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역대 대통령 중에서 옷을 가장 못 입는 대통령을 꼽으라면 윤석열 대통령이다. 옷을 잘 입고 못 입는 것을 판단하는 기준은 ‘수트 공식’에 맞게, 품격있게 그리고 대통령이 활동하는 상황(TPO ; Time, Place, Occasion)에 맞게 입는 것에 있다.
최근까지 ‘윤석열 대통령이 바지를 거꾸로 입었다’는 논란이 있었음에도, 대통령 취임식 후 100일이 지났어도 윤대통령의 패션이 달라지지 않는 이유는 뭘까.
필자는 윤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활동할 때부터 지인들에게서 윤대통령의 패션을 담당하는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을 자주 받곤 했다. 그럴 때마다 김건희 여사로 추측한다고 대답했을 뿐이다. 이에 대한 여부는 윤대통령의 취임 이후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사실로 확인할 수 있었다. 윤대통령이 양복을 맞추는 장소에서 김건희 여사와 동행, 양복을 제작하는 사람들에게 “김건희 여사가 전문가이니 패션에 관한 모든 것은 김여사와 의논해 달라”고 주문했다는 기사를 읽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기사에서 윤대통령이 지나치게 옷을 크게 입는 ‘취향’은 김여사도 꺾지 못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결국 윤대통령이 ‘자신이 입어서 편한 옷을 입는 습관’대로 옷을 크게 입는 것 외에도 수트 색깔이나 넥타이 선택이나 구두 등은 김여사가 맡고 있다는 뉘앙스를 주는 기사 내용이었다.
여기서 먼저, 대통령의 패션 영역은 공적인 일인지 사적인 일인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필자는 김여사가 대통령을 내조하는 것은 사적인 일이지만 대통령의 패션을 담당하는 것은 공적인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윤대통령과 김여사는 대통령 패션 영역을 사적인 일로 치부하는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 부부 측근이나 대통령실의 어느 누가 감히 영부인이 직접 관여(잘 한다고 생각)하는 일에 어떤 제안이나 제동을 걸 수 있을까 싶다.
윤석열대통령의 취임식 이후부터 현재까지 그의 패션을 보면 아무것도 개선되지 않은 점을 미루어 김건희 여사가 대통령의 패션을 맡는다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김여사가 아무리 유능하고 훌륭한 전시 기획 전문가일지라도 패션 및 PI(Personal Identity)전문가는 아니다. 그래서 필자는 대통령실에 30~40대의 패션 관련 전문가 출신으로 대통령 패션 전담 직원이 있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는 바이다. 물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윤대통령 자신의 ‘패션에 대한 인식’부터 달라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면 이제부터 윤석열 대통령 패션에서 반드시 달라져야 할 디테일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알아보겠다. 윤대통령이 정장을 지나치게 크게 입어 대통령의 품격을 떨어뜨린다는 점은 앞에서도 수차례 짚었기 때문에 더이상 언급하지 않겠다. 아울러 대통령의 패션 디테일에서 꼭 지켜져야 할 포인트 세 가지에 초점을 두겠다.
첫째, 회색 정장은 입지 말아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방문했던 첫 만남에서 흐릿한 회색 정장을 입었고, 대통령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 등 굵직한 행사에서도 회색 정장을 입었다. 정치인 중의 정치인인 대통령은 전통적으로 네이비(감청색) 정장을 입는 것이 국가를 막론하고 무언의 법칙이다. 감청색은 신뢰감과 무게감을 동시에 전달하기 때문에 정치인의 유니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감청색 정장은 클래식 정장을 대표하는 점 외에도 윤대통령의 덩치를 축소해 보이게 하는 최상의 컬러이기도 하다. 특히 윤대통령은 목이 짧고 어깨가 구부정하며 몸집이 큰 체형이라 회색 정장을 입으면 둔해 보이기 때문에 공식 석상에서 회색 수트는 절대 입지 않는 것이 좋다.
둘째, 넥타이 디자인 및 노트(knot, 매듭)를 품격있게 연출해야 한다.
윤대통령이 넥타이를 매는 방식(노트, Knot)은 성인이 된 남성이 처음 넥타이를 매는 것처럼 엉성하다. 윤대통령이 매는 넥타이 색상은 너무 올드한 스타일이 많다. 또한 지나치게 밝은색 넥타이는 존재감을 가벼워 보이게 하는 속성이 있다. 파란색 계열과 감청색 바탕에 흰색 스트라이프 무늬의 넥타이를 기본으로 하여 짙은 색(다크톤) 타이가 신뢰감을 준다.
지난 나토에 참석했던 각국의 정상들은 약속이나 한 듯 파란색 계열의 넥타이를 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윤대통령은 ‘골드 브라운’의 따뜻한 네추럴 컬러 넥타이를 맸다(여기서의 넥타이 노트는 완벽한 모습으로 평소에도 이 방식대로 넥타이를 매길 바란다).
폭이 좁은 넥타이는 캐주얼한 스타일로 주로 20대 남성이 즐겨 맨다. 폭이 좁은 넥타이를 맨다고 해서 젊어 보이게 연출해 주지는 않는다. 이런 스타일은 대통령이라는 최고위 직급과 체형이 큰 그에겐 언밸런스할 뿐만 아니라 대통령으로서의 품격을 떨어뜨린다.
왼쪽은 나토에 참석하기 전에 인사하는 윤대통령 부부 사진이며 오른쪽은 울산시 현대중공업에서 열린 차세대 이지스구축함 정조대왕함 안전항해 기원식에 참석한 윤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사진이다. 윤대통령이 김건희 여사와 동행하는 행사를 보면 그의 넥타이 색깔은 김건희 여사의 옷 색깔 톤(Tone)에 맞춘 것을 알 수 있다.
가령 김여사가 흰색 원피스를 입을 땐 윤대통령의 타이는 거의 흰색에 가까운 ‘페일 톤’ 일색이다. 옐로그린 계열의 옷을 입을 땐 윤대통령의 타이도 흐릿한 옐로톤으로 커플 패션을 연출한 것이다. 앞에서도 강조했듯 윤대통령의 타이는 대통령이라는 직책과 큰 체형으로 흐릿(덜톤, Dull Tone)하거나 밝은 색(라이트 톤, Light Tone) 타이는 상황에 맞지 않는다. 이런 넥타이는 나이도 더 들어보여서 윤대통령에겐 워스트 컬러이다. 대통령의 넥타이는 언제 어디서든 어두운색의 타이가 강력한 리더십을 어필해준다. 윤대통령이 김여사와 함께 공적으로 활동할 때는 김여사의 남편이기 이전에 국민의 대통령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지위에 걸맞은 넥타이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정장에 맞는 클래식 구두를 신어야 한다.
윤대통령은 지난 나토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회담할 때는 클래식 구두를 신었지만, 마크롱 대통령을 만났을 땐 캐주얼 구두인 로퍼를 신었다. 대통령은 클래식 구두가 볼이 좁다 보니 발이 어지간히 불편했던 모양이다.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을 만날 때도 클래식 구두를 신었어야 복장 예의에 어긋나지 않는다. 패션도 상대를 배려해서 착장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얼마 전에 열린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숨소리 하나 놓치지 않고 한치도 국민의 뜻에 벗어나지 않도록 그 뜻을 잘 받들겠다. 저부터 앞으로 더욱더 분골쇄신하겠다”고 말했다. 윤대통령은 한국의 대표 브랜드로서 국격에 맞는 패션을 입어야 한다. 필자는 오직 윤석열 대통령의 패션이 ‘고품격 리더십’을 발휘하는 도구가 되길 바라는 차원에서 이 글을 제안한다.
◇정연아 이미지테크연구소 대표, 이미지컨설턴트협회 회장
정연아는 국내 최초의 이미지컨설턴트로서 대통령 후보를 비롯한 정치인의 퍼스널 브랜딩, 최고경영자(CEO) 등의 이미지컨설팅을 담당해왔다. 대기업, 지방자치단체, 대학교 등에서 이미지메이킹을 주제로 1만회 이상 강연한 명강사이다. 저서로는 1997년 베스트셀러 ‘성공하는 사람에겐 표정이 있다’ ‘매력은 설득이다(2011)’ ‘내 색깔을 찾아줘(2022)’ 등 총 8권이 있으며, 칼럼니스트로서 여러 매체에 퍼스널 브랜딩과 관련한 글을 기고하고 있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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