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접종률↑, 수요회복에 따른 항만 적체에 배 선적 횟수 급감
고스란히 수출 중소기업에 피해..."선박 스케줄까지 꼬여"
해운업계, 물동량 증가.수에즈운하 사고 등 '퍼펙트 스톰' 우려

3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대표적 글로벌 컨테이너선 운임지수인 상하이컨테이너선운임지수(SCFI)는 지난달 30일 3100.74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픽사베이>
▲ 3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대표적 글로벌 컨테이너선 운임지수인 상하이컨테이너선운임지수(SCFI)는 지난달 30일 3100.74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픽사베이>

 

[폴리뉴스 김현우 기자] 해상을 통해 수출을 하면, ‘해상운임’을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이 운임료가 천정부지로 높아지면서 국내 수출기업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행 해상운임료가 급등했는데, 각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빠르게 이뤄지자 수요가 회복한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4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대표적인 글로벌 컨테이너선 운임지수인 ‘상하이컨테이너선운임지수(SCFI)’는 지난달 30일 기준 사상 최고치인 3100.74로 집계됐다. 정확히 1년 전인 지난해 4월 30일 이 지수는 852.27이었다. 1년 새 약 4배가량 뛴 것이다.

가장 가파르게 오른 곳은 미국 동쪽으로 가는 항로다. 이곳으로 가는 12미터(m) 컨테이너 1개당 운임은 6419달러(약 718만원)로, 전주보다 732달러 올랐다. LA와 롱비치항으로 대표되는 미국 서쪽 노선은 같은 기간 전주보다 56달러 오른 5023달러(약 562만원)를 기록했다. 미주 서쪽 항만 적체가 심해지면서 지난주에는 동쪽으로 가는 선박이 많아져 이곳 운임이 크게 오른 것으로 보인다.

유럽 운임도 꾸준히 강세다. 지난주 6m 컨테이너 1개당 운임은 4630달러(약 518만원)로 전주보다 305달러 올랐다. 지중해 항로도 4705달러(약 526만원)를 기록하며 259달러 높아졌다.

해상운임료 상승에 따른 '화물대란'

운임료가 높아지면 선적할 수 있는 배의 수도 적어진다. 이에 따라 국내 수출·무역 업체들은 웃돈을 얹어서라도 수출을 해야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경남 김해에서 철강 소재를 제작해 수출하는 업체의 대표는 <폴리뉴스>와 통화에서 “올해 1분기 수주 물량이 약 4배가량 늘었지만, 수출을 할 선박이 없어서 창고에 쌓여만 가는 중”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그는 “중소기업들은 공장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다. 생산품이 쌓이면 그 다음 생산해야 할 물건들은 생산할 수가 없다. 수출지연이 생산 지연으로 이어지고, 부품 대금 등을 지급하지 못해 연쇄적으로 자금난까지 겪게 될 수 있다”면서 "해상운임이 세 배 넘게 올랐는데, 이런 추세면 수출하면 오히려 손해가 되는 날이 곧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조성대 무역협회 연구위원은 “최근 해운업계가 늘어난 물동량 해소를 위해 컨테이너선 신규 발주를 증가시키고는 있지만 선복량이 빠른 시일 내에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우리 기업들은 고운임 상황을 새로운 표준으로 받아들이고 이에 대처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같은 해상운임료 상승에 따른 화물대란은 중소기업에 직격탄이다. 대기업의 경우, 포워딩 업체를 통해 선사와 6개월~1년가량 장기 계약을 맺어 선복(적재 공간)을 확보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스폿 계약을 통해 물건을 실어나른다. 대체로 컨테이너선당 60~70%가량이 장기 계약 물량이며, 나머지가 스폿 물량으로 배정된다.

예상보다 빠른 경기 회복으로 스폿 물량을 확보하려는 중소기업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웃돈을 줘도 공간을 확보하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미 ‘슈퍼갑’이 된 일부 해외 선사가 대기업과 맺은 장기 계약을 파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선사로선 서너 배 오른 스폿 물량으로 계약하는 것이 수익을 더 많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선박 회전율 급감에 코리아 패싱까지...'퍼펙트스톰' 야기할까

더불어 코로나19에 따른 검역 강화로 선박 스케줄도 잇따라 지연되고 있다. 유럽과 미국 항만에선 예전보다 근로자 수가 절반 가까이 줄어 하역 작업도 늦어지고 있다. 미국 서안의 대표 항만인 로스앤젤레스(LA)항과 롱비치항 앞바다엔 가전제품과 의료장비 등을 가득 실은 컨테이너선 수십 척이 자신의 하역 순서가 돌아오기까지 평균 2주가량을 대기하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선박이 부족한 상황에서 선박 회전율까지 급감하다 보니 화물 실을 공간이 더욱 줄어드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선사들의 ‘코리아 패싱’도 화물대란을 부추기는 또 다른 이유다. 국내 수출 기업은 중국에서 출발해 한국에서 남은 선적 공간을 채우고 미국·유럽으로 향하는 해외 선사의 컨테이너선을 이용할 때가 많다.

문제는 중국에서 출발하는 해외 선사들이 최근 들어 대부분 만선으로 싣기 때문에 부산항을 들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국에서 물건을 실으면 거리가 멀어 운임을 더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부산항을 거치지 않는 이유다. 유럽 노선 운임도 이집트 수에즈운하 운항 중단 사고 여파로 다시 급등하고 있다.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HMM 등 국적선사가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라는 평도 나온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은 항공·해상운임 상승에 따라 피해를 본 수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물류비 지원 신청을 이달까지 받고 있는데 이미 500여 곳이 신청하고, 문의가 잇따르는 상황이다.

HMM도 임시선박 투입에 더해 중소기업에 선복량 일부를 우선 제공하고 있다. HMM이 지난해 8월부터 투입한 임시선박은 미주 서안 노선 12회, 미주 동안 노선 3회, 러시아 노선 3회, 유럽 노선 2회 등 총 21척에 이른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물동량 증가와 수에즈 운하 사고, 항만 근로자 코로나19 확진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서 '퍼펙트 스톰'(개별적으로 위력이 크지 않은 일들이 함께 발생하면 엄청난 파괴력을 내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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