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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선 칼럼] 언론중재법 논란, 악법을 대하는 민주당의 이율배반의 역사

테러방지법, 사드, 그리고 언론중재법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2월 23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여당인 새누리당이 테러방지법의 국회 본회의 강행 처리에 나서자 표결을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 (무제한 토론)에 나섰다. 민주당은 테러방지법이 인권침해와 권력남용을 초래할 악법이라며 9일간에 걸쳐 38명의 의원이 총 192시간 27분 동안의 반대토론에 나서는 초유의 기록을 세웠다. 결국 새누리당이 다수의 힘으로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야당 의원들의 필리버스터는 여론의 반향을 불러일으켜 많은 사람들은 테러방지법이 악법이라고 믿기에 이르렀다.

그로부터 1년 3개월도 지나지 않아 정권은 바뀌었고 문재인 대통령의 민주당 정부가 들어섰다. 하지만 집권 여당이 된 민주당의 어떤 의원도 그 뒤로 테러방지법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이제는 171석의 거대 여당이 된 민주당은 마음만 먹으면 어떤 법이든 자신의 뜻대로 만들 힘을 보유하고 있다. 실제로 민주당은 그 힘을 사용해 야당이 반대하는 쟁점법안들을 강행 처리해왔고,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언론중재법 또한 그러하다. 자신들이 악법이라고 규정했던 테러방지법도 마음만 먹으면 원하는대로 개정할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의 누구도 더 이상 아무도 테러방지법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그 때 민주당 의원들의 필리버스터를 지켜보면서 테러방지법이 악법이라 믿고 그들을 응원했던 많은 사람들은 그 때 대체 무엇을 했던 것일까. 바보가 되어버린 느낌을 떨칠 수가 없다. 민주당이 야당이었을 때는 테러방지법이 악법이었지만, 이제 여당이 되었으니까 선한 법이 된 것일까.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도 비슷한 경우이다. 사드 배치가 정국의 최대 쟁점이 되었던 2016년, 민주당 의원들 대다수는 사드의 국내 배치에 반대했다. 김한정, 김현권, 박주민, 소병훈, 표창원 등 6명의 민주당 의원들은 그해 8월 경북 성주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해 가발을 쓰고 노래와 춤으로 주민들의 호응을 받았다. 그 때 민주당 의원들은 “강력한 전자파 밑에서 내 몸이 튀겨질 것 같아’라는 개사곡도 불렀다. 중국과 북한을 자극하고 전자파 위험이 있는 사드 배치는 지극히 위험하다는 것이 민주당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몇 달 되지 않아 성주 사드 배치는 그대로 시작되었다. 주민들은 사드 레이더 전자파로 인해 주민들의 암 발생이 급격하게 늘었다며 지금도 사드 배치 결정 철회를 요구하고 있지만, 민주당 의원 누구도 더 이상 사드를 입에 담지 않는다. 이 또한 야당일 때 다르고 여당 되니 다른 민주당의 모습이다.

논란의 한복판에 있는 언론중재법도 그런 법이다. 만약 민주당이 야당이었을 때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가 이런 법안을 밀어붙였다면 필경 ‘언론자유를 탄압하는 악법’이라며 결사저지를 선언하고 필리버스터에 들어갔을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이제 집권한 권력이다. 국민들은 잠들어 있는 새벽 4시에 법사위에서 여당 단독으로, 그것도 독소조항들을 더욱 강화한 내용으로 수정하며 기어코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겠다고 다짐하고 있는 민주당이 되었다. 과거에 우리가 기억하던 민주당이었다면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장면이다. 입만 열면 ‘촛불’을 말하던 집권세력이 ‘언론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악법’이라는 반발을 낳고 있는 법을 밀어붙이고 있다니, 이런 블랙 코미디가 어디 또 있겠는가.

민주당의 이런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지켜보노라면 애당초 민주당에게 필요했던 것은 지지자들을 결집시켜 투쟁을 하기 위한 ‘가상의 적’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돌아보면 테러방지법을 악법으로, 사드 배치를 악한 정책으로, 그리고 언론사들을 징벌해야할 가짜뉴스의 주범으로 규정함으로써 계속 싸워나갈 대상을 만들어내고 지지자들을 모아가는 것이 민주당이 정치하는 방식이었다. 민주당에게는 언제나 적이 필요한 모습이다. ‘윤석열 검찰’이 무너지고 나니, 그때 투사가 되었던 정치인들이 이제 언론개혁의 전선으로 이동하여 다시 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러니 민주당의 투쟁은 여당이 되었어도 끝나지를 않는다. 투쟁하는 야당은 비장하기도 했고 그래서 종종 국민의 공감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여당이 되어서도 끊임없이 투쟁하려는 민주당의 모습은 위험천만해 보인다. 집권세력이 보여야 할 포용과 통합의 리더십은 볼 수 없고, ‘적과의 투쟁’ 의지만이 불타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으로서는 별로이다. 민주당은 야당이었을 때가 그래도 나았다. 그래서 다시 야당으로 돌아가려는 것인지, 언론중재법을 밀어붙이고 있는 민주당에게 묻게 된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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