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아르헨·콜롬비아 이어 브라질도 대열 합류 유력
NYT "변화열망 표심 반영…국민 기대 부합 못 하면 '허니문' 오래 못 가"

2010년대 우파 정권이 득세했던 중남미에서는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2018년 12월)에 이어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2019년 12월), 페드로 카스티요 페루 대통령(2021년 7월),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2022년 3월·이상 취임월 기준)이 잇따라 정권을 잡았다. 정치적으론 모두 좌파로 분류된다.

공약이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이들 모두 사회안전망 확대, 빈부격차 개선, 원주민·빈자 권리 옹호 등을 골자로 한 정책 실현을 약속하며 표심을 끌어모았다. 문신한 전직 학생 운동가(칠레)나 빈농의 아들(페루) 등 대통령 출신 신분이 소위 '정치 금수저'가 아닌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소시민이었다는 점도 국민들의 지지 포인트 중 하나였다.

1886년 공화국 출범 이후 콜롬비아 역사상 '첫 좌파 수장'으로 평가받는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 당선인(7일 취임) 역시 보고타 시장과 상원의원 재직 전 신분은 '좌익 반란군'이었다. 

또 다른 경제 강국인 브라질에서도 10월에 대선이 치러지는 가운데, '좌파 성향' 룰라 전 대통령이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여유 있게 앞서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브라질이 좌파 정권 승리의 정점을 찍을 수 있을 것이라는 여러 외신 전망도 나온다.

NYT는 만성적인 빈곤과 불평등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6개 경제 대국을 중심으로 중남미에 좌파 색채를 짙게 한 이유라고 전했다. 우파 정권에 대한 실망감과 변화에 대한 열망이 표심으로 오롯이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다만, 그 반대급부로 "가난한 사람을 돕겠다"며 승리를 쟁취한 좌파 정부가 유권자의 높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엄청난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NYT는 짚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더 깊어진 빈부 갈등,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발생한 식량난, 좀체 떨어질 줄 모르는 물가 등이 유권자 사이에서 좌파 정부에 대한 좌절감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일부 국가에서 정부에 대한 반감은 직접적인 방식으로 표출되기도 했다. 아르헨티나와 페루에서는 최근 기름값 인상에 불만을 가진 화물차 운전사를 중심으로 파업과 대규모 집회·시위가 이어졌다. 신시아 안슨 우드로윌슨센터 선임연구원은 "이런 현상을 (좌파 정권 득세에) 종말론적 상황이라고까진 말할 순 없다"면서도 "중남미 지역에 한 번에 커다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퍼펙트스톰'(초대형 복합위기)처럼 보이는 경우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칠레에서는 36세 보리치 대통령이 국정 운영에서의 경험 부족을 여실히 드러내며 취임 3∼4개월 만에 지지율이 30%대에 머무는 등 '허니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양성평등, 원주민 권리·사회보장 등을 강화하는 취지의 헌법 개정 역시 다음 달 4일 관련 국민투표를 앞두고 가결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페루 상황은 더 심각해 카스티요 대통령 지지율은 19%까지 추락했다. 그도 스스로 직권남용 등 5건의 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 대상에 올랐고, 이미 2번의 탄핵 시도에 직면하기도 했다. 페루 연구기관 'GRADE'의 에두아르도 세가라 연구원은 상황을 "전례 없는 일"이라고 평가하며 "(우리나라에) 많은 불안정성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곧 새 정부가 들어서는 콜롬비아에서는 다른 나라의 역풍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으려는 모습도 감지된다. 페트로 당선인은 우파 라이벌인 알바로 우리베 전 대통령을 만나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는 한편 시장 친화적인 '보수 성향' 호세 안토니오 오캄포 교수를 재무장관에 선임했다.

정치학자인 다니엘 가르시아-페나는 "이는 예컨대 칠레 보리치 정부보다는 페트로 정권이 더 성공적으로 집권할 수 있다는 방증"이라며 "그가 어떻게 경제를 되살리려 할까에 대한 우려를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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