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코, 방사청 출신 상임이사 임명
예보, 친여권 임원 4명으로 늘어

예금보험공사. <사진=연합뉴스>
▲ 예금보험공사.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고현솔 기자] 금융공기업 이사회에 정계 출신 인물이나 비전문가가 줄줄이 임명돼 ‘낙하산 인사’ 논란이 일고 있다. 임기 말 친정부 인사를 챙겨주는 행태가 지나치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올해 하반기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으로 이러한 병폐에 제동이 걸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자산관리공사(이하 캠코)는 지난 14일 주주총회를 열고 원호준 전 방위사업청 무인사업부장을 상임이사로 임명했다. 원 신임 이사는 기업 부실채권 인수, 취약기업 구조조정 등과 관련한 업무를 총괄하는 기업지원본부장을 맡는다.

캠코 노조는 20여년간 무기 개발 및 계약을 맡아온 원 이사의 이력이 캠코의 업무와 연관되지 않는다며 즉각 반발했다. 노조는 “내정자의 경력을 보면 누구도 해당 인사가 금융 부실을 해결하는 공공기관의 적임자라고 보기 어려울 것”이라며 “출근 저지와 퇴진 운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김승태 캠코 노조위원장은 “한국자산관리공사 금융본부 담당임원에게 국방부 출신 인사를 앉히는 것은 누가 봐도 어불성설”이라며 “이런 인사를 감행하는 것은 전체 공공·금융 노동자뿐 아니라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캠코 측은 지난 16일 “(상임이사) 예정자는 방위사업청에서 쌓아온 공직 경험과 산업기술 전문성을 감안해 임명 후 중소기업과 사업재편기업을 지원하는 기업지원본부장을 맡을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예금보험공사(이하 예보)도 낙하산 인사 논란에 휘말렸다. 지난달 30일 신임 비상임이사(사외이사)로 김정범 법무법인 민우 변호사를 임명하면서다. 김 신임 이사는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이사, 한국문화진흥주식회사 비상임감사,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 등을 지냈다.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했고, 19대 총선에서는 통합민주당 예비후보로 출마한 이력도 있다. 

김 이사가 임명되면서 정치권 출신 예보 임원은 4명으로 늘었다. 앞서 임명된 박상진 상임이사와 선종문 사외이사는 21대 총선 때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로 출마했던 적이 있다. 또한 이한규 상임감사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에서 정책실장을 지냈다. 

금융권 안팎에선 정치권 출신 인사가 4명이나 금융공기업 이사회 자리를 차지한 것은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와 친정부 성향의 인사가 지나치다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권 말이 되면서 정계 인사가 이사회의 다수를 구성하고 전문성이 부족한 임원이 선임되는 등 금융권 ‘낙하산 인사’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공기업의 친정부 인사는 지난해부터 이어졌다. 한국성장금융은 금융 관련 전문성을 요구하는 자리에 비전문가를 앉히려다 물의를 빚었다. 황현선 전 청와대 행정관이 한국성장금융의 정책형 뉴딜펀드 등을 총괄하는 본부장으로 내정됐다가 여론을 못 이기고 사퇴했다.

수출입은행도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후배이자 대선 캠프에서 법률 자문을 맡았던 김종철 변호사를 감사로 임명했다. 지난해 임명한 2명의 비상임이사 중 1명도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변호사였다. 신용보증기금(이하 신보)에서 작년에 선임한 비상임이사 2명도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과 대선 캠프 경남선거대책위원장 출신이다.

일각에서는 지난 1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이러한 관행에 제동을 걸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해당 개정안은 공공기관 이사회에 노동자 대표가 참여하는 노동이사제 도입을 골자로 한다. 

금융권에서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는 공공기관은 총 5곳(서민금융진흥원·신보·예보·캠코·한국주택금융공사)이다. 이들 기관은 노동자 측 대표가 추천하거나 근로자 과반 이상이 동임한 비상임이사 1명을 임명해야 한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예탁결제원, 한국투자공사 등 기타 공공기관은 제외됐다.

김경수 사무금융노조 정책실장은 “정권 말 낙하산 인사로 인해 전문적인 능력이 필요한 금융공기업의 경영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며 “대표가 임명하는 방식이 아닌 구성원들이 논의를 거쳐 신규 이사를 선임하는 임추위를 통해 임명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통과한 공운법 개정안과 함께 낙하산 인사 금지법이 새로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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