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소상공인 등 지불능력 반영 안돼…코로나 이후 안정돼야”
민주노총 “물가폭등‧경제위기 실질임금 삭감…불평등 양극화 가속”

30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8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9천620원으로 결정됐다. 근로자 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30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8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9천620원으로 결정됐다. 근로자 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유경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0% 오른 시간당 9천620원으로 정해졌다.

올해는 2014년에 이어 8년만에 법정 심의기한을 지켜 결정됐다. 그러나 노동계에서는 ‘졸속 논의’로 노동자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채 진행됐다며 실질임금 삭감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29일 최저임금위원회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제8차 전원회의를 열어 내년도 최저임금을 9천620원으로 의결했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9천160원)보다 460원(5.0%) 높은 금액으로 월로 환산하면 (월 노동시간 209시간 기준) 201만580원이다.

최저임금위는 교수와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공익위원 9명, 양대노총의 추천으로 임명된 노동자위원 9명, 사용자단체가 추천한 사용자위원 9명으로 총 27명으로 구성된다. 노사 간 입장 차이가 커 독립적으로 운영돼 정부를 비롯한 외부 간섭을 받지 않지만, 공익위원들이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 

이날 의결한 내년도 최저임금안을 제출 받은 고용노동부는 8월 5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고시해야 하며, 내년 1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노사 양측은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의 요청에 따라 3차례에 걸쳐 요구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양측의 입장 차이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자 공익위원들은 9천620원을 제시한 뒤 표결을 제안했다.

근로자위원 9명 가운데 민주노총 소속 4명은 9천620원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회의장에서 퇴장해 표결에 불참했다. 한국노총 소속 5명만 표결에 참여했다.

사용자위원 9명은 표결 선포 직후 전원 퇴장했다. 이들은 기권 처리됐다. 결국 재적 인원 27명 가운데 민주노총 근로자위원을 제외한 23명이 투표에 참여한 셈이 됐다. 결과는 찬성 12명, 기권 10명, 반대 1명으로 가결이었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올해(5.1%)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최근 5년간 시간당 최저임금은 2018년 7천530원(인상률 16.4%), 2019년 8천350원(10.9%), 2020년 8천590원(2.9%), 작년 8천720원(1.5%), 올해 9천160원(5.1%)이다.

경총 “소상공인‧중소기업인 지불 능력 제대로 반영 안돼”

이날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제일 중요한 것은 소상공인, 중소기업인의 지불 능력인데 결정 과정에서 제대로 반영이 안 됐다"며 "한계 상황에 처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인들이 5%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류 전무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인들은 코로나19 이후 회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지만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최저임금이 안정돼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번 결정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내용으로 이의 제기를 준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노총 “불평등 양극화 가속…‘법정기한 준수’만 되풀이”

민주노총 대변인실은 30일 성명을 내 노동자들의 실질임금 삭감에 우려를 표하며, 결정 과정에서의 졸속 논의를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향후 최저임금 투쟁을 계속해나가며 관련법 개정안 발의와 국회 통과를 위한 사업에 집중할 것을 밝혔다. 

민주노총은 “이번 결정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물가와 2018년 개악된 산입범위 확대의 영향을 고려하면 인상이 아닌 실질임금 하락이며, 물가폭등과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배를 불리는 재벌‧자본가의 소득과 자산의 격차를 더 벌려 불평등 양극화를 가속‧심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논의 과정이 충실해야 하고 이를 보장해 졸속으로 처리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올해는 무너졌다”면서 “윤석열 정부의 의도와 사용자측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업종별 차등적용’을 주장하며 논의를 공전시키며 표결로 결론을 내더니 ‘공익위원 권고’를 통해 향후 이의 기반을 마련하는 개악의 디딤돌을 놓았다. 이 과정에 귀한 시간이 허비됐다”고 꼬집었다.

또한 “위원장과 공익위원 간사는 앵무새처럼 ‘법정기한 준수’만을 되풀이하며 노동자측의 주장과 의견을 막아섰다”며 “심지어 공익위원이 제시한 심의촉진구간 설정에 대해 최임법이 정하는 결정기준이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것과 이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라는 노동자 위원들의 강한 문제 제기에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납득도 시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본래의 목적과 취지를 반영하고 이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개선 투쟁은 이제 시작”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불을 지핀 업종별 차등적용 조항을 들어낼 것이다. 최저임금의 결정기준을 노동자 가구의 생계비를 중심으로 바꿀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노총 “가구생계비 기준 맞추려했으나 중과부적”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으로 참여한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같은 날 논평을 냈다. 이 사무총장은 자리를 지켜 표결에 참여한 것에 대해, 저임금노동자에게 돌아갈 피해를 고려해 표결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심의에서 한국노총 위원들은 저임금노동자의 가구생계비를 최저임금의 핵심결정기준으로 반영시키기 위해 노력했으나 중과부적이었다”라며 “한국노총 위원들은 표결 불참도 고려했지만, 그럴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저임금노동자에게 돌아오기 때문에 표결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표결에 앞서 한국노총 위원들은 공익위원들이 정부에 권고한 업종별 구분적용 용역을 재검토해 줄 것을 요청했다”며 “박준식 위원장은 깊은 우려에 대해 공감하고, 위원장으로 정부에 그대로 전달하겠고, 정부의 수행과제가 악용되는 일이 결코 없도록 하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어 “내년도 적용 최저임금 심의는 끝났지만, 한국노총 위원은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업종별 차등적용에 대한 명확한 반대의 입장을 밝힌다”라며 “이를 강행할 경우 노사관계는 파국에 이르게 될 것임을 마지막으로 경고한다”고 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