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판결에 승복하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3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자녀 입시비리' 관련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3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자녀 입시비리' 관련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국 전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에 대한 2심 선고에서 징역 4년형이 유지되었다. 다만 벌금과 추징금이 감경되었을 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선고에 대해 “1심과 마찬가지로 자녀 입시 비리 관련 7가지 혐의 모두에 대해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고 말한다. 사모펀드 투자와 관련해서는 차명계좌로 금융 거래를 한 혐의,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매수한 혐의 일부가 유죄로 인정됐다. 다만 1심과 달리 WFM 실물주권 12만주를 장외에서 매수한 혐의는 무죄 판단이 내려졌다. 이 또한 “사모 펀드 관련 혐의 일부에 대해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고 말하는 것이 상식적일 것이다.

그런데 조 전 장관의 어법은 많이 다르다. 선고 후 SNS에 올린 글에서 그는 “사모펀드 관련 업무상 횡령, 미공개정보 이용 장외매수 12만주 취득의 자본시장법위반 및 이에 따른 범죄수익 은닉, 거짓변경보고에 의한 자본시장법 위반 등에 대해서는 모두 무죄가 내려졌다”라고 설명하고, “그러나 표창장과 인턴증명서 관련 7개 혐의는 유죄가 유지되었다”고 말한다. 이 상황에서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에 대한 판단에 있어서 상식과의 커다란 괴리를 느끼게 한다.

조 전 장관이 그런 식으로 말하니 지지자들은 마치 사모펀드 관련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이 내려진 것처럼 터무니 없는 말을 한다. 조 전 장관이 “터무니 없는 혐의를 벗었다”고 말한 부분에 대한 무죄 판결에도 불구하고, 사모펀드 관련하여 차명계좌로 WFM 주식 2만4000여 주를 장내 매수한 것은 자본시장법상 미공개 이용 행위라고 1심과 동일하게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2심 재판부는 “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저해해 증권시장에 참가하는 투자자들의 재산상 손실 위험성을 초래한 중대 범죄”라고 엄중하게 비판까지 했다.

물론 더욱 무거운 것은 입시 비리와 관련한 7가지 혐의 모두에 대해 유죄 판단이 내려진 결과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조민씨와 관련한 단국대 의과학연구소 인턴 확인서, 공주대 생명공학연구소 인턴 확인서,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확인서, 부산 아쿠아펠리스호텔 실습 및 인턴 확인서, 동양대 총장 표창장, 동양대 어학교육원 보조연구원 연구활동 확인서를 모두 허위 서류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서울대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지원하면서 이 서류들을 제출한 건 업무방해와 위계공무집행방해 등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렸다. 또한 정 교수가 자산관리인이던 김경록씨에게 자택 컴퓨터 하드디스크 및 동양대 PC를 반출해 따로 보관하게 한 증거은닉 교사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더 이상 “그까짓 표창장 하나 위조한 것 갖고 징역 4년인가”라는 지지자들의 궤변으로 덮을 일이 아니다. 2심 재판부는 입시 비리 혐의에 대해서는 “교육기관의 입학사정 업무를 방해하고 입시제도의 공정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믿음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입시 비리는 우리가 사는 공동체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중대한 범죄행위이다. 어느 부모든 자식 사랑하고 좋은 대학 보내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지만, 아무나 그런 범법행위를 하지 않는다. 이런 행위가 심각한 사회적 해악으로 다루어져 엄중한 처분이 내려지지 않는다면 그 사회의 신뢰는 유지될 수 없다. 

정경심 교수에게 징역 4년형이라는 무거운 형이 내려진 이유도 그런 것일 게다. 더구나 조 전 장관 부부는 끝까지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들의 위법행위를 은폐하려고 했다. 2심 재판부도 “피고인은 재판 내내 입시제도 자체가 문제라는 태도로 범행의 본질을 흐리면서 피고인 가족에 대한 선의로 사실과 다른 내용의 확인서를 작성했을 사람들에게 책임을 전가했다”고 질책했다. 결국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반성하지 않는 태도가 정 교수에게 더 무거운 형이 내려지도록 만든 셈이다.

조 전 장관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진실을 덮으려 하고, 배우자에게 더 무거운 징역형이 내려지는 결과를 초래한 광경을 좀처럼 이해할 수 없다. 지나고 나면 덧없는 명예라는 것이, 조 전 장관에게는 다른 무엇에 우선할 정도로 그렇게 중요한 것이었을까. 법정에서 진실과는 다른 증언을 하도록 압박받으며 고통받았을 주변의 많은 사람들은 무슨 죄란 말인가. 2심에서도 그랬고, 조 전 장관이 대법원에 상고해서 다투겠다는 것이 ‘위법수집증거의 증거능력’이라는 사실은 참으로 민망하다. 그 증거의 사실성에 대해서는 다툴 자신이 없으니, 통째로 증거로 채택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 밖에 없다는 의미로 들려왔기 때문이다. 

이제는 조국 전 장관이 국민에 대한 예의를 갖출 때이다. 대법원에 항고해서 법리적 방어는 계속 하더라도, 확인된 위법 사실들에 대해서는 잘못을 뉘우치고 국민에게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마땅하다. 그동안 정의를 지키는 투사라도 된 것 같은 모습의 조 전 장관을 SNS에서 보노라면, 그가 그토록 당당한 이유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독립운동 하다가 감옥간 것이 아니라, 입시비리 했다가 감옥간 것 아닌가. 설혹 그의 주장대로 윤석열 검찰의 수사가 지나쳤다 한들, 그렇다고 가족의 위법 행위들이 떳떳할 아무런 이유도 없다. 

조국 전 장관은 2심 선고에 대해 “가족으로 참으로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그 심정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그렇다 해도 국민에 대한 사죄의 말 한 마디는 있었어야 했다. 이 나라가 언제까지 ‘조국의 시간’에 갇혀있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언제부터인가 ‘조국’이라는 이름은 진영 간의 분열과 갈등을 표현하는 상징어가 되어버렸다. 1심과 2심 재판부가 오랜 시간에 걸쳐 수많은 증인들과 증거들을 통해 내린 깨알 같은 판단들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대체 어떤 방법으로 진실을 찾을 수 있단 말인가. 이제 승복할 것은 승복하고 조국의 긴 터널에서 벗어나야 할 때이다. 조 전 장관에게만 하는 얘기는 아니다. 법원의 판결조차 받아들이지 않으며 여전히 ‘조국 엄호’에 여념이 없는 여당 대선 주자들도 마찬가지이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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