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0일, 이제 대선까지 약 90일이 남았습니다. 많은 논란이 난무했던 양당의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이 마무리되면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이재명과 윤석열, 그야말로 건곤일척의 전면전이 본격화되는 상황입니다. 오늘은 여론조사의 흐름을 중심으로 3개월을 앞둔 20대 대선의 현 상황을 살펴보겠습니다.

D-100일인 11월 29일을 전후하여, 여론의 흐름이 확연히 바뀌었습니다. 11월30일부터 12월2일까지 실시한 갤럽의 조사결과는 이재명과 윤석열 후보 지지율이 36% 동률로 나타났습니다. 불과 2주전 조사에서 이재명 31%, 윤석열 42%, 두자릿수 격차를 보인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가 아닐 수 없습니다. KBS가 D-100일에 맞춰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조사결과도 35.5%로 동률이었고, 당선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오차범위 내지만 오히려 이재명 후보가 소폭 앞서는 결과도 나왔습니다. 4개여론조사 기관 NBS 조사결과도 1%p의 박빙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전화면접 조사는 두 후보 지지율이 ‘완전히 붙었다’는 수준이었습니다. 

11월 5일 국민의힘 대선후보 윤석열이 결정된 후, 이른바 컨벤션효과가 여론을 지배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리얼미터를 비롯한 ARS조사의 경우 거의 15%p 내외의 격차로 윤석열 후보가 치고나가며, 윤석열 대세론이 자리잡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뒷받침했는데, D-100일을 전후해서는 대부분 조사에서 오차범위 이내로 격차가 줄어드는, 반전의 모습을 보였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2030의 지지율입니다. 2030이 스윙보터로서 이번 대선의 승부를 가를 것이라는 전망이고, 부동층이나 ‘지지후보를 바꿀 수 있다’는 비중도 가장 높은데, 지금까지는 윤석열 후보가 우위를 보였습니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갤럽의 조사를 보면 30대는 물론 20대에서도 이재명후보가 소폭 앞서는 결과를 보였습니다. ARS에서는 윤 후보가 20대에서 여전히 우위지만 30대는 이 후보의 우위로 돌아선 결과가 많습니다. 또한 제가 지역민심을 대변하는 것으로 늘 유심히 지켜보는 것이 자영업자층입니다. 같은 조사에서 자영업자층 지지율은 43%로 두 후보가 동률이었습니다. 2030과 자영업자 층에서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후보를 따라잡는 흐름이 확인되고 있은 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3일 전북 전주시 한옥마을을 방문, 매타버스에서 내리며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3일 전북 전주시 한옥마을을 방문, 매타버스에서 내리며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러한 여론 흐름의 변화에는 두가지 변수가 작용했습니다. 우선 ‘이재명의 민주당’을 내세운 민주당 선대위 재편과 후보의 광폭행보가 여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11월 초 일찌감치 원팀을 내세운 매머드급 선대위를 출범시켰지만, ‘후보만 뛰고 선대위는 보이지도 않는다’는 비판에 직면했던 민주당은, 11월 하순 들어 후보 중심의 슬림한 선대위로 전면적인 변화를 택했습니다. 

기존 선대위의 중진의원들이 지역일선에서 백의종군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주요 당직자들이 일괄사퇴했습니다. 대장동 의혹에 갖혀 다소 수비적인 태도를 보이던 이재명 후보도, 선대위 개편과 함께 ‘매타버스’를 타고 전국을 순회하며 수많은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현재까지의 결과를 보면 국민의 눈높이에서 움직이는 기민한 선거운동이 실질적인 여론변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입니다. 최대의 스윙보터층으로 평가되는 2030 지지율에서 윤석열 후보를 소폭이지만 역전하는 모습이 그런 평가를 가능하게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변수는 국민의힘에서 제공했습니다. 치솟는 지지율에 도취된 듯, 윤석열 후보 선출 후 한달 간 국민의힘은 자중지란에 휩싸였습니다. 이미 승리를 확신하는 분위기 속에,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보궐선거와 이어지는 지방선거 공천권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는 추측이 난무했습니다. 

인터뷰 등을 통해 윤석열 후보의 논란 많은 의견들이 언론에 회자될 뿐, 당 차원의 대선 메시지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한달이 흘렀는데, 그 가운데 ‘3김 선대위’의 인선이 최대 이슈로 부각되고, 이른 바 ‘당대표 패싱’ 논란으로 대선후보와 이준석 당대표 간의 갈등이 노골화되었습니다. 

이런 과정을 지켜보는 여론은 냉정했고, 분명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D-100일의 여론이 그것이었고, 자연스럽게 국민의힘과 윤석열 후보의 위기의식을 불러왔습니다. 극적인 타결이라는 11월 3일의 ‘울산회동’은 그 위기의식이 낳은 결과물이라 할 것입니다. 

분란을 지켜본 국민들에게 갈등 당사자, 누구의 책임이 더 큰가를 물었습니다. 12월 첫주 KSOI 조사에서 58.4%의 사람들이 윤 후보의 잘못이라고 지적했는데, 한 가지 주목할 점은 국민의힘 지지층은 이준석 당대표의 책임이 더 크다고 답변했습니다. 다른 조사기관의 결과도 비슷했는데, 당 내의 인식이 그러하다면 갈등을 무마한 결과가 외연 확장, 후보나 당 지지율 상승으로 직접 이어지기 어렵다는 추측이 가능해 보입니다.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 공원 KSPO돔에서 열린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왼쪽부터),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윤석열 대선후보, 이준석 상임선대위원장이 인사하고 있다.
▲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 공원 KSPO돔에서 열린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왼쪽부터),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윤석열 대선후보, 이준석 상임선대위원장이 인사하고 있다.

아무튼 12월 6일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주도하는 선대위가 발족했습니다. ‘김종인 별동대’로 불리는 총괄상황본부가 실질적인 주축인데, MB정부 대통령실장을 역임한 임태희 전 의원이 본부장을 맡고, 산하조직의 장에는 금태섭, 정태근, 김근식 등의 이름이 보입니다. 그야말로 김종인 체제의 선대위가 꾸려졌다고 보입니다. 

선대위 출범 후 김종인 위원장은 매일 다양한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정권을 교체해야겠다는 열망이 높아서, 우리 후보를 비롯해 선대위가 별다른 큰 실수만 하지 않으면 정권을 가져올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는데, 당 지지층에게 힘이 되는 메시지로 공유되는 듯합니다. 7일에는 ‘차기 대통령의 과제’ 정책제안서 1호를 발표했는데, 저출산 문제 해결을 최우선 국가 과제로 제시했습니다. 이어서 약자와의 동행과 함께 증세 문제를 거론했습니다. ‘경제에서 공정을 찾지 못하면 사회전체가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면서 ‘공정경제 실현을 시장 경제 원리에 따라서 한다는 것은 아무 것도 안 하겠다는 이야기’라고 강조했습니다. 

‘경제민주화’의 전도사로서 ‘큰 정부’의 기조를 유지하자는 논조인데, 불평등과 불균형에 노출된 국민들을 생각하면 선택의 여지가 없는 선거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윤석열 후보가 그동안 언급해 온 경제이슈의 관점과는 차이가 크고, 기본적으로 자유시장경제와 ‘작은 정부’를 강조하는 보수층의 가치 틀에서도 벗어난 모습입니다. 어제는 연합정부 구성을 언급했는데, 윤석열 후보가 이에 대한 즉답을 피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김종인의 메시지를 야권 전체의 의지로 가져가기까지는 다소 난관이 있어 보입니다. 

국힘의 현재 구성이나 운영 방식을 두고, 김종인 라인과 윤석열 검찰 라인의 갈등이 잠재되어있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김종인 선대위 출범에 합의했지만, 문제의 출발점이 된 김병준 공동선대위원장 선임이나, ‘윤핵관’이란 사람들에 대한 가시적인 조치가 없었다는 점에서도 일견 타당한 지적이라고 생각됩니다. 최근 이슈가 된 노재승 문제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습니다. 

결국 ‘김종인표 메시지가 국힘의 외연 확장으로 이어질까’라는 문제가, 이러한 잠재적 위험이 다시 불거져 나올지 결정하는 관건이 될 듯 합니다. 즉 선대위의 초기 성과가 여론의 호응을 얻을 수 있는가 여부에 따라, 국민의힘 대선 전략은 또다른 파란을 겪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며칠 되지 않았지만, 국힘 선대위 출범에 대해 여론은 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국힘 선대위 출범 후인 6~7일의 조사 결과 2개가 발표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가 갤럽에 의뢰한 조사에서 대선후보 지지율은 윤석열 36.4%, 이재명 36.3%, 사실상 동률입니다. YTN 의뢰로 리얼미터가 조사한 결과는, 윤석열 45.3%, 이재명 37.1%였지만, 열흘 전 같은 조사에 비해 격차가 소폭 줄어들었습니다. 

저희 폴리뉴스도 리얼미터에 의뢰하여 울산회동 직후인 4~5일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후보지지도는 윤석열 42.3%, 이재명 38.4%로 3.9%p 격차의 오차범위내 경합을 보였는데, 당선가능성에서는 윤 후보 45.0%, 이 후보 44.7%로 박빙이었습니다.

[출처=전국지표조사(NBS)]
▲ [출처=전국지표조사(NBS)]

6~8일 조사한 4개사 전국지표조사에서는 이재명 38%, 윤석열 36%, 11월 이후 처음으로 동 조사의 다자대결에서 이재명 후보가 앞서는 결과도 나왔습니다. 당선 전망도 39% 동률로 나타났는데, 여론조사 전반적으로 김종인 선대위 출범의 즉각적인 효과는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아무튼 김종인의 메시지를 통해, 이제 20대 대선의 본격적인 정책 대결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판세를 결정할 관건이 TV토론이라고 많이들 지적하는데, 국민의힘은 ‘TV토론 횟수 최소화’로 방침을 정한 듯 합니다. 제 생각에는 이에 대해 국민들의 엄청난 반발에 직면하리라고 봅니다만, 아무튼 그만큼 메시지 스피커로서 김종인 위원장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자칫 대선의 전선이 ‘이재명-윤석열’이 아닌 ‘이재명-김종인’으로 형성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11월부터 시작된 위드코로나 정책으로 신규감염자수 7천명을 초과할 정도의 위기가 초래된 상황입니다. 최근 며칠간의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과는 다르게, 대통령 국정지지도와 민주당 지지율이 하락한 원인으로 보입니다. 정권교체 여론이 우세한 상황에서, ‘보다 나은 4기 민주정부’를 외치는 대선후보 이재명의 차별화 포인트가 어디로 가야하는지 고민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현재 박빙인 여론 흐름을 고려하면, 20대 대선은 ‘이제 시작’이고, ‘같은 출발선에서 90일 선거전에 나섰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최근 한 주간 제3지대의 움직임도 눈에 띄었습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만나, 결선투표제를 합의하고 기득권 양당에 맞선 새로운 정치실현을 위해 연대한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그리고 진보당 김재연 후보가 민주노총, 정의당, 다른 진보정당까지 함께 하는 진보연대와 후보단일화까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후보단일화의 시점은 설 이후 민심이 드러나는 2월이 되지않을까 생각하는데, 보수정당, 제3지대, 또 한편으로 과거와 같은 민주당과 정의당의 단일화까지 가능성은 열려있습니다. 

향후 대선전은, 신년초 여론조사, 2월 초 설 여론조사, 그 이후 후보단일화까지, 3단계 정도의 변화 포인트를 예상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출발선에 있는 20대 대선, 우리 국민의 운명을 결정할 분기점이라면 반드시 국민의 현명한 선택이 따라올 것이라 확신합니다. 

본 정국진단에서 인용한 여론조사 결과는 모두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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