자국우선주의로 풍부한 백신을 확보해 인도를 포함한 개발도상국가에 부러움과 분노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인도의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가 최대를 기록하고 있는 와중에 미국인들은 백신 자국우선주의로 백신의 풍요를 즐기고 있다는 보도가 워싱턴포스트(WP)를 통해서 24일(현지시간) 전해졌다.

인도에서는 전체 인구의 1.4%만이 백신 접종을 마쳤으며, 환자를 감당할 수 없게 된 병원에서는 산소가 바닥나고 있다. 반면 미국은 4명 중 1명꼴로 백신 접종을 마무리했고, 인구의 40% 이상이 최소한 1차례 백신을 맞았다.

마이애미의 대형 병원인 잭슨메모리얼은 백신 수요가 줄고 있다며 접종을 줄여나가기로 했고, 미시간 주에서는 고교생에게 백신을 맞히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현 상황을 두고 '백신 아파르트헤이트(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 차별 정책)'라고 비판하고 있고, 어떤 이들은 미국의 정책 기조 변경이나 백신의 지식재산권·상표권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WHO에 따르면 미국과 이스라엘을 비롯해 백신 접종률이 높은 국가에서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줄거나 정체된 반면 세계적으로 신규 감염자는 2월 이후 주당 거의 2배로 늘었다.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주로 생산하는 세계적인 백신 제조국 인도는 자국의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되자 백신 수출을 대부분 중단했다. 그 결과 백신 공동구매 국제프로젝트인 코백스(COVAX)는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코백스는 인도의 최대 백신 제조사인 세럼 인스티튜트로부터 초기 물량의 71%를 공급받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번 차질로 인해 현재까지 올해 목표량 20억회분 중 4300만 회분만 전달했다.

한편 인도에서는 백신과 백신 제조에 필요한 재료에 대해 수출을 금지한 미국의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과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백신 생산 촉진을 위한 국방물자생산법을 계승해 백신 재료 생산을 늘렸다.

백악관은 이 조치가 수출 금지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비판론자들은 이로 인해 미국 회사들이 새치기를 하게 되면서 비슷한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로런스 고스틴 조지타운대학 국제보건법 교수는 "저소득 그리고 중위소득 국가에는 재앙 같다"며 "특히 전 세계에 백신을 접종하는 엔진이 될 수 있는 인도 같은 나라들에는 그렇다"고 말했다.

많은 개발도상국은 미국을 포함한 부유한 서방 국가들이 잠정적으로 제약사들의 지식재산권을 보류하면 백신 공급을 신속하게 증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하면 상대적으로 가난한 나라들이 상표등록된 미국 제약사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의 자체 버전을 스스로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3월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특허권을 포기하라는 세계무역기구(WTO)의 제안을 막았다.

WTO가 5월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할 예정인 가운데,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전 프랑스 대통령, 버니 샌더스·엘리자베스 워런 미 상원의원과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석좌교수 등 노벨상 수상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일시적인 면제 조치를 지지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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