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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선 칼럼] MBC ‘스트레이트’의 김건희 방송이 남긴 것

“빈 수레가 요란했다.”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 내용을 공개한다 하여 대선판을 긴장시켰던 MBC ‘스트레이트’ 방송이 끝나고 나온 반응들이다. 방송 전부터 떠들썩했던 분위기와는 달리, 별 내용없이 방송은 끝났다. 심각한 비리 내용이라도 나올 것으로 생각했던 시청자들로서는, “이거 뭐지?”하는 당혹감을 느끼게도 되었다. 시청자들의 기억에 남는 것은 윤석열이나 김건희의 어떤 비리나 잘못이 아니라, 김건희 쥴리가 아니었고 동거설도 사실이 아니더라는 판단을 내리게 되는 내용이었다.

그러니 방송을 전후하여 여야 지지층의 반응이 정반대로 바뀌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윤석열을 무너뜨릴 한방을 기대했던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MBC가 김건희 홍보방송을 해줬다’며 비난하는 분위기가 되었고,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MBC가 나라를 구했다’며 환호하는 분위기가 되었다. 이런 분위기라면 일각의 예상과는 달리 ‘김건희 방송’은 대선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게 된 것으로 판단된다. 어쩌면 무리한 방송에 대한 역풍으로 윤석열 지지층이 결집하는 방향으로 갈지도 모르겠다.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참으로 어이없는 소동이다. 이런 별 것도 없는 시시콜콜한 내용을 갖고 무슨 대단한 것이라도 있는 듯이 나라가 떠들썩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그냥 털털한 여인이 이런 저런 얘기 사적으로 나눈 것 이상의 뭐가 없었다. 대체 일요일 저녁시간에, 김건희가 사적으로 무슨 대화를 나누었고, 무슨 시시콜콜한 얘기를 주고받았는지를 국민들이 알아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전파낭비요 시간낭비였다.

물론 김건희씨의 대화 내용 가운데는 부적절한 것들도 분명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미투에 관한 발언이었다. 김건희씨도 그것을 알기에 이에 대해서는 서면을 통해 사과를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특히 안희정 전 지사 관련 발언에 대해서는 피해 여성에게 다시 한번 사과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이는 당사자의 선택일 뿐 공론의 장에서 길게 얘기하고 싶지 않은 이유는, 비윤리적으로 녹음되고 건네진 사적인 대화 내용을 방송으로 내보낸 행위가 자체가 대단히 잘못이었기 때문이다. 방송된 내용을 갖고 길게 얘기한다는 것은 그런 방송을 받아들인다는 의미가 될 수 있기에, 그 내용에 관한 얘기들이 공론의 장에서 길게 논의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 우리는 그 방송 자체가 이미 오염된 것이기에 통째로 기각하는 것이 옳다.

무엇보다 기막힌 것은, 사전에 치밀한 모의와 계획으로 함정을 파고 대화를 녹음하고 건네준 인물을 마치 의로운 공익제보자라도 되는듯이 방송에 출연시킨 공영방송 MBC의 모습이었다. 김건희의 대화 내용에서 옳고 그름을 따지기 이전에 그렇게 비윤리적으로 만들어진 내용을 방송으로 내보낸 MBC의 모습을 비판하는 것이 순서이다. MBC의 이번 보도는 정치적 반대편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을 공영방송이 보였다는 점에서, 한국 저널리즘의 현주소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라는 과제를 우리에게 던졌다. 이제 김건희의 사적 대화를 방송으로 내보냈으니, 이번에는 이재명 후보의 ‘형수 욕설’을 방송으로 내보낼 차례라는 얘기에 MBC는 뭐라고 답할 것인가.

MBC는 문제의 파일이 본인도 모르게 녹음되고 건네진 사적 대화임을 아는 순간, 뚜껑을 열지 않고 땅에 묻었어야 했다. 이제 진짜로 검증받아야 할 것은 김건희가 아니라 공영방송이 되어버린 모습이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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