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확장재정 통해 공적이전소득 늘려야” 의견, 文 “기업, 특히 중소기업들 많이 만나보라”
李 “우리 민주정치사에 유례없이 높은 대통령 지지율, 참 놀랍다”, 文 “다행”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차담 회동을 하고 있다.[사진=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차담 회동을 하고 있다.[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와의 비공개 차담에서 이 후보가 지난 대선후보 경선 당시 문 대통령에 대한 네거티브 공격에 대해 사과하자 “이제 1위 후보가 되니까 그 심정 아시겠죠”라며 화답했다고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이 전했다.

이 수석은 이날 오후 문 대통령과 이 후보 차담 관련 브리핑에서 “이재명 후보가 따로 뵐 기회가 있으면 마음에 담아 둔 얘기이고, 꼭 드리고 싶었다는 말을 했는데, 지난 대선 때 ‘제가 모질게 한 부분이 있었던 것에 대해서는 사과한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하자 문 대통령이 편하게 사과를 받으며 이같이 말했다고 했다.

문 대통령과 이 후보 차담은 오전 11시부터 11시 50분까지 약 50분 동안 진행됐다. 공개대화가 약 10분 가까이 하고난 후 비공개 대화 내용에 대해 이 수석은 먼저 “대통령께서 코로나 위기 때문에 디지털 전환이 좀 빨라졌고, 기후위기 대응도 가속화되는 그런 역사적 위치에 우리가 처해 있는데, 사실 따지고 보면 이 짐은 현 정부가 지는 것보다는 다음 정부가 지는 짐이 더 클 것 같다”는 점을 말했다고 했다.

이 수석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는 문 대통령의 말을 받아 농담 삼아 “그 짐을 제가 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문 대통령은 또 코로19 위기로 “대한민국을 새롭게 발견하는 계기가 된 것”이라며 “국민들의 협조 덕분에 이루어진 것이지만 보람을 느낀다”고 감회를 얘기했다.

이에 이 후보는 “코로나 위기 극복이 잘 된 것은 정부 능력과 국민 협력이 한 데 어우러져서 잘 맞아서 이루어진 성과”라고 말한 뒤 “경제발전이나 문화강국, 군사대국으로 만든, 그런 큰 기조들이 자리 잡게 만든 것은 다 문재인 대통령의 노력 덕분”이라고 문 대통령의 국정 성과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앞서 공개 모두발언에서 밝히 대선 정책경쟁과 관련해 “언론은 정책보다는 다투는 것이라든지, 네거티브한 측면들 보도를 많이 해 주니까 정책은 아무리 얘기해도 빛이 안 나는데, 그래도 정책을 통해서 경쟁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며 “변화의 속도가 빠른 시대이기 때문에 정책도 과감하게 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후보는 “가끔 제가 놀라는 건데, 대통령과 제 생각이 너무 일치해서 놀랄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또 양극화 심화, 서민경제의 어려움을 짚은 뒤 “확장 재정을 통해서 공적이전소득을 늘려가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어 “정부 재정을 통해서 국민들이 본인 삶이 조금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게 해줘야 되는 것 아니냐”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서 여전히 재정의 역할이 작지 않느냐, 확장 재정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강조했다.

이 후보의 의견에 문 대통령은 “기업들을 많이 만나보라”고 권하며 “대기업들은 굉장히 좋아서 자기생존을 넘어 아주 대담한 목표까지 제시하는데, 그 아래 있는 작은 기업들, 대기업이 아닌 기업은 힘들다. 자주 현장을 찾아보고 그 기업들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어떻게 도와줄 것인지에 대해서 많이 노력해 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이 후보가 “우리 민주정치사에 유례없이 높은 지지율, 전례 없는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참 놀랍다”며 말하자 “다행”이라고 답했다. 이철희 수석은 이 후보의 언급을 덕담 차원으로 얘기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이 후보가 지난번에 만났을 때에 비해 얼굴이 좀 좋아졌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이제는 피곤이 누적돼서 도저히 회복이 되지 않는다. 현재도 지금 이 하나가 빠져 있다”며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일종의 극한직업이라 체력 안배도 잘해야 되고, 일 욕심을 내면 한도 끝도 없더라”고 말했다.

이 수석은 50분 차담 중 대장동 관련 발언 또는 부동산, 대북문제 등 정치 현안 관련 논의가 없었느냐는 질문에 “대장동의 ‘대’ 자도 안 나왔다”며 “선거운동으로 해석될 수 있는 얘기는 일체 안 하는 것으로 서로 양해했기 때문에, 일체 그렇게 오해될 수 있는 발언은 일체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결정되면 회동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제 입장에서 단호하게 가부를 말하기는 어렵다. 요청이 있으면 적극 검토할 것”이라며 “대통령이 여야를 막론하고 어떤 후보를 만나거나 어떤 정치인을 만나는 것 자체가 그 행위 자체가 선거법이 금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오해가 없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수석만 회동 배석자로 참석한 부분에 대해선 “통상은 비서실장도 참석하는 것이 맞지만 운영위 국감이라는 특수 사정이 있어서 그렇게 된 것”이라며 “과거 전례에 비춰보면 참석자가 많을 경우에는 말을 서로 다르게 듣고 또는 다르게 해석하는 경우들이 더러 있는 것 같아서 아예 오해를 피하면 좋겠다 싶어서 그렇게 했다”고 설명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