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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선 칼럼] ‘쥴리’라는 이름의 대선 후보

X파일에서 ‘치매 모친’ 인터뷰, 쥴리 벽화, 쥴리 뮤비까지

윤석열이 아니라 '쥴리'가 대통령선거 후보가 된 것 같다. 이대로 가면 내년 3월에 치러질 대선은 ‘쥴리’ 선거로 치러질 것만 같다. 여당 정치인들이 예고편으로 운을 띄웠던 ‘윤석열 X파일’에 담겨있을 법한 내용들이 세상으로 쏟아져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열린공감TV>라는 유튜브 방송은 치매에 걸린 94세 노모의 입에서 ‘동거’라는 말이 나오게 만들었다. 치매 노인을 변호사 일을 하고 있는 아들이 바람을 피웠노라고 세상에다 외친 어머니로 만들었으니, 그런 반인륜적인 행위도 없는 셈이다.

그것은 서막에 불과했다. 대선 한복판에서 이어지는 ‘쥴리’ 찾기의 광경들은 마치 ‘쥴리’라는 여인이 대선에 출마한 것 같은 착각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서울 종로 한 중고서점 외벽에 만들어진 벽화에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부인 김건희 씨의 인권을 유린하는 내용으로 가득차 있다. 첫번째 그림에는 '쥴리의 남자들'이라는 문구와 함께 '2000 아무개 의사, 2005 조 회장, 2006 아무개 평검사, 2006 양검사, 2007 BM 대표, 2008 김 아나운서, 2009 윤서방 검사'라고 쓰여 있었다. 두 번째 그림에는 금발인 여성의 얼굴과 함께 '쥴리의 꿈! 영부인의 꿈!'이란 문구가 적혀있다. 누가 봐도 김건희 씨를 모욕주고 조롱하는 내용이다. 그런 벽화를 만든 건물주는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들먹이며 “정치적 의도가 없다”고 주장한다. 말이라고 다 말이 되는 것은 아님을 생각하게 만든다.

‘쥴리’ 스토리는 가수 백자의 유튜브 뮤직비디오에 의해 이어진다. 그가 공개한 뮤직비디오 ‘나이스 쥴리’의 노래 가사에는 "나이스 쥴리 르네상스 여신" "서초동 나리들께 거저 줄리 없네" "나이스 쥴리 춘장의 에이스" "나이스 쥴리 국모를 꿈을 꾸는 여인" "욕심이 줄리 없는 쥴리" 등의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내용들로 가득차 있다. 백자라는 가수는 태연하게 “후대에 쥴리전이라는 판소리가 전해지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한다.

철저하게 반인권적이고 반여성적인 폭력의 흑색선전들이다. 아무 근거도 제시되지 못한 터무니 없는 내용 일색일 뿐더러, 설사 사실이라 한들 그런 식으로 모욕해서는 안될 사적인 영역의 것들이다. DJ를 향해 용공 음해를 했던 독재정권 시절 보다도 더 비열한 모략극이 ‘촛불 정부’의 지지자들에 의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눈뜨고 보기조차 낯뜨겁고, 귀로 듣기조차 거북한 그런 내용들을 응원하는 수많은 무리들은 환호를 올리며 가세한다. 이쯤 되면 집단적인 광기이다. ‘X 파일’로 시작해서 치매 노모 인터뷰, 쥴리 벽화, 쥴리 뮤직비디오로 이어지는 작금의 광경들은 ‘지금 우리가 어떤 시대를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떠올리게 만든다.

광신주의에 맞서 이성과 합리의 빛을 보여주었던 계몽주의 철학자 볼테르는 이런 말을 했다. “모든 광신자는 똑같은 붕대로 눈을 가리고 있다.” 우리 정치가 불행한 것은 그런 유별난 정신세계에 갇혀 있는 사람들이 어느 뒷골목 술집에서 자기들끼리 모여 떠드는 것이 아니라, 진영의 선도자들로 응원받고 있는 집권세력 내부의 광경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는 집단적 광기의 한복판에 서 있다. ‘진영’만 남고 ‘사람’은 사라져버렸다.

‘쥴리’는 이 시대 광기의 정치를 상징하는 이름이 되어버렸다. 그 이름에는 권력유지를 위해 경쟁자를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무너뜨리려는 폭력의 정치가 담겨져 있다. 이런 대선판에서 누가 좋은 자들인가를 말할 자신은 없지만, 최소한 누가 나쁜 자들인가는 말할 수 있다. 대체 지금의 대선판에 새 것이란 게 존재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무너져야 할 낡은 것이 있음은 말할 수 있다. 흑색선전과 모략으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자들, 그들이 나쁜 자들이고 무너져야 할 자들이다.

집단적 광기 앞에서 인간들의 합리와 이성이 패배하는 사회는 희망을 가질 수 없는 세상이다. 스페인의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가 18세기 스페인 사회의 광기를 발견하고 제작한 판화에는 “이성이 잠들면 괴물이 깨어난다”는 말이 적혀 있다. 이제는 우리의 이성이 깨어나 사방에 존재하는 괴물들을 쫓아내야 할 때다. 결국 우리 시민들의 몫이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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