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한유성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고 6월 1일에 치러지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을 16일 앞둔 지난 16일 폴리뉴스는 <김능구와 이강윤의 여론조사 대해부> 대담을 가졌다.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했고 오늘은 국회에서 시정연설도 했다. 어제는 주말을 맞이해서 쇼핑도 했는데, 종횡무진이라 할까, 윤석열 대통령의 캐릭터는 좀 다각적으로 봐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강윤 KSOI 소장 : 몸집은 큰데 돌아다니는 건 상당히 경쾌하고, 고집이나 뚝심 부릴 때는 끝까지 확실하게 밀어붙이고, 아무튼 여러 가지로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출근 가지고도 말이 많다.

김능구 : 대통령이 출근을 지각한다는 것은 사실 상상하기 어렵다. 경호실부터 시작해서 보좌하는 사람들이 많고 시간에 맞춰 움직일건데, 출근길 교통 혼잡을 피해주기 위해 늦은 건가 싶기도 하다.

이강윤 : 피크타임 때 계속 출근하고 있다. 저는 일부러라도 한 7시 전에 도착하리라고 생각했었다. 서초동에서 용산으로 출퇴근하는 게 길어봐야 한 달쯤이라고 한다. 그러면 일을 바지런하게 하고, 시민들의 트래픽 잼을 피해서 일찍 나온다는 걸 보여주려 하지 않을까. 이게 일반적인 생각인데, 의표를 찌르듯 8시 반에서 8시 50분 사이에 오고, 지각 논쟁이 일어나니까 ‘대통령은 출퇴근이 없고 24시간 근무’라고 하는데, 그냥 알아서 판단하라는 건지 모르겠다.

김능구 : 박지현 민주당 비대위공동위원장이 ‘지적할수록 이렇게 늦어지다가 재택근무로 가는 것 아니냐’ 이야기도 했다.

이강윤 : 박지현 씨가 26살밖에 안 됐는데, 상당히 언어의 순발력이 있다. 워딩의 감각이 십수년 이상 여의도밥 먹어본 사람같은데, 그런 워딩 감각은 생래적이기는 하겠지만 아무튼 제목으로 뽑힐만한 말을 잘 하더라.

김능구 : 김건희 여사도 말을 아끼고 있다. 제가 볼 때 어느 시점에서는 터져 나오기 시작할 건데, 온 국민들이 꼼짝없이 한 번 듣고는 전부 다 혀를 내둘렀던 기억이 있다. 특히 정권교체를 두고 ‘내가 교체하면’이란 말을 썼는데, 함부로 쓸 수 있는 게 아니다. 1인칭으로 썼다는 이야기인데, 국정운영에 대해서 윤석열 대통령이 그리고 있는 부분에 김건희 여사의 역할이 상당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해보자. 윤 대통령에 대한 국정지지율이 40% 초반대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와서 지금 50대 초반이다.

이강윤 : 취임식 효과라고 할 수 있겠다. 넓은 의미의 컨벤션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야당과의 전통적인 허니문 기간이 형성되기 힘들었다는 것은 잘 아시는 거니까 생략하고, 최근에 여론조사를 살펴보자. 갤럽이 취임 첫 주 5월 10일에서 12일 사흘간 조사한 여론조사를 보면 윤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잘하고 있다’와 ‘잘할 것 같다’를 합쳐 52%다.

김능구 : 그전 조사보다 10% 올랐다.

이강윤 :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은 37%다. 취임 전인 5월 3~4일 조사에서는 긍정이 41% 부정이 48%였는데, 불과 열흘도 안돼서 긍부정의 순위가 뒤바뀌고 오차범위 밖으로 앞선 거다.

해럴드경제하고 저희 KSOI가 지난 5월 9일~10일 이틀간 조사한 것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서 긍정 51.2%, 부정 44.1%로, 역시 오차범위 밖으로 긍정이 조금 많아졌다. 참고로 저희 KSOI 조사결과를 돌아보면, 4월 4일 공표된 조사에서는 긍정 전망이 49.6%였다가 일주일 뒤인 4월 11일에는 48.4%로 좀 줄어들었다. 5월 2일에는 긍정 전망이 53.2%로 상당 부분 만회를 했고, 5월 16일 오늘 공표한 것에서도 긍정 전망은 50.1%다.

50%를 가까스로 넘기긴 했지만 부정보다는 긍정이 조금 많아졌고 과반을 턱걸이라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취임 직후 집무실 이전 건으로 여론이 좋지 않게 흘러갔을 때에 비하면 어느 정도 선회는 했다고 평할 수 있다.

 

김능구 : 저는 오늘 국회 시정연설에서 보여준 메시지와 여러 가지 ‘톤 앤 매너’가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를 더하리라 본다. 본래 출범 초기 국정운영 지지에서는, 대통령에 대한 지지 플러스 기대감, 즉 기대감이 굉장히 큰 몫을 차지한다. 그래서 역대 대통령들이 잘할 것이라는 부분에서 YS 85%, 이명박 박근혜는 79% 거의 80%이고, 문재인 87%, 대체로 80% 이상이었다. 문재인 대통령 같은 경우에 41.4%로 당선됐으니까, 그 배가 되는 분이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고 그거는 여야 모두 다르지 않다.

그래서 갤럽 조사에서 52% 나올 때, 현재 야당인 민주당 지지자들도 22%나 ‘잘할 것이다’에 응답했다. 아까 말씀하신 집무실 이전, 인사, 이런 부분들 때문에 50%대를 못 넘다가 이제 넘기 시작했는데, 오늘 시정연설의 기조를 이어간다고 하면 저는 이번 주말 또는 다음 주 초 조사에서는 60%를 상회하리라 본다.

이강윤 : 첫 외교 무대인 한미 정상회담, 그것도 미국 대통령이 우리를 찾는 형식이다. 물론 일본에 일이 있는 참에 하루 먼저 방문하는 것이긴 해도, 한미 정상회담 같은 이벤트가 있으면 2~3%p 정도는 기본적으로 뛴다. 그런 것들을 감안하면, 설령 특별히 눈에 띌 만한 성과가 없다 해도 지방선거 직전까지는 대통령과 국힘 쪽에 조금 더 우호적인 정치 환경을 예측할 수 있을 것 같다.

참고로 여론조사에 응한 시민들이 꼽은 부정평가의 주요 이유를 보면, 집무실 이전 건이 아직도 30%로 제일 많다. 그 다음 인사 문제가 17%이고, 병사 봉급 월 200만원을 파기에 가깝게 연기하는 등 ‘공약 실천이 미흡하다’는 것이 10%다.

집무실 이전 건은 이미 일단락됐고 부분적으로 입주가 완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시민들 머릿속에는 좋지 않은 마이너스 포인트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인사 문제는 굉장히 말이 많을 것으로 예상이 됐는데 인사청문회 국면에서 민주당이 의외로 효율적이지 못했고 매섭게 꾸짖지도 못했다. 그리고 한두 명으로 논점을 집약시키면서 낙마 또는 자진 사퇴, 지명 철회 같은 성과가 없는 채 가고 있다. 어쨌든 집무실 이전과 인사 문제에 대한 실망이 50%에 육박한다.

김능구 : 그런데 윤석열 정부의 주요 인사들이 인수위 시절에도 이야기를 하던데, 집무실 이전이 지금은 가장 큰 마이너스 요인이지만 이게 바뀔 수 있다는 거다. 청와대가 개방되고 사람들이 경험한 것이 퍼져나가면서, MB 때 청계천 효과처럼,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국민들한테 정말 돌려줬구나’ 생각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리고 용산 집무실이 약간 답답한데, 보기에는 활기차고 항상 열심히 움직인다. 그런 모습 속에서 집무실 이전에 대한 여론은 반전의 기회가 있다는 거다.

이강윤 : 당연히 계속 가지는 않을 거다. 저희는 5월 13~14일 조사했으니까, 5월 10일 청와대 개방이 시작되서 어느 정도 여론에 잡힐 타이밍은 됐는데, 청와대 개방에 따른 득표보다는 아직도 부정 여론이 조금 더 이어지고 있다.

김능구 : 인사 문제를 짚어보자. ‘역시 검찰공화국 아니냐’는 말을 할 정도로 주요 핵심 요직에 검찰 출신들을 인선했다. MB와 박근혜 그리고 따지고 보면 문재인 대통령도 자기 주변 사람들을 써 왔듯이, 어떻게 보면 어쩔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도 아는 사람, 써본 사람 위주로 핵심 요직 인사를 했지만, 여론이 지적한 걸 보면 인사가 부정평가 요인의 두 번째를 차지한다.

이강윤 : 지난 번에 ‘아가페’ 인사란 이야기를 했는데, 그 자체는 나쁜 게 아니다. 대통령 중심제에서 자기가 아는 사람 쓰고 가까운 사람 쓰는 것 당연하다. 모르는 사람 썼다가 무슨 일 나면 책임은 어떻게 지겠나. 다만 끼리끼리나 패거리 의식의 패밀리 인사는 문제가 있다는 건데, 제일 심한 게 검찰 출신들이다. 특히 검사들만 쓴 것도 아니고 비검사이면서 검찰에서 행정이나 수사 실무를 도와줬던 분들도 상당히 중요한 포스트에 발탁했다. 복두규, 윤재순 등이 있고, 검찰 출신 중에서도 이시원 전 검사는 징계로 옷을 벗고 변호사 신분이었다가 이번에 공직기강비서관을 맡았는데 서울시 류우성씨 간첩 조작 사건의 담당 검사였고 그걸로 정직 1개월 징계를 받았다. 이런 사람을 쓴 것에 대해 모두 다 굉장히 놀랐다는 거다.

김능구 : 그런 사람을 왜 썼을까? 다 아는데.

이강윤 : 검사로서는 굉장히 신임이 컸을 거다. ‘너는 일 열심히 하려다 그런 거 아니냐’ 라는 인식이 있지 않고서야 그 사람을 어떻게 쓰겠나. 내부에서도 굉장히 말이 많은데, 이런 걸 밀어붙이는 걸 보면서 새 대통령 윤석열의 사람에 대한 믿음 그리고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에 대해서, 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또 한 번 느낀다.

한동훈 장관 후보자 같은 경우. 청문회 때 많은 해프닝이 있었고 특히 관심이 높았던 청문회였음에 견줘 보면, 결국은 흔들어 떨쳐내야 할 사람으로 규정하는 데는 실패한 것 같다. 오히려 인사보고서 채택 여부와 관계없이 장관에 임명할 명분까지 얻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올 정도다. 총리 인준은 너무나 정치적인 것이기 때문에 민주당이 끝까지 이것을 모르쇠 하고 넘어가기는 힘들 것 같다.

저는 윤 대통령의 가장 특징적인 것으로, 내가 한번 좋게 본 사람은, 약간의 흠이 있거나 말들이 많거나 공격이 가해지더라도, ‘굴하지 않고 계속 내 길을 간다’는 걸 또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던 계기가 아닌가 싶다. 좀 문제가 많아 보인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7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7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김능구 : 말하자면 성과주의, ‘성과로 답하면 된다’는 건데, 사실 대통령제에서 인사라는 것은 내각책임제에서 총리가 인사하는 것과는 다르다. 왜냐하면 대통령은 탄핵이 있지 않는 한 임기가 보장돼 있다. 임기 중에 실수도 있고 실책도 있고 정책적인 오류도 있을 수 있는데, 이럴 때 국민들한테 그 부분에 대해서 ‘제가 잘못했습니다’ 라고 보여주는 게 대통령제에서의 인사다.

이번 대선 0.73%에 담긴 게 통합과 협치라고 하면, 출범할 때 인사는 기본적으로 통합과 협치 정신이 살아있는 인사를 해야 된다. 그런데 이번 인사를 보면 ‘성과에 책임지겠다’는 차원에서 거의 배려를 안 했고, 오히려 이게 맞는 거 아니냐고 당당하게 이야기를 했다. 예를 들면 지역, 중앙과 지방의 문제, 출신 학교라든지, 남성과 여성, 장애인과 젊은이 등 소수에 대한 배려라든지, 그 동안 이런 부분들이 총체적으로 장관이나 차관 인선 등에 반영이 돼 왔고, 그것은 어느 정권에서든지 필요한 부분이었다.

그게 아니다 보니 MB는 ‘고소영 정부’라고 고대, 소망교회, 영남으로 지칭되었고, 박근혜는 수첩 공주, 수첩 인사라고 해서 정확하게 아는 사람 ‘대를 이어서 충성한 사람’이 중심이었다. 박정희 때부터 대를 이어서 본인에 충성한 사람,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라든지 이런 분들이 거론될 수 있다.

대선에서 근소한 차이로 이길 수 있었던, 어떻게 말하면 질 선거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여의도 정치와는 거리가 먼 사람, 아주 유연한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기대에 있었다. 그런데 자기의 26년 검찰 경험 속에 있는 사람들을 핵심 요직에 박았다. 언론에서는 한동훈이 가장 쓴소리를 할 사람으로 보도를 하고 그랬는데, 과연 그럴까? 지금까지 역사 속에서 보면 20~30년간 같이 뭔가 일을 해온 관계에서는 쓴소리가 상당히 어렵다. 왜냐하면 이 사람 운명이 자기 운명인, 그런 일들 속에서 형성되어 온 관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실 이런 말까지 나온다. ‘안하무인’, 지금 윤석열 대통령은 아무도 안 보인다, ‘그냥 자기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겠으니 평가해라’ 이런 식 아니냐? 자유민주주의를 입에 달고 살지만, 민주주의가 그런 것도 아니고 국민의 준엄한 뜻이라는 통합과 협치도 그런 게 아니다. 한동훈은 청문보고서 채택을 안함에도 불구하고 내일쯤 임명한다는 거고, 이번 인사에 남은 것은 국무총리인 것 같은데, 이 여파는 계속 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이강윤 : 여러 면에서 100% 가깝게 공감하고, 한두 마디만 첨언하겠다. 사실 청와대가 총 400~500명 된다고 하는데 비서관급은 다 합쳐도 37~38명이고, 내각은 총 18명이다. 그 사람들로 핵심 조직을 만드는데 어느 특수 직역 출신들이 많이 있으면 그들만의 묘한 문화가 형성될 수밖에 없고, 그들만의 소통 방식이 주류가 되어 버린다. 윤 대통령의 이력을 보면 법학과 학생으로 사법시험을 오래 준비하고, 그 이후 검사로 지낸, 딱 이 내용밖에 없다. 이력상으로 이분은 업무상 또는 직책상 합의나 조율 등을 통해서 중용의 무엇을 이끌어내는 일을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해본 적이 없다. 검찰의 업무라는 것은, 너와 나의 의견을 믹스해서 절충점을 찾고, 양쪽이 100% 만족은 아니지만 서로 불만족스러운 것도 없는 쪽으로 뭘 하나 만들어내는, 그런 일이 아니다. 이거 아니면 저거, 유죄 아니면 무죄, 기소 아니면 불기소, 이런 일이다. 그래서 윤 대통령께는 야당 또는 파트너와 뭘 만들어 가는 것에 대한 개념 자체가 맞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그런데 그립감, 본래 뭘 꽉 쥐고 가는 캐릭터가 센 데다가, 우리나라 대통령제라는게 프랑스보다도 훨씬 더 강력한 대통령 중심제다. 성문화된 내용이나 정치문화적으로도 그렇다. 청와대에서 나왔다고는 하지만, 안 그래도 캐릭터가 강한 윤석열이라는 사람에게 강력한 대통령 중심제의 권한까지 얹혀져 있기 때문에, 이건 제어가 안 된다.

지금 대표적인 게, 윤재순 총무비서관 같은 경우 검찰 재직 시 성희롱성 발언과 행동으로 두 번이나 경고를 받았다. 그런데 며칠 전에 물러났던 ‘김성회 종교다문화비서관의 경우와는 다르다’면서 그냥 ‘내가 아는데 이 사람 괜찮아, 공직을 수행하는 데 지장 없어’라고 한다. 자기가 기준인 거다. 총무비서관 자리니까 국회의 동의나 협조가 전혀 필요 없기 때문에, 비판을 받는 것은 그냥 두고 자기는 끝까지 가겠다는 건데, 첫 인선이 이렇다.

국정을 하다보면 문책성 인사를 할 날이 틀림없이 있는데, 후속 인사들에서도 이러지 말라는 법이 없다. 오히려 대통령 직무를 수행할수록 그만의 방식도 늘어나고 경험도 붙고 요령도 생기고 권한행사에도 더 능숙해질텐데, 그래서 ‘소통은 웬만해서는 더 힘들어지는 거 아닌가’라는 전망을 하게 된다.

김능구 : 취임사는 한번 짚지 않을 수 없는데, 머릿속에 딱 떠오르는 거는 ‘반지성주의로 민주주의 위기가 왔다’는 말이다. 집단적 갈등, 팬덤으로서 상대방을 억압한다든지 하는 것을 말했는데, 제가 생각할 때는 흔히 말하는 친문이나 이재명 지지자, 더 나아가 민주당 정권, 민주당 세력을 반지성주의로 규정한 것 아닌가라는 우려가 크다.

이강윤 : 언론에서는 자유라는 단어를 35번 얘기했다고 하는데, 저도 제일 먼저 눈이 갔던 것은 ‘반지성’이라는 말의 앞에 붙은 것들이었다. ‘수를 이용한 횡포나 여론을 이끌어가는 것에서의 반지성적인 것을 배격해야 한다’는 기조였다. 그래서 제일 먼저 연상됐던 게 국회에서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떠올랐다. 취임사의 문맥상으로만 보면 다수 의석 횡포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반지성적이라고 말한 건 분명한 것 같다. 청와대에서 나온 해명 비슷한 사후 보충설명에 따르면 꼭 그건 아니라고 선을 긋긴 했지만, 저는 그게 깔려 있다고 본다.

저는 우리 사회에서 반지성주의는 짚어볼 시점은 됐다고 생각하지만, 윤 대통령 식으로 짚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보수건 진보건, 극단 세력들에 의한 반지성적이고 몰상식적인 행위, 좌표를 찍어서 공격하거나 어느 특정 사실만 부각시켜서 테러에 가까운 공격을 일삼는, 폭력적으로 의견을 표출하고 남의 자유를 짓밟는 것을 충성도 또는 자기 사상의 지고지순함으로 착각하고 있는, 이른바 훌리건들은 당연히 시민사회의 담론에서 밀려나야 한다. 그런데 행여라도 대통령과 측근 인사들 사이에 민주당이 다수 의석으로 움직이는 것을 반지성적이라고 규정하고 있는 건 아닌가, 좀 우려가 된다.

김능구 : 저는 반지성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주체로서 다른 어디 보다도 언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반지성주의의 밑거름을 까는 게 가짜 뉴스다. 자기들만의 확증편향에 의해서 만들어진 논리들, 이런 것들이 퍼져나가면서 반지성주의가 강화되고 그러면서 민주주의의 위기가 오는 거다. 그 점을 정확히 보고 한 말인지, 우리가 우려하는 바와 같이 자기들 반대 쪽에 있는 세력을 보고 이야기한 건지, 그건 아마 곧 드러나리라 본다.

이강윤 : 그런데 묘하게도 반대편에 있는 쪽이 다수 의석이다. 거기 때문에 아무것도 못 할 것 같기고 하고.

김능구 : 윤 대통령이 역사적으로, 지성사적으로, 또한 정치적으로 국내외 사람들을 많이 소환한다. 오늘 시정연설에도 처칠과 애틀리도 소환했는데 독서량이 상당하지 않나 생각은 든다. 취임사도 본인이 많이 고쳤다고 하는데, 통합은 기본이기 때문에 안 넣었다고 해명했다.

이강윤 : 너무 당연하니까 뺐다는데, 정말 의표를 찌른 해명이었다. 취임사를 기초했던 16명의 위원들이 모두 쟁쟁한 사람들이고 초안은 물론 써왔겠지만, 본인이 많이 고친 건 확실해 보인다. 통합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던 것도 그렇고, 글이 구체성을 결여한 측면도 있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