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재고자산, 첫 50조원 돌파…작년 말보다 26% 늘어
반도체-디스플레이-가전기업, 가동률 조정 나서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올해 상반기 주요 기업들의 창고에 쌓인 재고가 작년 말보다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공급망 차질에 대비해 축적해온 재고가 최근 경기침체 우려와 수요부진 영향으로 급증한 것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생산라인 가동률을 조정하며 재고 관리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18일 각 회사가 공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삼성전자의 재고자산 총액은 52조922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10조7천78억원(26%) 증가한 가운데, 삼성전자의 재고자산이 50조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30.7%↑)을 비롯해 스마트폰과 TV·가전 사업들 담당하는 DX부문(21.3%↑), 디스플레이 부문(21.8%↑) 등 전체 사업 부문에서 재고자산이 대폭 증가했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가 보유한 전체 자산에서 재고자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작년(9.7%)보다 1.9%포인트(p) 상승한 11.6%로 집계됐다.

재고자산은 시중에 바로 팔 수 있는 상품 재고와 생산과정에 있는 반제품·재공품, 원재료 등으로 나뉘는데 삼성전자는 이 중에서도 상품 재고 증가율(43.1%)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의 재고자산 회전율은 작년 말 4.5회에서 올해 6월 말 4.0회로 낮아졌다.

재고자산 회전율은 매출원가를 재고자산으로 나눈 것으로, 기업이 보유한 재고자산을 판매하는 속도를 측정하는 지표로, 회전율이 높을수록 재고자산이 빠르게 매출로 이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삼성전자의 재고자산이 늘어난 것은 공급망 차질에 대비한 원재료 확보 움직임이 예년보다 적극적이었고, 이와 동시에 수요위축에 따라 TV와 스마트폰, 반도체 등 상품 재고가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서병훈 삼성전자 부사장은 지난달 열린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공급망 이슈로 올해 들어 재고 보유를 확대해왔다"며 "DX부문 재고는 하반기 중 적정수준으로 조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DS부문은 시황에 연계해 적절한 재고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삼성전자와 같이 메모리반도체 사업을 하는 SK하이닉스도 상황은 비슷하다. 6월 말 기준 SK하이닉스의 재고자산 총액은 총 11조8천787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33.2%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총자산 대비 재고자산 비율은 작년 말 9.3%에서 6월 말 11.4%로 올랐고, 반대로 재고자산 회전율은 3.2회에서 2.7회로 떨어졌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최근 컨퍼런스콜을 통해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제품의 재고 수준이 높아졌다며 하반기 메모리 반도체 수요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TV용 패널 사업을 하는 LG디스플레이는 최근 글로벌 TV 수요 둔화와 중국 주요 도시의 코로나19 봉쇄 여파로 최근 LCD 패널 재고가 적정량 이상으로 높아진 상황이다. 6월 말 기준 LG디스플레이의 재고자산은 작년 말보다 41.0% 증가한 4조7천225억원이었고, 총자산 대비 재고자산 비율은 8.8%에서 12.3%로 늘었다. 재고가 쌓이면서 재고자산 회전율은 8.9회에서 5.4회로 떨어졌다.

LG전자[066570]도 세탁기·냉장고 등을 담당하는 생활가전사업부와 TV사업부, 전장사업부 등 주요 사업부의 재고자산이 작년 말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적기에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일정 수준 이상의 재고를 보유해야 하지만, 재고자산이 지나치게 늘어나면 업황 변동에 취약해지고 기업 활동의 유연성이 떨어져 경영상 비효율을 초래한다. 특히 최근처럼 경기침체 우려와 인플레이션으로 수요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재고를 줄이지 못하면 기업의 비용 부담이 늘어나고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

이에 기업들은 생산라인의 가동률을 낮추는 등 재고 정상화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TV 등 영상기기 생산라인 가동률을 1분기 84.3%에서 2분기 63.7%로, 휴대폰 생산라인 가동률은 81.0%에서 70.2%로 각각 낮췄다.

LG전자 역시 수요 둔화에 따른 재고 관리를 위해 냉장고(127%→119%)와 세탁기(99%→81%), 에어컨(129%→108%) 등 주요 생활가전 제품의 2분기 가동률을 전 분기보다 낮췄다. 특히 LG전자의 TV 생산라인 가동률은 1분기 87.8%에서 2분기 72.5%로 대폭 낮아졌다. 이는 글로벌 TV 수요 둔화와 유통 재고 증가를 고려한 조치다.

가동률을 대폭 조정하면서 올해 2분기 LG전자 TV사업부는 2015년 2분기 이후 7년 만에 분기 적자(189억원)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 1분기 100% 가동률을 보였던 LG디스플레이 구미 디스플레이 생산라인의 가동률은 2분기에 97% 수준으로 내려왔다.

부쩍 높아진 재고 상황을 고려해 시설투자 계획을 재검토하는 기업도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열린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메모리반도체) 재고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내년 시설 투자에 대해 다양한 고민을 하는 중"이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지난 6월 말 이사회를 열고 충북 청주공장 증설 안건을 의결할 계획이었지만, 최근 반도체 업황을 고려해 결정을 보류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공급망·물류 차질 문제로 상품과 원재료 재고를 축적하면서 재고자산이 높아진 경향이 있다"며 "최근 수요 둔화 상황을 고려해 재고 정상화를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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