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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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뉴스 고현솔 기자] 연말 인사시즌을 맞이한 금융권의 임원인사 발표가 한창이다. 경쟁사 출신 인물을 영입하거나 40대를 부사장에 승진시키는 등 올해 금융권 인사의 핵심키워드는 ‘파격’과 ‘세대교체’다.

눈에 띄는 것은 여성임원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신한은행 공채 1기로 입행해 신한 DS CEO의 자리에 오른 조경선 신한은행 부행장, 금융감독원 부원장보에 임명되며 첫 내부출신 여성임원이 된 김미영 불법금융대응단장 등 민관을 가리지 않고 꾸준히 여성임원인사가 발표되고 있다.

여성임원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금융업계는 성평등 측면에서 아직 걸음마 단계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곳 은행의 전체 임원수는 115명이지만, 여성임원은 8명으로 파악된다. 주요 금융지주 여성임원 비중은 7% 수준에 그친다. 은행장이나 차기 회장 후계자로 거론되는 인물은 거의 모두 남성이다. 아직까지 금융업계의 유리천장은 단단한 편이다.

연공서열과 남성중심의 업권 문화 등 보수적인 문화가 그 배경으로 꼽힌다. 인원 자체가 적어 여성이 임원으로 선임되기 어려운 환경이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 여성이 결혼하면 일을 그만두는 분위기가 강해 CEO, 임원 급으로 남아있는 여성인력이 적다”고 말했다. 현실에 가로막혀 회사를 그만두는 여성이 많아지면서 역량을 갖춘 여성인력을 찾기 어려워진 것이다.

금융회사들은 여성임원 육성에 힘쓰고 있다. 세계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 중 지배구조 분야에서 여성의 경영참여를 중요한 평가요소로 반영하는 일이 많아지면서다. KB국민은행의 ‘KB WE’, 신한금융지주의 ‘신한 쉬어로즈’ 등 금융회사들은 여성임원 비중 확대를 위해 여성 인재 육성 프로젝트 등을 진행하고 있다.

정치권도 기업 내 최소한의 여성임원 선임을 보장하기 위한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월 국회 본회의에서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에 따라 내년 8월부터 자산 2조원 이상인 주권상장법인은 이사 전원을 특정성별로 구성할 수 없다.

중년 남성 일색인 이사회에 여성임원이 소수 포함된다고 해서 당장의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다. 그러나 오늘날 경영진의 다양성은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여성을 젖소에 비유한 광고로 논란을 빚은 서울우유가 이를 방증한다. 서울우유의 홈페이지에 소개된 임원 모두는 중장년 남성이었다.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는’ 부족한 조직 내 감수성은 해당 영상이 기획·촬영·공개되는 기업의 공적 의사결정 과정에서 잘못된 판단을 거르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다양한 구성원으로부터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야 다양한 고객의 예상반응에 적극적으로 대비하고 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 금융회사 각각의 작은 두드림이 모이면 견고한 유리천장은 깨지기 마련이다. 느리지만 조금씩 변하고 있는 금융업계의 우먼파워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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