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문 없이 직격탄? "속도 빠른 대표에 할 말 하는 것"
국민주권주의 강조... "시험보다 공천 개혁해야"
"당이 지금 너무 사나워졌다" 플랫폼 정당으로서 가야 할 길 제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홍수현 기자] 최근 국민의힘 내부에서 묘한 기류가 흘러나오고 있다. 헌정사상 최초로 30대 당대표에 당선되며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는 이준석 대표와 지도부 선출직 6인 중 최연장자인 김재원 최고위원 간 온도차가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폴리뉴스는 22일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을 모시고 이준석 열풍과 세대교체 패러다임 안에서 중진 최고위원으로서 역할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준석 현상 "대선 승리를 바라는 당원들의 전략적 선택 결과"

김 최고위원은 '이준석 현상'에 대해 "이준석 개인에 대한 기대 심리가 있었다"며 "일반 국민들의 여론조사도 좋았고, 당원 사이에서도 인기가 좋았다"며 말을 꺼냈다. 

김 최고위원은 "당원 투표에서 나 후보가 이기기는 했어도, 이 대표가 그만한 표를 얻을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갖는 분들이 많았는데 상당한 인기몰이를 했다" 호평했다.

그는 "이준석 대표를 지지하는 분들의 상당수는 그가 당대표가 되면 대선에 훨씬 도움이 될 거로 생각하시는 분이 많다"며 "대선 승리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청년층까지 포괄하는 당의 외연 확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 분 등등 당원들의 열망이 강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준석 당대표는 개인 인기뿐 아니라 당원들의 전략적인 선택과 정권교체를 향한 열망 때문에 많은 표를 얻게 됐다"고 분석했다. 

당원들의 전략적인 선택의 관해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는 "흔히 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을 두고는 호남의 전략적 선택이라는 말을 한다"며 말을 이어갔다. 

그는 "이준석 돌풍을 두고서는 TK의 선택이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TK와 PK를 합쳐서 당원 비율이 53%까지 나왔는데. (당원 투표에서 나경원 후보가 이겼지만) TK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나경원 후보와 차이가 거의 안 났다. 그만큼 TK에서 이준석 대표 지지가 상당했다는 뜻 아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실제 전당대회에서 나 전 의원과 이 대표 간 당원 투표 차이는 단 3.5%에 불과했다. 

이에 김 최고위원은 "이준석 후보가 당대표가 되는 것이 정권교체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당원들이 많았다"며 "이 대표의 리더십에 의구심을 품는 사람도 있던 것은 사실이나, 당대표가 되면 당의 외연이 넓어지고 전반적인 지지율이 올라가며 대선 국면에서도 유리할 것이라 예상해 전략적인 투표를 하는 분을 많이 봤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이 폴리뉴스와 인터뷰에서 이준석 대표를 향해 '공정한 경선 관리자로 돌아가라'고 주문했다. (사진/폴리뉴스)
▲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이 폴리뉴스와 인터뷰에서 이준석 대표를 향해 "공정한 경선 관리자로 돌아가라"고 주문했다. (사진/폴리뉴스)


 허니문 없이 직격탄? "지금도 허니문"... "좀 천천히 가자고 말하는 게 내 역할" 

김 최고의원은 일부 언론에서 '허니문 기간도 없이 이 대표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는 표현을 쓰는 것에 대해 호탕하게 웃으며 "나는 아직도 허니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준석) 대표께서 현명하시고 리더십 발휘를 잘하고 있지만, 다만 조금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을 때 이야기를 한다"고 말하며 "다른 게 아니고 속도감이 너무 빠르다"고 부연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라는 게 아무리 올바른 방향으로 가더라도 사람들 마음을 얻고 가야 하는 게 중요하다"며 "사람 마음을 움직이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 경우에 좀 천천히 가자고 말을 하고 있다. 그게 내 역할이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김 최고위원은 6.11 전당대회 직후 첫 최고위 회의에서 이 대표를 향해 주요 당직자 인선 의사결정 과정 중 사전 협의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이 대표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인 공직 후보자 자격시험에 대해서는 "민주주의 원칙과 맞지 않는다"고 비판해 일각에서는 통상 대표 취임 후 얼마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허니문'기간을 보내는 것과 달리 초반부터 불협화음이 나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공직 후보자 자격시험 두고 의견 차이 커... "이준석 개인과 정당은 달라"

김 최고위원은 "대립각을 세우거나 불협화음을 낸 것이 아니라 그냥 내 생각이 다르다고 비판한 것일 뿐"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그는 이 대표의 공직 후보자 자격시험에 대해 "민주주의는 국민이 지배하는 것이며 모든 국민이 의사결정에 나설 수 없으니 대표자를 뽑아서 의회를 구성하는 것"이라며 "따라서 의회 구성은 많은 국민을 대변하는 기관이 되어야 한다"고 국민주권주의를 강조했다.

이어 "비례대표를 선발하는 것이나 여성 할당제도 같은 맥락 아니냐"며 "의회는 국민을 대표하기 때문에 선거를 통해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그러니 공천을 할 때도 유권자들에 맡겨서 가장 적합한 사람을 뽑는 게 맞는데 다만 그동안 공천이 좀 엉망이었다"며 "그럼 공천을 개혁해야지 시험으로 하는 건 아니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시험을 보게 되면 잘난 사람만 뽑히게 된다"며 몇 가지 예시를 들었다. "컴퓨터를 잘 다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못 다루는 사람들 마음도 이해해야 그 사람들을 위한 정책을 펼 수 있다"며 "예를 들어 애플리케이션으로 행정 업무를 처리하는 것도 좋지만 이를 낯설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종이 고지서를 보내는 것이 중요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공직 후보자 자격시험을 반대한다는 이유로) 저에게 욕하시는 분이 많다. '국회의원 봐라. 전부 땅투기꾼에 저런 놈 많은데 무자격자 걸러내야 할 거 아니냐. 시험이 그리 나쁘냐?'고 말씀하신다"며 "엑셀 잘하면 땅 투기 안 합니까?"라고 되물었다.

김 최고의원은 자격시험의 의미에 대해 정확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시험 제도로 인물을 걸러내는 게 과연 어떤 의미인지, 말 잘한다고 국회의원·정치인 되면 그게 어떤 의미인지"라며 이 후보의 공직 후보자 자격시험과 대변인 토론 선발 배틀을 에둘러 비판했다. 

김 최고의원은 "말을 잘 못 하고 학교를 못 나왔어도 그 지역에 가면 소외 계층의 언어를 함께 하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생활에 필요한 정책을 반영하시는 분이 엄청 많다"며 시험을 봐서 1등만 뽑게 되면 그런 분들은 모두 쫓아내게 된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모든 것이 전부 능력 위주로 가게 되는 형국을 지속적으로 경계했다. 그는 "능력 중심 사회가 된다면 현재 지역균형선발제 등을 다 뜯어고쳐야 하는데, 이준석 개인의 정치 소신으로는 주장할 수 있겠지만 정당 자체로 동조할 수는 없다"고 확실히 선을 그었다. 

플랫폼 정당으로서 국민의힘 "10월 초 까지 입당한 후보들, 함께 경선 가야"

김 최고위원은 이 대표의 '8월 경선 버스 정시 출발론'과 관련 "플랫폼 정당을 지향하는 당의 근본적 방향과 맞지 않는 것"이라며 "(윤 전 총장은) 10월 초에 입당해도 충분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최고위원은 "당대표 입장에서는 우리당에 들어와서 경선을 해야 한다. 너무 늦게 들어와서 경선만 치르는 것은 좋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도 당헌당규를 강조했다. 

그는 "당헌당규상 대통령선거 4개월 전에 후보를 확정하게 되어있다. 내년 대선이 3월 9일임을 따졌을 때 이번 확정 날짜는 11월 9일이고, 통상 대통령 후보 경선을 한 달 정도 치르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경선 선거 운동은 대략 10월 9일부터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며 "여유 있게 봐서 10월 초에 누군가 우리 당에 후보등록을 한다 했을 때 '당신은 늦었으니 경선에 참여하지 마시오'라고 할거냐"라고 차분히 항목별로 근거를 들어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지금 '플랫폼 정당'을 지향하고 있는데 궤도만 맞으면 된다"며 "무궁화든 KTX든 우리당에 서기만 하면 승객을 태워 목적지까지 잘 안내하는 게 플랫폼 정당인데 거기다 대고 '8월 이후에 안 받습니다'라고 하는 건 별로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0월 초까지 우리당에 입당한 사람은 함께 대선 후보 경선에 가야 한다고 생각하며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렇다면 윤 전 총장과 국민의 만남 시간은 7, 8, 9월 까지 충분하다고 볼 수 있는 거 아닌가"라는 폴리뉴스 김 대표 질문에 김 최고의원은 "맞다. 그렇기 때문에 윤 전 총장이 '간을 본다'는 표현은 별로 맞지 않다"고 윤 전 총장을 옹호했다. 

그는 "현재 당 분위기가 입당하면 환영식을 해 줄 것도 아니고, 들어오기만 하면 물어뜯으려고 혈안이 된 상태인데 나 같아도 안 들어가겠다. 그럼 안 된다"며 "당이 지금 너무 사나워졌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우리당에 입당하지 않은 많은 분(윤석열, 최재형, 김동연)도 함께 가겠다고 얘기하면 그분들도 우리 우군이자 같이 가야 할 동지인데, 거기다 대고 아직 입당 안 했으니까 상관없다고 말하는 건 플랫폼 정당이 아니다"라며 이 대표의 행보를 비판했다. 

이 대표는 최근 불거진 윤석열 전 총장의 X파일 사건과 관련해 당내 인사가 아니기 때문에 당 차원에서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김 최고위원은 "당대표는 공정 경선을 관리하는 관리자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당사자 입장에서는 나를 물어 뜯으려는 후보와 똑같은 얘기를 하면 공정성의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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