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지지자들, 건물주 비판 넘어 문재인 정부에 분노 쏟아내..."文, 저주"
근처 시민들, 벽화에 대해 부정적 입장..."너무 시끄럽고, 확인되지 않는 사실로 선동"
김상희 국회부의장 "벽화 설치한 분, 해당 그림 자진철거 요청" 촉구

 서울 종로구 한 중고서점에 걸린 '쥴리 벽화'의 문구가 30일 지워졌다. <사진=이우호 기자>
▲  서울 종로구 한 중고서점에 걸린 '쥴리 벽화'의 문구가 30일 지워졌다. <사진=이우호 기자>

 

[폴리뉴스 이우호 기자] "이걸 보고 흥분하지 않을 수 없지 않느냐", "대xx 깨진 x들의 아지트가 여기야!"

30일 오전 10시 기자가 찾은 이른바 '쥴리 벽화'가 그려진 서울 종로구 중고서점의 거리에서는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확성기 소리와 음악 소리가 크게 울리고 있었다.

끓는 냄비에 불은 안 끄고 뚜껑만 열려고 했을까. 논란이 된 벽화는 문구만 지워졌고 '쥴리 여성' 그림은 그대로 남아있었다.

이에 보수 성향의 유튜버와 지지자들은 현장에서 건물주 비판을 넘어 문재인 정부 성토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그들은 앉아 있거나 돌아다니면서 확성기와 라디오, 플래카드 등 다양한 도구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고 있었다. 문구만 지워진 벽화에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비난 낙서가 적혀 있었다.

윤석열 지지자 유튜버 A씨가 서점 앞에서 실시간 방송을 하고 있다. <사진=이우호 기자>
▲ 윤석열 지지자 유튜버 A씨가 서점 앞에서 실시간 방송을 하고 있다. <사진=이우호 기자>

 

자신을 유튜버로서 윤석열 지지자라고 밝힌 A씨는 "이 정권과 가장 잘 싸운 윤석열 전 총장에게 거는 기대감과 응원이 저희는 남다르다"며 "그럼 이걸 보고 흥분하지 않을 수 없지 않느냐. 근거 없는 사실을 벽에 걸어 놓고 자신들은 불법 다 질러 놓고 있다"고 흥분했다.

그는 "건물주가 세무조사 들어갈까 봐 겁이 나서 문구만 지웠다"며 "이 건물주 뒷배경이 누군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면서 여권 정치인이 개입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니 풍자를 할 거면 대통령을 해야지, 왜 대권 후보의 일반인(아내)을 하느냐"면서 "여기 대xx 깨진 x들의 아지트가 여기야!"라며 화를 참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를 탄핵하라'라는 랩 노래를 틀고 가면을 쓴 B씨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사람은 인정이 도리다. 이런 일은 보수나 진보나 이래선 안 된다"고 말했다. 기자가 정치적 성향을 묻자 "나는 보수야. 나는 애국시민이야"라고 답했다.

'새마을 운동' 녹색 모자를 쓴 C씨는 벽화 앞에 앉아 기자에게 먼저 말을 건네면서 "난 문재인 정부를 비토하는 게 아니라 저주해"라며 현 정부에 대해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 벽화로 주변 모두 고생...중고서점 직원들 "확성기 시끄러워", 시민들 "시끄럽고,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불편"   

벽화 문구를 지운 직원 B씨는 '나도 가족이 있고, 생계를 책임지는 사람'이라며 '유튜버들이 내 사진 좀 그만 찍었으면 좋겠다'면서 기자에게 감정을 토로하고 있다. <사진=이우호 기자>
▲ 벽화 문구를 지운 직원 B씨는 "나도 가족이 있고, 생계를 책임지는 사람"이라며 "유튜버들이 내 사진 좀 그만 찍었으면 좋겠다"면서 기자에게 감정을 토로하고 있다. <사진=이우호 기자>

 

중고서점 안을 들어가니 직원 A씨는 반갑게 맞이해 줬지만 벽화에 관해 묻자 "아무 드릴 말씀이 없네요"라고 헛웃음을 지으며 "대표님을 포함해 모든 인터뷰를 거절하라 하셨어요"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많이 힘드시겠다'고 묻자, A씨는 "네 저도 힘든데, 무엇보다 여기 오시는 손님들이 불편해하세요"라고 걱정을 나타냈다.

이 서점은 2층으로 돼 있는데, 2층은 한산했다. 2층에는 논란이 된 벽화 문구를 지운 직원 B씨가 커피를 팔고 있었다.

B씨는 "확성기 막 틀어 놓고 너무 시끄럽다. 앞에서 싸우면 경찰에 신고하기도 하는데, 중재를 매번 해도 가면 또 그런다"면서 "손님들이 분위기가 이런데 여기 들어오고 싶겠습니까"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문구를 지웠는데 또 다른 벽화를 내걸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모르겠다. 일단 사장님이 8시 30분쯤에 문구만 지우라고 해서 지운 거다. 따른 계획은 못 들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도 책임지는 가족이 있고 생계가 있는 사람인데, 유튜버 같은 사람들이 촬영해 내 모습이 나올 수 있어 너무 싫다"면서 "지금 내 가족들의 마음이 좋겠냐"면서 등을 구부리고 청소를 하러 다시 들어갔다.

'쥴리 벽화'에 대한 근처 시민들의 반응도 대체로 비판적이었다.

근처 시민 C씨는 "그 벽화 내용에 그렇게 찬성하는 것이 아니다"며 "그래도 옛날에 아무 소리 못하고 살던 때 보다는 낫지만, 썩 좋은 모습은 아닌 것 같다"면서 벽화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이곳을 자주 지나다닌다는 근처 회사원 D씨(40대)도 "좀 안 시끄러웠으면 좋겠어요, 보기 안 좋네요"라면서 "확인되지 않는 사실을 선동하고, 아닌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사 동료들도 굉장히 탐탁치 않아 해요. 좀 부적절한 것 같네요"라며 불편한 마음을 내비쳤다.

◆ '쥴리' 벽화가 내포한 여성 비하와 모독...여성계 "벽화 전체 철거 요구"나서

문구가 지워진 '쥴리 벽화' 그림이다. 하얀 페인트로 지워진 부분(그림 오른쪽 하단)에는 원래 익명의 남자 이름들이 적혀 있었다. <사진=이우호 기자>
▲ 문구가 지워진 '쥴리 벽화' 그림이다. 하얀 페인트로 지워진 부분(그림 오른쪽 하단)에는 원래 익명의 남자 이름들이 적혀 있었다. <사진=이우호 기자>

 

이날 '쥴리' 벽화가 문구만 지워지자, 여성 단체와 정치인 등 여성계는 '벽화 전체 철거'를 촉구했다.

대한간호협회 등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소속 60개 단체는 30일 성명문을 통해 "비열한 방법으로 여성을 괴롭히는 일을 중단하고, 우리를 부끄럽게 하는 벽화를 바로 철거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누구인지 추측할 수 있는 특정인을 대상으로 모욕적인 내용을 서울 한복판 길가에 그림과 글로 전시하고 있다"며 "도대체 누구를 위해, 무엇 때문에 이렇게까지 여성을 비하하고 혐오하는 벽화를 내걸고 있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표현의 자유는 다른 사람 명예나 권리를 침해하면 안 된다고 헌법에 분명히 밝히고 있다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도 이날 성명서를 통해 "어떠한 이유에서든 대상자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비하 받거나 조롱받는 방식으로 폄하돼선 안 된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여성에 대한 혐오와 공격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이런 표현은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 범주를 넘는 것"이라며 "표현의 자유로 보호될 사안이 아닌 폭력이자 인권침해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희 국회부의장도 지난 29일 페이스북에 "벽화를 설치한 분들은 해당 그림을 자진 철거해주실 것을 정중히 요청한다"며 철거를 촉구했다. 그는 "누구를 지지하느냐, 아니냐를 떠나 이는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명백한 인권침해"라며 강력히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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