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도 인근에 건립…'사죄' 명시하고 중국인 피해자 845명 이름 새겨
미쓰비시머티리얼 '화해사업'…미쓰비시중공업은 조선인 피해자 배상 거부

일본 미쓰비시중공업 본사
▲ 일본 미쓰비시중공업 본사

일본 나가사키현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시민단체 측이 미쓰비시머티리얼이 낸 돈으로 주문 제작한 '일중우호 평화부전(不戰)의 비'(이하 우호비)가 나가사키시 변두리에 조성된 작은 공원에 설치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호비는 군함도 등에 강제 연행된 중국인 피해자 또는 유족과 미쓰비시머티리얼이 2016년 6월 화해하면서 약속한 화해 사업의 일환으로 건립됐다.

전쟁 중 군함도, 다카시마, 사키토지마 등 나가사키현에 있는 섬 지역 탄광 세 곳에 중국인 845명이 강제 연행돼 미쓰비시머티리얼의 전신인 미쓰비시광업 또는 그 하청업체에서 강제 노역을 한 바, 우호비는 이런 역사와 관련한 화해의 결과물인 셈이다. 

이 가운데, 우호비에 강제 연행과 강제 노역이 상당히 명확하게 기재됐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비석 뒷면에 나가사키에 845명의 중국인이 강제 연행됐으며 그 가운데 94명이 목숨을 잃은 점을 중국어와 일본어로 명시했다. 우호비 양쪽에 있는 4개의 직육면체형 석조물에는 중국인 피해자 845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미쓰비시머티리얼이 "중국인의 인권이 침해된 역사적 사실 및 역사적 책임을 솔직하고 성실하게 인정하고 통절한 반성과 심심한 사죄, 애도의 뜻"을 표명하고 '역사·인권·평화' 기금의 창설을 약속했다며 중국인 피해자와 화해한 내용도 소개했다.

미쓰비시머티리얼은 중국인 피해자 측과 화해할 때 강제 연행·강제 노동 사실을 인정하고 사죄하며 그 증거로 피해자에게 1인당 10만위안(약 1천900만원)의 화해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화해 사업은 중국인을 강제 연행한 미쓰비시 탄광이 있던 홋카이도, 아키타현, 후쿠오카현, 미야자키현, 나가사키현 등 일본 내 5개 지역에서 실시하기로 했으며 이 가운데 피해자를 위한 비석이 건립된 것은 나가사키가 처음이다.

그러나 한국에는 사과와 배상을 외면하고 있다.

동원 당시 명목상 형식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조선인 역시 군함도에서 강제 노역을 하고 심각한 인권 침해를 당했다는 점에서 중국인 피해자와 본질적인 차이는 없다. 그럼에도 미쓰비시머티리얼은 한반도 출신 피해자에 대한 사과 등을 하지 않고 있다. 이는 일본 정부가 조선인 강제 연행과 강제 노동을 부정하는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미쓰비시머티리얼이 중국인 피해자에게 대응한 방식은 계열사인 미쓰비시중공업이 한국인 강제 동원 피해자에 대한 사죄와 배상을 거부하고 있는 것과도 대비된다.

일본 측이 중국과 한국에 서로 다른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지적도 가능하다. 일본이 중국이나 한국과 수교하면서 발표·체결한 정부 문서 혹은 협정에는 국가 간 배상이나 권리 등을 청구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내용이 각각 들어 있다.

전쟁 상대국이었던 중국과 일본은 국교 정상화를 위해 중일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공동성명에는 '일본 측은 과거에 일본국이 전쟁을 통해 중국 국민에게 중대한 손해를 끼친 것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깊이 반성한다'는 내용과 '중화인민공화국(중국) 정부는 중일 양국 국민의 우호를 위해 일본국에 대해 전쟁 배상 청구를 포기하는 것을 선언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한국과 일본이 국교 정상화를 위해 1965년 6월 22일 도쿄에서 체결한 한일 청구권 협정에는 한국과 일본이 재산, 권리, 이익 등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이 된다는 것을 확인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일본 정부는 한일 청구권 협정을 이유로 강제노역 피해자에게 배상하라는 판결이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 기업이 한국 대법원의 배상 판결을 이행하지 않는 것은 일본 정부의 이런 태도를 의식한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자국 기업이 중국인 피해자에게 돈을 주는 것을 묵인하고 있다.

미쓰비시머티리얼은 중국인 피해자에게 지급하는 돈을 '사죄의 증거'라고 규정한 바 있는데 이는 불법행위로 생긴 손해를 물어주는 성격의 돈인 '배상금'과는 다르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미쓰비시중공업이 한국인 피해자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는 돈은 위자료이며 이는 손배배상금이라서 미쓰비시머티리얼이 중국인에게 지급하는 돈과는 형식적으로 구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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