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부장' 업체 20곳, TSMC와 반도체 생산 협력
"열세인 삼성이 인수합병 등으로 반전 계기 마련해야"

일본과 TSMC의 협력이 가시화하며 TSMC를 추격하는 삼성전자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일본과 TSMC의 협력이 가시화하며 TSMC를 추격하는 삼성전자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TSMC에 약 190억엔(2000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반도체 부품 업계에서 수준급의 실력을 갖춘 일본 기업들과 TSMC가 손잡을 경우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추격자' 삼성전자는 격차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인수합병(M&A) 등의 대응책을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에서 뒤처진 日, TSMC와 협력으로 반전 꾀해

지난 1일 요미우리신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달 31일 370억엔(3738억원)에 달하는 'TSMC 투자 프로젝트'를 승인했다. TSMC가 이바라키현 쓰쿠바시에서 반도체 연구개발 거점을 조성하는 데 필요한 총 사업비 370억 엔의 절반가량을 일본 정부가 부담하는 것이다.

일본은 그동안 반도체 생산 분야에서 한국과 대만, 미국에 밀리는 형국이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올해 반도체의 자국내 생산 체제를 정비하기 위해 민관이 참여하는 공동사업체를 신설하는 등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반도체와 디지털 인프라 등에 관한 새로운 산업정책을 입안할 기구로 '반도체·디지털 산업전략 검토 회의' 또한 가동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 TSMC가 첨단 반도체 연구개발 거점을 일본에 신설키로 하자 지원책 마련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일본 정부는 TSMC와 일본 기업 간 협력을 통해 첨단 반도체의 자국 내 양산 체제를 구축해 나갈 계획으로, 반도체 제조장비 대기업인 히타치 하이테크, 반도체 소재 부문의 경쟁력을 갖춘 아사히카세이 등 일본 기업 20여 곳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TSMC는 도쿄 인근 쓰쿠바시에 소재한 일본 국립연구개발법인인 산업기술종합연구소 안에 새 연구 거점을 만들 예정으로, 반도체 성능을 좌우하는 후공정 부분 등의 최첨단 기술 개발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또 올 여름 이후 시험 라인 정비를 시작해 이르면 내년부터 본격적인 연구개발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위기감 고조' 삼성전자, 공장 증설∙인수합병으로 대응 나선다

이에 TSMC 추격에 나선 삼성전자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내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 증설과 시스템반도체 추가 투자 등의 계획을 발표하긴 했지만,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부재로 중요 의사 결정에 여전히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최근에는 미국 텍사스 오스틴 반도체 공장 가동 중단 영향으로 TSMC와의 격차도 더 벌어졌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전 세계 파운드리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점유율은 직전 분기 18%에서 17%로 약 1%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TSMC의 점유율은 미국 AMD, 퀄컴 등 팹리스 기업들의 파운드리 물량 발주가 잇따르면서 54%에서 55%로 1%포인트 늘어났다.

여기에 TSMC는 최근 미국 애리조나에 6개의 첨단 파운드리 팹을 짓기로 하는 등 올해 들어 공격적인 투자 계획을 연이어 발표하면서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더욱 벌리고 있다. 이번에 일본 정부와 손을 잡은 것 외에도 올해 300억 달러를 포함해 향후 3년간 1천억 달러를 투입함으로써 선단공정 등에 집중한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역대급 투자계획을 내놓았지만 TSMC 역시 역대급 투자를 진행 중이고 후공정 분야에서도 우리가 절대 열세"라며 "삼성전자가 예고한 대로 의미 있는 인수·합병(M&A)을 통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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