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하반기부터 ‘교차판매’ 지우고 ‘고객기반’ 신설
김한정 의원 측, “진일보한 대책이나 실효성은 따져봐야”

기업은행이 영업점 평가 기준에서 '교차판매' 항목을 삭제했다. <사진=IBK기업은행> 
▲ 기업은행이 영업점 평가 기준에서 '교차판매' 항목을 삭제했다. <사진=IBK기업은행> 

 

[폴리뉴스 고현솔 기자] IBK기업은행이 영업점을 평가하는 기준에서 ‘교차판매’ 항목을 삭제했다. 기업은행 측은 고객의 선택권을 넓히기 위해 지표를 변경했다는 입장이다. 이는 지난해 국내 은행들 중 ‘대출꺾기 의심거래’가 가장 많다는 질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KPI에서 ‘교차판매’ 실적을 평가하지 않는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2020년 하반기부터 기업 및 개인 고객에 대한 교차판매 지표가 폐지됐다”며 “주거래 고객과 같은 관련 지표를 하나로 통합한 ‘고객기반’ 지표를 신설했다”고 말했다. 고객을 대상으로 얼마나 많은 상품을 판매했는지 평가하기보다는 전체적으로 고객을 얼마나 확보했는지를 보겠다는 취지다.

교차판매란 은행이 하나의 금융창구에서 여러 가지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전략을 말한다. 기업은행은 교차판매를 평가지표에서 폐지한 이유로 ‘고객 선택권 확대’를 들었다. 이른바 ‘꺾기’(고객의 의사와 상관없이 은행이 다수의 상품 가입을 사실상 강제하는 것) 의심을 차단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행은 국내 은행들 가운데 꺾기 의심 거래가 가장 많은 곳으로 지적받았다.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3선·인천 남동을)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의하면 2017년부터 2020년 상반기까지 기업은행의 꺾기 의심 거래는 금액 기준 16조 6252억원, 건수 기준 26만 8085건이다. 각각 은행권 전체의 37.8%, 30.2%를 차지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금융지원에서도 기업은행의 꺾기 의심 거래가 다수 발견되었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재선·경기 남양주을)실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4월부터 6월까지 실행된 코로나19 1차·2차 대출 과정에서 기업은행의 꺾기 의심 거래 건수(대출 전후 2개월 내 금융상품 가입현황)는 9만6000건으로 전체의 42.1%를 차지했다.

당시 횡행한 ‘꺾기’영업의 원인으로 교차판매에 대한 높은 KPI 배점이 지목되었던 만큼, 기업은행은 지표 변화를 통해 관련 의혹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예전에는 교차판매 실적을 위해 상품을 권유하는 경우가 있었다면 이제는 지점별 환경이나 수요에 맞게 상품판매가 이루어진다”며 “고객 중심의 영업문화 확립을 위해 지표를 통합해 기준을 완화한 것”이라 전했다.

기업은행의 교차판매 실적 KPI 폐지에 대해 김한정 의원 측은 "진일보한 대책"이라 평가했다. 관계자는 "중소기업을 주로 상대하는 기업은행이 (꺾기 의심 사례가) 많은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 (KPI에서 교차판매 항목을 폐지한 것은) 꺾기를 방지하기 위한 효과적인 대책 중 하나로 보인다"며 "추후에 실제로 꺾기가 얼마나 줄어들었는지는 통계를 내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도 긍정적인 반응이다. 소상공인연합회측은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 속에서 소상공인들은 대출에 기댈 수 밖에 없는데, 담당자들의 교차판매 권유가 부담이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교차판매를 실적에서 제외함으로) 어려움에 처한 소상공인들이 부담없이 대출을 신청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더불어 “관련 제도들이 확대 시행돼 소상공인들이 부담없이 대출을 신청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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