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의 불미스러움도 모두 저의 책임…도의회 정상화 계기 되길"
도의회 야당 '술잔 투척' 공세에 도정운영 동력 상실 우려한 듯
국힘 "김 지사, 도의회와 협치 계기 되길…원 구성 적극 나설 것"

김용진 경기도 경제부지사
▲ 김용진 경기도 경제부지사

경기도와 도의회의 협치를 추진하려던 김동연 지사의 협치 전략에 찬물을 끼얹은 '술잔 투척' 논란을 빚은 김용진 경기도 경제부지사가 지난 31일 자진 사임했다. 

지난 27일 도의회 국민의힘 곽미숙 대표를 향해 술잔을 던졌다는 논란이 불거진 지 나흘만, 부지사에 취임한 지는 사흘만이다. 

김 부지사는 이날 사임 관련 입장문에서 "조금의 불미스러움도 모두 저의 책임"이라며 "오늘 저의 사임이 각자의 입장을 모두 내려놓고 도의회가 하루빨리 정상화되어 도민의 곁으로 돌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그는 "짧았지만, 지방정치에 대해서 많은 것을 느낀 시간이었다"며 "김동연 도지사가 선거 과정에서 끊임없이 주장한 정치교체가 더욱 절실히 필요한 이유를 다시 한번 절감한 계기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치의 궁극적인 목적은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다고 믿는다"며 "어려운 상황이지만 민선 8기 경기도가 반드시 성공하리라 믿고 또 응원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저의 경제부지사 임명에 기대와 성원을 보내주신 도민들, 도의회와 도의 공직자분들, 그리고 저를 믿고 경제부지사직을 맡겨주셨던 김동연 지사께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부지사직을 그만두더라도 민선 8기 '변화의 중심, 기회의 경기'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힘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며 "김 지사가 추구하는 정치교체가 경기도에서부터 싹틔울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도의회 국민의힘 대표단은 김 부지사 취임일인 지난 28일 기자회견을 열어 "27일 김 부지사, 곽미숙 대표, 더불어민주당 남종섭 대표가 함께한 만찬에서 김 부지사와 남 대표 간 논쟁이 이어졌으며, 격분한 김 부지사가 맞은 편에 앉아 있던 곽 대표를 향해 술잔을 던졌고 곽 대표 앞에 놓여 있던 접시가 깨지며 파편이 튀는 일이 발생했다"며 김 지사에게 김 부지사에 대한 파면을 요구했다.

곽 대표는 당일 특수폭행과 특수협박 혐의로 김 부지사를 경찰에 고소해 수사가 진행 중이다. 

국민의힘은 "이번 사태는 김 부지사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공적 실책 때문에 발생했다"며 "도의회의 반대와 우려에도 무리하게 경제부지사직을 신설하고 측근의 사적 채용을 밀어붙인 김 지사가 책임져야 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에 김 부지사는 "만찬 중에 일어난 불미스러운 일은 일부 인정한다"며 "특정인을 향해 행동한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지만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한 것은 전적으로 저의 잘못이다"고 밝혔다. 이어 "시급한 경제위기 상황임에도 좀처럼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는 현재 상황을 두 대표님과 논의해 보려는 충정에서 비롯된 일인데 논의 과정에서 의욕이 너무 과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술잔을 던졌다'는 국민의힘 주장과 달리 "술잔이 아닌 수저를 내리쳤다"며 일부 언론에 해명하고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고, 동석했던 민주당 남종섭 대표의 설명도 이를 뒷받침했지만 결국 자진 사퇴의 길을 선택했다.

앞서 경기도는 김 지사의 당선인 시절인 지난달 말 경제부지사직을 신설하고 상당한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안을 마련했는데, 이는 김 부지사 임명을 염두에 둔 개편안이었다.

그러나 '78대 78' 여야 동수의 제11대 도의회가 이달 개원한 뒤 원 구성 협상이 난항을 겪으며 '개점 휴업'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경제부지사직 신설 강행을 이같은 상황 전개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국민의힘은 협치의 전제 조건으로 경제부지사와 산하기관장 50% 인사 추천권도 도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 지사는 '협치는 자리 나눠 먹기'가 아니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지난 19일 경제부지사직 신설 조례를 공포한 데 이어 28일 김 부지사를 공식 임명했다.

국민의힘은 이에 반발해 원 구성 협상을 보이콧하며 실력행사에 나섰고, 결국 김 부지사가 교착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국민의힘 곽 대표, 민주당 남 대표와 3자 회동에 나섰다가 '술잔 투척'이라는 논란을 불러온 가운데, 김 지사는 김 부지사 파면 요구 등 국민의힘 측 공세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아 정면 돌파를 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많았다.

하지만 형사 사건으로까지 번진 '술잔 투척' 논란을 두고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보다 김 부지사의 행동 자체가 부적절했다는 여론이 높아진 것이 결국 자진 사퇴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도청과 당 안팎에서 민생경제 대책이 포함된 추가경정예산의 처리 지연이 장기화하고, 도정 운영의 동력까지 상실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점도 사퇴 결정의 주요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이날 입장문을 내 "김 부지사의 도의회 정상화를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론으로 마무리 지어진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도와 도의회가 추구하는 목표는 동일하다. 도민들이 먹고사는 문제, 도민들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며 "추경안 처리 지연 등 도민의 삶을 볼모로 하는 도의회 파행은 이제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협치를 위한 노력은 계속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원칙과 기준을 지킬 것"이라며 "필요한 정책이 적기에 집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초심의 자세로 도민의 뜻을 섬기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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