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화정아이파크 외벽붕괴사고로 1745억원 손실
작년 학동참사 유족 피해 보상 등에 약 100억원 손실
노동 ·시민사회단체 "안전책임자 사내이사 선임 반대
주주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한눈 팔아 생긴 결과"

HDC현대산업개발 주주총회가 29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진행됐다. <사진=연합뉴스>
▲ HDC현대산업개발 주주총회가 29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진행됐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상준 기자]  광주 학동 재개발구역·화정동 붕괴 사고로 대규모 인명 피해를 빚은 HDC현대산업개발의 주주총회가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29일 개최됐다. 이날 주주총회에서는 광주에서 두 차례 연속 발생한 사고와 관련해 경영진에 대한 쓴소리와 경영진의 사과가 이어졌다. 

◆ 광주 화정아이파크 손실액 1745억원 …"고개숙여 사죄"

현대산업개발 주주총회에서 임원진은 “절대 일어나선 안 될 불행한 일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으며,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주총에 참석한 소액 주주는 의안 상정에 앞서 진행된 질의응답에서 "붕괴 사고 손실 추정액은 적절히 추계가 된 것인가, 내부 징계는 적절히 이뤄졌는지도 보고해주길 바란다"고 질의했다. 

이에 현대산업개발 경영본부장인 김홍일 전무는 "화정아이파크 손실 추정액은 1754억원으로 일부는 작년에 반영했고, 나머지는 올해 반영할 예정"이라며 "안전 정밀진단을 통해 손실이 확정되면 재공시를 통해 (정확한 금액을) 밝히겠다"고 답했다. 

이완희 회계팀장은 지난해 학동 철거 참사와 관련해 "유족 피해 보상 등에 약 100억원을 손실로 잡아 이미 반영했으며 지난해 연말 회계감사를 통해 적절하게 의견을 받았다"고 말했다.

다른 주주는 "오랜 기간 현대산업개발 주식을 가지고 있었다"며 "개인적으로 이번 사고는 회사가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한눈을 팔아서 생긴 결과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한 소송 진행 상황을 알려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정몽규 회장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이날 주총에 주주로 참여한 이재승 현대산업개발 노조위원장은 "직원들의 급여는 10대 건설사와 비교해 업계 최저 수준이고 노동인력도 부족하다"며 "정몽규 회장이 퇴직금을 받고 회사를 떠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 회장이 퇴직금을 반납해 직원들의 격려금으로 배분해야 한다면서 "이 조직이 살려면 조직원이 있어야 하고, 조직원이 없으면 여러분의 주주가치도 당연히 없어질 것"이라고 호소했다.

◆ 노동 ·시민사회단체 "안전책임자 사내이사 선임 반대"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HDC현대산업개발의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해 소액주주의 뜻에 따라 이사 선임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회의는 전반적으로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지만, 이사 선임 안건에 대한 표결 여부를 두고 실랑이가 벌어졌다. 특히 광주에서 두 차례 연속으로 발생한 사고와 관련해서는 경영진에 대한 쓴소리와 송곳 질문이 쏟아졌다.

대부분의 질문은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와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 양대노총 등에서 온 주주들로부터 나왔다.

이들은 주총에 앞서 여의도 전경련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액주주들의 위임을 받아 주주총회에서 현대산업개발 경영진에게 요구안을 전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들은 정익희 최고안전보건책임자(CSO)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에 대해 반대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CSO는 올해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 등에 따라 각 기업이 신설한 안전 총괄 임원의 직책이다.

단체들은 "정익희 CSO를 선임하는 것 외에 별도의 안전·보건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선임하지 않는 것은 현대산업개발이 향후 법률상 정해진 최소한의 것 이상으로 안전·보건 시스템을 구축할 적극적 의지가 부재하다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안전보건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추가 선임해 독립적·객관적 지위를 보장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ESG(환경·사회적 책무·기업지배구조 개선)와 관련한 주주제안 근거를 정관에 명시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참여연대는 "만약 현대산업개발과 같은 기업에 ESG에 관한 주주제안이 가능하다면 안전·보건, 건설 품질 관련 문제가 발생했을 때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는 주주들이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주주제안을 제기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정몽규 HDC그룹 회장에 대해서는 "현대산업개발의 최대주주 HDC 회장으로서 'ESG에 관한 권고적 주주제안 신설' 안건에 지지하는 입장을 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 밖에도 ▲ 대형 참사에 책임 있는 이사의 퇴진·해임 ▲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위한 독립적 사외이사 선임 ▲ ESG 경영 강화를 위한 실질적인 조직 구성·규정 정비 등을 요구했다.

한편, 이날 주총에 상정된 환경·사회·지배구조(ESG)에 관한 권고적 주주제안을 정관에 신설하는 안건은 부결됐다. 앞서 경제개혁연대는 현대산업개발의 주주인 네덜란드 연금투자회사 APG의 위임을 받아 ESG에 관한 권고적 주주제안권 도입을 제안했고, 현산은 권고적 주주제안권 도입 제안을 제외한 나머지 제안을 일부 수정해 수용한 바 있다. 이 밖에 현대산업개발은 이날 주총에서 정관 변경을 통해 유통업·도소매업·판매시설운영업·물류업·운수업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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