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새 대표 선출하면 李 회복할 수 없는 손해”
국민의힘 “정당 자율권 침해…이의신청 여부 정할 것”
이준석 측 “헌법 파괴행위에 대한 역사적 판결”
전문가 “절차적 하자 자업자득” “여권 내부서 신당 창당할 것”
[폴리뉴스 김유경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낸 비상대책위원회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사실상 받아들이면서 당에 강력 ‘비상’이 걸렸다.
법원은 26일 비대위원장의 직무 집행을 본안판결 확정 때까지 정지해야 한다고 결정하면서 '주호영 비대위 체제'는 정상 가동이 어려워졌다. 또한 비대위 전환의 전제 조건인 '비상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등 주요 대목에서 이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전날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처음 열린 연찬회에서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 및 정부 관계자, 소속 의원들이 단합을 도모한 뒤 바로 악재가 터지면서 충격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재판부 결과에 "정치적 결정"이라며 사실상 불복 입장을 밝혔고, 내일(28일) 의원총회를 열어 향후 대응을 논의할 예정이다.
법원 “비대위 전환 위해 ‘비상상황’ 만든 것”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황정수 수석부장판사)는 이날 주 비대위원장의 직무 집행을 본안판결 확정 때까지 정지해야 한다며 이 전 대표의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재판부는 전국위원회 의결 중 비상대책위원장 결의 부분이 무효에 해당한다며 "전국위 의결로 비대위원장으로 임명된 주호영이 전당대회를 개최하여 새로운 당 대표를 선출할 경우 당원권 정지 기간이 도과되더라도 이 전 대표가 당 대표로 복귀할 수 없게 돼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전국위 의결이 ARS 방식으로 이뤄진 것은 위법하거나 중대한 하자는 아니라고 봤으나, 국민의힘에 비대위를 둘 정도의 '비상 상황'이 발생하지 않아 '실체적 하자'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경위를 살펴보면 당 기구의 기능 상실을 가져올 만한 외부적인 상황이 발생했다고 하기보다는 일부 최고위원들이 당 대표 및 최고위원회의 등 국민의힘 지도체제의 전환을 위해 비상 상황을 만들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는 지도체제를 구성에 참여한 당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정당민주주의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정당 자율권 침해…곧 이의신청 여부 정할 것"
비대위 구성을 사실상 무효판결을 한 가처분 결정 후 모든 비대위 활동이 올스톱된 국민의힘 지도부는 "정당 의사결정에 대한 과도한 침해"라며 반발했다.
박형수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2시경 논평을 통해 "상임전국위원회의 정당한 유권해석을 법원이 임의로 뒤집은 것은 정당의 자율권을 침해하는 비상식적인 결정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정당내부의 자율적 의사결정에 대한 과도한 침해"라며 "이른 시일 내에 법률적 검토를 거쳐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호영 비대위원장은 오후 2시 30분께 입장문을 통해 "매우 당혹스럽다"며 "국민의힘이 비상상황이 아니라는 오늘의 가처분 결정은 납득할 수 없다"며 "정당의 내부 결정을 사법부가 부정하고 규정하는 것은 정당자치라는 헌법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국민의힘 비대위는 오후 4시경에 긴급회의를 열어 대응책을 논의했다. 주 비대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오후 4시께부터 정희용 비서실장과 박정하 수석대변인,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 등 당 지도부와 당 법률자문단과 대책 회의를 가졌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참석하지 않았다.
박 수석대변인은 회의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현재 비대위원장의 직무는 정지가 되지만 비대위원들의 지위나 비대위 구성은 문제가 없다는 게 다수의 해석인 것 같다"며 "그에 맞춰 어떻게 지도부를 구성할지 등을 검토했고, 내일 의총에서 의견을 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준석 전 대표의 변호인단이 최고위를 다시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선 "(이 전 대표 측 주장대로) 최고위 체제로 돌아갔는데 (당이 제기한) 이의신청이나 항고 결정이 받아들여지면 그것마저 무효가 되는 상황이 온다"며 "그래서 항고 결정이 나올 때까진 (지도부 체제를 바꾸는 결정은) 유보하는 게 맞다는 게 법률자문단의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향후 우리가 어떤 수순을 밟아야 하는지에 대해 경우의 수를 정리하고 의총을 거쳐야 향후 우리 당의 프로세스가 결정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판결 직후 권성동 원내대표는 공지를 통해 “내일(27일) 의원총회에서 긴급 현안 논의가 있을 예정”이라며 “의원님들께서는 지역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의원총회에 반드시 전원 참석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법원 판단 두고 “정치적 판결” “부실재판” 비판 목소리 봇물
국민의힘에서는 이날 법원 판결로 당 지도부인 비대위 활동이 전면 중단되고 모든 업무가 중지되었다. 이에 당내에서는 판결이 '정치적 판결' '부실재판'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요즘 법원은 정치적 판단도 하네요. 대단합니다"라고 적었다.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떻게 보면 법원이 정당의 정치에 관여하는 결과가 되는 상황"이라며 "남부지법에서 이번주에는 가처분 결과가 나오지 않을 거라고 공지가 돌았는데, 그럼에도 당에서 오랜만에 만든 의원 연찬회 시간을 택해 기습적으로 결정을 내린 부분에 대해 굉장히 의도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변호사들이 이의신청을 했고,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했다.
송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원들의 총의를 모아 다시 한 번 상황을 정리를 하고 대응책도 종합적으로 강구해 나갈 예정"이라며 "잘못된 사법적 잣대를 들이댄 법원에 대해 엄중 항의하는 조치를 할 생각"이라고 했다.
박정하 비대위 수석대변인도 이날 국회에서 주 비대위원장과 법률 대리인들과 회의를 한 후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원장은 직무가 정지되지만 비대위원의 지위나 구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게 다수의 해석"이라면서 "현재 지도부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어떤 방법이 있나를 내일 의총에서 의견을 구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당 혁신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해진 의원은 "법원의 결정은 부실재판"이라며 "당 비대위 관련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대해 항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그런 점에서 우리 당 측 법적 대응에 대해서도 아쉬움이 크다"면서 "항고심은 신청인 측과 법원의 부실한 논리에 대해 좀 더 치밀하게 대응해야 한다. 잘 대응하면 상급심에서 원심파기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갈등의 핵심인 '비대위시 당대표 자동해임'에 대한 정당성을 다시 고민해 보아야 한다. 정치적 여론몰이로 자동해임을 밀어붙이지 않았으면 소송도, 재판도 없었을 것”이라며 “필요하면 이 이슈에 대해서 상임전국위의 유권해석이나 당헌개정, 또는 당론 정리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이날 <폴리뉴스>와 통화에서 “예상을 전혀 못해 굉장히 놀랐다”면서 “토요일(27일) 권 원내대표가 의총을 연다고 하는데, 거기서 어떻게 할 건지 방향을 논의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일단은 비대위가 해산됐기 때문에 예전처럼 다시 권 원내대표가 지난번 권한대행 체제로, 이 대표가 6개월 후 복귀하는 시나리오대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주호영 위원장이 이의신청을 한다고 했는데 실효성은 크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국민들의 마음을 얻느냐, 앞으로 정치를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 당장은 여론의 흐름을 봐야하기 때문에 예측하기 어렵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국민의힘의 다른 관계자도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윤리위에서 이 대표가 지금 조사받고 있는 것들이 있으니 확실시되고 움직였으면 나을 수 있었는데 ‘이준석 날리기’로 가다 보니 본인도 그에 따라 이의제기를 한 것이고 법원에서도 받아들인 것”이라고 당지도부의 실책을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이 전 대표가 돌아온다 하더라도 당내에서 대표로서 인정받을 수 있을지, 포용의 정치가 아닌 자기 고집대로 하면서 결국 실패하지 않았나”며 '이준석 대표 컴백'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준석 측 “정당민주주의 위반에 대한 역사적 판결...국힘, 법원 결정 엄중 이행해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측은 26일 법원이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한 것에 대해 "역사적인 판결"이라며 환영했다.
이 전 대표 측 변호인단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국민의힘이 법원의 결정을 엄중히 이행해야 한다"며 했다. 이어 "이번 결정은 사법부가 정당민주주의를 위반한 헌법파괴행위에 대해 내린 역사적인 판결"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이어 "법원은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탄생하는 일련의 과정이, 절차가 위법할 뿐만 아니라 내용상으로도 무효라고 판단했다"며 "법원은 '일부 최고위원들이 국민의힘 지도체제의 전환을 위하여 비상상황을 만들었는데, 이는 지도체제 구성에 참여한 당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정당민주주의에 반한다'며 '국민의힘 당헌 제96조에 규정한 '비상상황이 아니다'는 취지로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채무자 국민의힘에 대한 각하 결정은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 직무 정지 결정의 사전적인 단계에 불과함으로 별도로 결정할 필요가 없는 취지"라고 했다.
이 전 대표 변호인단은 "국민의힘은 법원의 결정을 엄중히 이행하라"고 촉구하며 "비상대책위원장의 직무를 정지하고, 사퇴하지 않은 최고위원으로 최고위를 구성해야 하며 사퇴한 최고위원은 당헌 제27조 제3항에 의해 선출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친이준석계 “당 폭주에 제동 걸어” “민주주의 최후 보루”
'친이준석계' 의원들은 법원 판결을 환영했다. 하태경 의원은 26일 법원이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이준석 전 대표가 낸 가처분 신청을 사실상 받아들이고 주호영 비대위원장의 직무집행을 정지시킨 데 대해 "법원이 우리 당의 폭주에 제동을 걸었다"고 평가했다.
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파국만은 막아야 한다는 안팎의 호소를 무시하고 정치로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걷어찬 결과, 법원에 의해 당의 잘못이 심판받은 것"이라며 이같이 적었다. 이어 "현 위기 상황에 대한 정치적 해법을 거부한 당 지도부는 이 파국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김용태 전 청년최고위원은 26일 페이스북에 "민주주의 최후 보루인 법원의 판단에 깊은 감사를 느낀다"며 "권력의 부당한 행보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했다"며 "앞으로 당과 국민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소명과 책임이 무엇인지 숙고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 “편법 동원 절차적 하자, 자업자득” “여권 내부서 신당 창당할 것”
<폴리뉴스>는 이날 정치전문가들과 통화에서 '국민의힘 비대위 무효 판결'에 대한 견해를 들었다. 전문가들은 '애초에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면서 ‘신당창당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종훈 평론가는 기자에게 “자업자득이다. 무리하게 일을 진행하다 보니 편법이 동원됐고 절차상 하자도 적잖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 평론가는 “판결을 보면 권성동 직무대행체제로, 국민의힘 당 차원에서는 지난 최고위를 해체한 것”이라며 “당헌당규와 상관없이 법적으로 당원권 정지 6개월 지나면 복귀하는 것이 됐다. 지금 현재 체제는 권성동 직대체제. 이준석 대표는 그대로 대표직 유지하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방법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굉장히 복잡하다”고 여당의 위기가 가중될 것을 예상했다. 그러면서 “권성동 직대체제로 일단 유지하라고 판단을 내린 건데 유지하려면 전당대회를 열어 최고위원을 다시 선출해야 한다”며 “가능한 법적 하자 없이 가려면 일단은 기존의 최고위를 정상화시키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 소장은 기자와 통화에서 “가처분에 진다는 건 사상 초유의 일”이라며 “정권에서 일을 두둔하게 해 이런 일을 초래했는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예상외 판결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황 소장은 “윤 대통령과 이 전 대표 간 싸움이 지속될 것이고 친윤은 이번 기회에 자기들이 물러서면 끝이라 탈당할 것이라 본다"며 "여권 내부에서 신당이 창당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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