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지사 핫라인·시민 제안 공모도…"더욱 세밀한 지원방안도 찾겠다"

25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수원중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암ㆍ희귀병 투병과 생활고에도 불구하고 복지서비스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수원 세 모녀' 빈소에서 원불교 경기인천교구 주관으로 추모식이 진행되고 있다. 2022.8.25
▲ 25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수원중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암ㆍ희귀병 투병과 생활고에도 불구하고 복지서비스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수원 세 모녀' 빈소에서 원불교 경기인천교구 주관으로 추모식이 진행되고 있다. 2022.8.25

[폴리뉴스 한유성 기자] 투병과 생활고에도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가 아무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수원 세 모녀' 사건을 계기로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사회안전망 재점검에 나섰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25일 페이스북을 통해 도지사 '핫라인' 전화번호(☎010-4419-7722)를 공개했다. 김 지사는 "삶의 막다른 골목에서 정말 힘드신 분들이 연락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제가 직접 응대를 하지는 못하지만, 특별히 지정한 저희 직원들이 최선을 다해 보살피겠다"고 했다.

이와 더불어 경기도는 복지 사각지대를 메울 시민 제안을 경기도의 소리(vog.gg.go.kr)를 통해 공모 중이다.

경기도뿐 아니라 전국 지자체들이 위기가구를 찾는 사회안전망을 정비하느라 분주하다. 경기도와 충남도 등은 '명예사회복지공무원제' 운용을 확대하기로 했다. 명예사회복지공무원제는 2018년 증평 모녀 및 구미 부자 사망 사건을 계기로 복지 사각지대의 위기가구를 발굴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로, 지역협의체 위원·복지 통리장·읍면동 기관·생활업종 종사자·지역 주민 등이 무보수 명예직으로 활동하고 있다.

경기도에는 3만8천78명, 충남도에는 2만9천95명이 활동 중이며, 충북 청주시도 내년부터 위기가구 발굴을 위한 인적 안전망을 확대하기로 했다. 확대 대상은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을 비롯한 주택관리사협회 관계자, 편의점 업주, 푸드뱅크 대표 등이다.

세 모녀의 주민등록상 주소지였던 경기 화성시에서는 정명근 시장의 지시로 '고위험가구 집중발굴 TF'가 꾸려져 복지서비스 비대상으로 분류된 가구에 대해 전수조사에 나선다. TF는 올해 들어 4차례 이뤄진 행복e음 복지 사각지대 발굴에서 세 모녀처럼 주거가 불명확하다는 이유 등으로 복지서비스 비대상으로 등록된 1천165가구와 건강보험료나 전기료를 장기 체납한 8천952가구를 면밀하게 조사할 방침이다.

시는 관련 빅데이터를 활용하되 현장 점검을 병행해 지원 대상자를 발굴할 계획으로, 세 모녀가 실제 거주한 수원시는 매년 2회 실시되는 주민등록 전수조사 시 모든 시민의 거주 환경과 생활 실태를 조사해 '위기 가구'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기로 했다.

아울러 지방세 장기 체납자·단수 가구 데이터를 각 구청 사회복지과로 보내면 동 직원이 해당 가구를 방문, 도움이 필요한지를 판단해 복지자원과 연계하는 '은둔형 위기가구 자체 발굴 시스템'도 구축할 계획이다.

시흥시는 돌봄 사각지대에 있는 대상자를 발굴, 원스톱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돌봄SOS센터'를 도입해 시행하기로 했다. 돌봄SOS센터는 일상 또는 긴급한 상황에서 돌봄이 필요한 시민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합창구로, 관내 19개 동 행정복지센터에 설치된다. 

특히 주소지가 시흥으로 등록되지 않아도 실거주자로 파악되면 시흥시민과 동일하게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는 주소지를 변경하지 않은 탓에 소재 파악이 안 돼 지자체의 도움을 받지 못한 '수원 세 모녀' 사건의 재발을 막으려는 방안이다.

서울 성동구에서는 복지 사각지대 발굴 전문인력인 '중장년 돌봄 전담 인력'을 채용해 고독사 위험 가구를 발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전담 인력은 고독사 위험군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안부를 확인하고, 고시원이나 편의점, 약국 등 생활 밀착 업소를 방문해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는 역할을 한다.

인천시는 최근 10개 군·구에 공문을 보내 복지취약 가구와 생계곤란 가구를 적극적으로 발굴해달라고 요청했다. 아울러 시는 인천형 생활보장복지제도인 'SOS 긴급복지'와 '디딤돌 안정소득' 지원 대상 선정 기준을 대폭 완화해 빈곤 사각지대 해소에 나선다. SOS 긴급복지는 주 소득원의 실직·질병·사망 등 갑작스러운 위기로 생계유지가 어려운 가구를 대상으로 72시간 이내에 필수 복지서비스를 지원하는 제도다.

시는 지원 가구 선정 시 재산 기준을 애초 1억8천800만원 이하에서 3억원 이하로 완화했다. 디딤돌 안정소득 제도는 국민기초생활보장 제도상 선정 기준에 못 미쳐 혜택을 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 가구에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해주는 제도로, 소득 기준은 중위소득 40% 이하였다가 50% 이하로 선정 범위가 확대됐다.

경남도도 올해 4차례 진행된 행복e음 복지 사각지대 발굴에서 혹여 누락된 위기가구가 없었는지 재점검하기로 했다. 또 수원 세 모녀와 같이 주민등록상 주소지와 실거주지가 다른 위기 가구가 있을 수도 있다고 보고 주민등록 사실조사도 강화하기로 했다.

수원시 관계자는 "복지서비스 대상 안내문을 곳곳에 배포하고 통반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가구 방문 등을 통한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겠다"고 했다. 화성시 관계자도 "이번 일을 계기로 사회 안전망을 더 꼼꼼하게 정비해 누락되는 위기 가구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수원 세 모녀'의 빈소가 마련된 수원시 수원중앙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한 한덕수 총리는 "국가가 충분히 챙기지 못하는 사각지대에서 또 이런 일이 일어나 정말 가슴이 아프다"며 "정부 관련 부처에 하나의 그룹을 만들어 어떻게 이런 빈 곳을 메울 수 있는지 논의하고 있다. 종합적으로 사각지대를 없애려고 노력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1일 수원시 한 다세대주택에서 투병 생활을 하면서 생활고를 겪던 세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긴급생계지원이나 주거지원, 기초생활수급 등 복지혜택 대상에 해당할 수도 있었으나 복지서비스를 신청하지 않았고, 실제 주거지가 주소 등록지와 달라 복지서비스에서 완전히 소외돼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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