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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선 칼럼] 문재인 정부 스스로 선거중립내각의 결단을 내릴 때

“전임 윤석열 총장과 손준성 검사의 관계는 매우 특별한 관계였다. 핵심적인 수사 대상이다.”

“수사정보정책관은 과거 범정(범죄정보과)을 포함해 검찰총장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인데 그걸 넘어서서 윤 전 총장과 손 담당관 사이에는 그 이상의 관계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최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고발 사주’ 의혹 수사에 대해 국회 답변에서 했던 말들이다. 대검 감찰부는 손준성 검사에 대한 진상 조사를 2주일째 계속하고 있지만 아직 고발장의 작성자와 전달자를 확인하지 못한 상태이다. 대검은 최소한 손 검사가 전달자일 것으로 판단했지만, 손 검사는 이를 강력히 부인하며 법적 대응까지 불사할 태세이다. 공수처도 본격 수사에 착수했지만 아직 압수물 분석 단계이고 역시 작성자와 전달자를 특정하지 못한 상태이다. 제보자 조성은씨가 김웅 의원과의 텔레그램 대화방을 폭파시켜, 저장된 캡처 이미지만 갖고는 진위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얘기도 나온다. 전달자를 역추적하는 것도 어려워졌다는 설명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서울중앙지검도 중복 수사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수사에 착수했지만 아직 시작 단계일 뿐이다.

이렇게 아직 사건의 실체가 확인되지도 않았고 구체적인 혐의가 드러난 것도 없는 상황에서 검찰총장을 지휘. 감독하는 법무부 장관이 공개적으로 사건의 성격을 예단하고 수사의 방향까지 언급하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한 일이다. 사건 수사에 대한 개입 혹은 압박이라는 해석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박범계 장관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이기도 하다. 대선을 앞두고 누구보다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공정한 대선관리를 책임져야 할 법무부 장관 자리에 여당 정치인이 있는 것 자체가 문제이다. 대선 때만이라도 중립적인 인사를 기용하여 선거중립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보였어야 했다. 하지만 그러한 시선은 의식하지 않고 박 장관은 대선에 엄청난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이 사건 수사에 대해 여당 정치인 같은 말을 일삼는다. 이래가지고 검찰의 조사나 수사를 통해 어떤 결과가 나온들 얼마나 공정성과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단지 법무부 장관 자리만이 문제가 아니다. 선거관리를 책임지는 자리인 김부겸 국무총리,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모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이다. 과거 어떤 정부에서도 대선을 앞두고 이들 세 자리 모두를 여당 소속 정치인들이 맡았던 것을 본 적이 없다. 오히려 대선이 가까워지면 중립적이고 비정치적인 인사들을 주로 기용했던 자리들이다.

1992년 대선을 앞두고 임기말의 노태우 대통령은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했다. 교육학자였던 현승종 국무총리를 기용하여 선거중립내각 요구를 수용했다. 당시 한준수 충남 연기군수의 관권선거 폭로가 중립내각 구성 요구를 촉발시킨 영향이었지만, 어쨌든 노 대통령은 선거중립을 의식하는 선택을 했던 것이다. 2016년 6월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도 당 대표 출마선언을 하면서 "공정한 대선관리를 위해 박근혜 대통령의 새누리당 탈당과 내각 총사퇴 후 선거중립내각 구성을 요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렇게 진영을 불문하고 선거중립내각 요구는 대선이 가까워지면 등장하는 익숙한, 그리고 설득력있는 요구였다.

윤석열 전 총장을 겨냥한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자 윤석열 캠프 측에서는 “문재인 정부에 선거 중립 내각 구성을 요구한다”며 박지원 국정원장을 비롯해 박범계 법무부 장관,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김오수 검찰총장, 김진욱 공수처장, 김창룡 경찰청장, 정연주 방송통신위원장을 일괄 사퇴시키고 중립적인 인사로 교체하라고 요구했다. 이미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9월 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대선을 앞둔 선거중립내각 구성을 요구한 바 있다. 김 원대대표는 당장 박범계·전해철 장관부터 교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야당의 대선 후보와 그 주변을 겨냥한 수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나 하나가 대선에 미칠 영향이 큰지라 공정한 수사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크다. 혹여 편파수사 논란이라도 대두된다면 이를 둘러싼 극심한 갈등과 대결이 대선정국에서 초래될 것이 우려된다.

꼭 야당이 요구해서가 아니라, 문재인 정부 스스로가 선거중립 의지를 국민에게 보이기 위해서라도 선거중립내각의 결단을 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폭이 넓을수록 좋지만, 현실적으로 국정의 안정성을 감안한다면 최소한 선거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법무부 장관과 행안부 장관은 교체하여 중립적인 인사를 기용하는 것이 옳다. 과거 정부들도 보여왔던 선거중립 의지에 대해 유독 문재인 정부가 아무런 말과 행동이 없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대선을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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