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측 “당대표 결정이라도 법률에 근거하지 않으면 탄핵될 수도”
이준석 “목적 명확해져…부적절 언급에 신속‧적절 조치 있을지 보겠다”
‘친윤’ 정진석 “후보들 한데 모아 식상한 그림 만들 이유 없다”
이준석 “윤석열 대통령 되면 지구를 떠야지" 과거 발언 재조명

최근 국민의힘에 입당한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준석 당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 및 최고위원들을 예방,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최근 국민의힘에 입당한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준석 당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 및 최고위원들을 예방,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유경 기자] 국민의힘 유력 대선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이준석 대표간 지속되던 갈등이 한 단계 넘어 폭발 직전에 이르렀다. 윤 전 총장 측에서 “당대표도 법에 근거하지 않으면 탄핵돼야 한다”는 발언을 한 데다 이 대표가 지난 3월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면 지구를 떠야” 등의 발언이 다시 부각되면서 국민의힘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7월30일 국민의힘에 '이준석 패싱' 기습 입당한 데 이어, 경선준비위원회(경준위)가 진행한 '대선후보 합동 봉사활동’, ‘경선 예비후보 전체회의’등에 연달아 불참했다. 게다가 윤 전 총장 측에서 타 후보에게 전화해 함께 불참하자는얘기를 꺼낸 '보이콧 종용'이 드러나면서 이 대표가 불쾌한 기색을 노골적으로 표했다.

경선을 앞두고 예비후보 합동토론회에 대해 당내 입장이 엇갈리기도 했다. ‘윤석열 측근’인 정진석 의원이 "멸치‧고등어‧돌고래는 생장 조건이 다르다“고 하자 이 대표가 "돌고래를 누르는 게 아니라 고등어‧멸치에게도 공정한 기회를 드리는 것"이라고 맞서기도 했다. 

◆ 윤석열 측 “당대표 탄핵” 언급하자, 이준석 “공격 목적 명확해져”

이준석 대표의 토론회 등 경선 방식을 비판하며 윤 전 총장 측에서 ‘탄핵’ 발언까지 나오자, 양측의 갈등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11일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서 윤석열 캠프 정무실장인 신지호 전 국민의힘 의원이 "당 대표의 결정이라고 해도, 대통령이라고 할지라도 헌법과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것은 탄핵도 되고 그런 거 아니냐"고 말했다. 신 전 의원은 "공화국이라는 것은 권력자의 권력 행사를 자의적으로 하지 말라는 것 아니겠나"라며 "(토론회는) 제도적 근거도 없고, 전례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12일 SNS를 통해 "탄핵 이야기까지 드디어 꺼내는 것을 보니 계속된 보이콧 종용과 패싱 논란, 공격의 목적이 뭐였는지 명확해진다"며 "모 유튜브 채널이 하던 말을 항상 그대로 하시는 걸 보니 당보다는 유튜버들과의 관계가 더 중요하신가 보다. 하시고자 하는 일들에 건승하라"며 불편한 기색을 표했다.

2시간 지나 올린 글에서는 “지금까지는 캠프 직이 없는 중진의원들의 일탈 행동이라고 회피했는데, 캠프 내 주요한 직에 있는 사람들의 부적절한 언급에 대해 어떠한 신속하고 적절한 조치가 있을지 보겠다”고 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신 전 의원은 해명 입장을 내놓았다. 그는 "민주공화국의 기본 원리를 이야기 한 것"이라며 "이준석 대표를 겨냥하거나 염두에 둔 발언이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 오해하지 않으시면 좋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또 신 전 의원은 12일 “제 발언의 취지에 대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며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으로 풀이돼 당과 당 대표께 부담을 드리게 된 점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당 내에서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홍준표 의원은 12일 SNS에서 윤 전 총장을 겨냥해 "보수 우파 궤멸에 앞장서다가 토사구팽이 돼 선회하신 분이 점령군인 양 행세하며 일부 철없는 정치인들을 앞세워 당 대표를 흔드는 것은 참으로 가관"이라고 올렸다.

대외협력위원장인 권영세 의원은 "서로 갈등하고 있을 만큼 한가한 때가 아니다"라며 "영화 '미나리'에서 (조연인) 윤여정 선생님이 스스로 주연이 되려 오버했다면 미나리는 실패했을 것"이라고 당부의 글을 SNS에 올렸다.

◆ "멸치·고등어·돌고래는 생장조건 달라“ "고등어·멸치에게도 공정한 기회 줘야“

지난 10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준비위원회가 오는 18일 예비후보 ‘합동토론회’를 갖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윤 전 총장을 비롯, 당내에서 경준위가 정한 경선 방식에 대해 반발이 나왔다. 

윤 전 총장 측은 아직 대선 경선 예비후보 등록도 하지 않은 상태인데, 당 주최 행사에 대권주자들이 꼭 참석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다른 예비후보들의 상황도 함께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이 대표가 경선 후보들보다 더 돋보이고자 하는 게 아닌가 의구심을 갖고 있다.

지난 6일 윤 전 총장의 측근인 정진석 의원이 이 같은 상황을 비유해 "멸치, 고등어, 돌고래는 생장 조건이 다르다. 우리 당 후보 가운데 돌고래로 몸집을 키운 분들이 있는데 체급이 다른 후보들을 한데 모아 식상한 그림을 만들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SNS에 글을 올렸다.

이 대표는 11일 SNS에 "돌고래를 누르는 게 아니라 고등어와 멸치에게도 공정하게 정책과 정견을 국민과 당원에게 알릴 기회를 드리는 것"이라면서 "돌고래팀은 그게 불편한 것"이라고 응수했다.

이에 정 의원은 미국 전 대통령 오바마의 회고록 '약속의 땅'에 있는 "남을 내리누르는 게 아니라 떠받쳐 올림으로써 힘을 기를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진정한 현실 민주주의다"라는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경준위 룰에 대해서는 김재원 최고위원도 비판적 목소리를 냈다. 김 최고위원은 TBS 라디오에서 "(합동토론회에 대해) 후보 측도 반발하고 있고 또 최고위원인 저도 반발하고 있는데, 권한이 아니라고 그만큼 이야기해도 막무가내로 이런 일을 벌이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면서 "경준위 본래의 취지와 전혀 맞지 않는 권한 밖의 행위이고, 강행하려는 의도도 이해가 안 간다"고 밝혔다.

유승민 전 의원 대선캠프의 오신환 상황실장은 11일 "경준위는 최고위원회로부터 '당헌·당규에 규정된 경선룰을 제외한 모든 일정과 내용'에 관해 전권을 위임받았다"며 "이런 경준위의 결정을 김 최고위원이 무시하는 행태에 심심한 유감"이라고 말했습니다.

윤 전 총장은 같은 날 국회에서 국민의힘 재선의원들과 만난 뒤 토론회 참석 여부를 묻는 질문에 "캠프 관자로부터 얘기를 못 들었다. 아마 당에서도 공식적인 요청이 없었던 것 아니냐고 하던데"라면서 "공식 요청이 오면 적극 검토하겠다. 캠프 관계자와 논의해보겠다"며 유보적 답변을 했다.

이 대표와 갈등 양상에 대해서는 "갈등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면서 "잘 소통해 왔기 때문에 그렇게 비치는 것보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고 밝혔다.

토론회 방식에 대해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공식적으로 통지 받지 못했지만, 통지가 오면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정치 경험이 많은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전 지사는 토론회에 참석하겠다는 입장이다.

◆ 이준석 "尹 대통령 되면 지구 뜬다" 과거 발언 재조명

게다가 이 대표가 당대표에 선출되기 전인 지난 3월 유튜브에서 “윤 전 총장이 대통령이 되면 지구를 떠야지”라고 발언한 것이 다시 부각되며 국민의힘은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이 대표는 지난 3월6일 유튜브 채널 <매일신문 프레스18>에 출연해 "(주위에서) 너 이러다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서울시장이 되고 윤 전 총장이 대통령이 되면 어떡할 거냐고 물었다. (두 사람이 당선되면) 지구를 떠야지"라고 발언했다. 이어 "난 문재인이 대통령 되면 이민 가겠다고 한 사람"이라고도 말했다.

이때 이 대표는 유승민 전 의원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당권에 도전하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난 대통령 만들어야 할 사람이 있다"며 "유승민. 내가 당권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 대표는 2019년 12월 <여성신문TV>에서도 ‘21대 국회에 바라는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21대 국회에서 내가 있는 당(바른미래당)이 압승해 나중에 유승민 대통령 만들고"라는 답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은 11일 "지금껏 해 온 일들이 특정 후보를 도우려는 데서 비롯된 것이 아니길 바란다"며 "대선 후보는 당원들과 민심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지 대표가 좌지우지할 것은 아니다"고 SNS에 올렸다.

유승민 전 의원은 11일 TV조선에 출연해 이 대표를 향해 "말을 줄이고 생각할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며 "본인이 큰 방향으로만 가고 있으면 사소한 문제는 풀릴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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