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은 “언론탄압 아냐” “취재 거부도 자유” 두둔
한겨레·경향 “민항기 이용해 취재, 보도하겠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월 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하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48초 대화한 뒤 행사장을 나오면서 참모들에게 발언하고 있다.  ⓒMBC 영상 캡쳐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월 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하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48초 대화한 뒤 행사장을 나오면서 참모들에게 발언하고 있다.  ⓒMBC 영상 캡쳐


[폴리뉴스 김민주 기자] 대통령실이 윤석열 대통령의 아세안(ASEAN) 정상회의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순방을 이틀 앞두고 MBC 출입 기자들에게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불허한다고 밝힌 데 대해 언론단체와 야당은 언론탄압이라고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일부 언론사들은 대통령 전용기 ‘보이콧’을 선언했다. 반면 여당은 언론 통제가 아니라며 대통령실을 두둔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통령실은 지난 9일 저녁 MBC 출입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로 “대통령실은 이번 순방에 MBC 기자들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대통령 전용기 탑승은 외교, 안보 이슈와 관련하여 취재 편의를 제공해 오던 것으로, 최근 MBC의 외교 관련 왜곡, 편파 보도가 반복되어 온 점을 고려해 취재 편의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고 통지했다.

대통령실은 “MBC는 자막 조작, 우방국과의 갈등 조장 시도, 대역임을 고지하지 않은 왜곡, 편파 방송 등 일련의 사태에 대해 어떠한 시정조치도 하지 않은 상태”라며 “이번 탑승 불허 조치는 이와 같은 왜곡, 편파 방송을 방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윤 대통령은 10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많은 국민들의 세금을 써 가며 해외 순방을 하는 것은 중요한 국익이 걸려 있기 때문”이라며 “기자 여러분께도 외교, 안보 이슈에 관해서 취재 편의를 제공해 온 것이고, 그런 차원에서 받아들여 주면 되겠다”고 설명했다. 

MBC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언론 자유를 심각히 제약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특정 언론사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 거부는 군사독재 시대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전대미문의 일”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MBC는 “국민 혈세로 만들어진 대통령 전용기는 공적 감시의 대상”이라며 “마음에 들지 않는 언론에게 취재 편의를 제공하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대통령실 입장은 공공재산을 사유재산처럼 인식하는 등 공적 영역에 대한 인식이 없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특정 언론 보도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대통령실은 기자회견, 언론중재위원회 정정보도 신청 등 현행법이 보장하는 구제 절차를 통해 충분히 입장을 밝힐 수 있다”며 “대한민국이 합의하고 구축해온 민주주의 질서를 무시하면서까지 대통령 전용기 탑승 거부라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비판 언론에 대한 보복이자 새로운 형태의 언론탄압”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 현장에서 취재와 보도를 충실히 수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MBC는 지난 9월 윤 대통령이 미국 순방 중 주변 참모진에게 비속어를 사용해 말하는 모습을 최초 보도했다. 당시 MBC를 비롯한 다수 언론은 윤 대통령이 ‘(미국)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자막을 넣어 방송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고 해명하며 MBC가 왜곡 보도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에는 MBC ‘PD수첩’에서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논문 표절 의혹을 보도하며 김 여사와 닮은 대역을 쓰면서 대역 고지를 하지 않아 논란을 사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 출국을 앞둔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한국기자협회, 전국언론노조, 방송기자연합회 등 언론 단체들이 MBC 취재진에 대한 대통령실의 전용기 탑승 불허와 관련해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11.10  ⓒ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 출국을 앞둔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한국기자협회, 전국언론노조, 방송기자연합회 등 언론 단체들이 MBC 취재진에 대한 대통령실의 전용기 탑승 불허와 관련해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11.10  ⓒ연합뉴스


언론단체 “전용기 탑승이 시혜 베푸는 것으로 착각” 맹비난

언론단체는 이날 공동 성명을 통해 정면으로 맞섰다.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등 현업 언론단체들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헌정사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언론탄압이자 폭력이며, 헌법이 규정한 언론자유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라고 쏘아붙였다. 

이들은 “대통령 전용기는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며, 취재비용은 각 언론사들이 자비로 부담한다”며 “대통령이라는 공적 인물의 공적 책무 이행에 대한 언론의 취재와 감시는 민주주의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마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이 개인 윤석열의 사유재산 이용에 시혜를 베푸는 것으로 착각하는 대통령실의 시대착오적 인식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맹비난했다. 

이들은 “윤 정부가 납득할 만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이번 사태를 언론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위협을 규정하고 윤 정부와의 전면전도 불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몇몇 언론사들은 이번 대통령 해외 순방 취재시 대통령 전용기를 타지 않겠다는 ‘보이콧’ 입장을 내놨다. <한겨레>는 이날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의 이번 통보에 대해 “언론을 통제하려는 반민주주의적 결정”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민항기를 이용해 윤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을 취재, 보도하겠다”고 밝혔다. 

<경향신문>도 “대통령실 결정이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 부당한 처사라 판단한다”며 “이러한 결정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대통령 취재진에 탑승하지 않고 민항기를 이용하겠다”고 밝혔다.

야 “언론 자유 침해” vs 여 “MBC 잘못”

야당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쏟아졌다. 

민주당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 일동은 10일 성명서를 통해 “치졸한 정부의 황당한 언론탄압”이라며 “대통령 전용기에서의 대통령 행위는 당연히 취재 대상이고 취재공간이다. 이 취재공간에 출입을 금지한 것은 명백한 보도 자유의 침해이고 헌법상 언론의 자유 침해”라고 주장했다. 

위원들은 “윤 대통령은 지난 순방에 민간인인 이원모 인사비서관의 부인까지 대통령 전용기에 태우지 않았느냐”라며 “그러면서 국민 알권리를 위해 동행하는 언론인은 안된다고 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MBC만 보도했나. 언론사 대부분이 윤석열 대통령의 욕설 논란을 보도했고, 전 국민이 지켜봤다”며 “윤 대통령은 부디 이성을 되찾고 해외 순방 준비에 집중하시길 당부한다. 불필요한 논란은 신속히 결자해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같은 당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 브리핑에서 “국익을 해치는 것은 언론이 아니라 윤 대통령”이라며 “헌법을 수호해야 할 대통령이 앞장서서 헌법적 가치인 언론의 자유를 훼손하고 있으니 참으로 참담하다”고 밝혔다. 

안 대변인은 “대통령 전용기는 대통령 개인의 소유물이 아닙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국가가 운영하는 것이 전용기”라며 “사기업도 사주 마음대로 운영하지 않습니다. 하물며 국가를 대통령 마음대로 운영하겠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라며 따져 물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이날 오전 상무집행위원회에서 “누가봐도 이번 대통령실의 조치는 MBC가 뉴욕 순방 시 대통령이 행한 비속어를 그대로 보도한 데 대한 치졸한 보복행정이자 언론탄압”이라며 “자꾸 왜 이러느냐”고 비난했다. 

이 대표는 “이번 조치는 해외순방 때마다 발생하는 여러 잡음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하는 언론탄압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무엇이 그토록 불안한 것이냐”고 질타했다. 

같은 당 위선희 대변인도 이날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 브리핑에서 “이것이 대통령의 품격이냐”며 “윤 대통령의 ‘이 새끼’ 논란은 다른 누구도 아닌 대통령의 입에서 시작된 것이다. 만약 그것을 보도한 언론사의 잘못이 있다면 그것은 가감 없이 사실을 보도하는 언론 본연의 역할을 다했다는 것밖에는 없다”고 비판했다. 

위 대변인은 “대통령실의 논리대로라면 앞으로는 언론 취재 내용에 대해 정권의 검열을 받으라는 것인데,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질타했다.  

반면 여당에선 동조의 목소리가 나왔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기자들, 언론인에게도 책임 의식이 있어야 한다.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할 때 다른 언론과 국민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것”이라며 “언론탄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취재의 자유가 있다면 취재 거부의 자유도 있다”고 주장했다. 

홍 시장은 “경남도지사 시절 편향, 왜곡된 방송을 하던 경남 모 방송사를 1년 이상 도청기자실 부스를 빼 버리고 취재 거부를 한 일이 있었고 2017년 당 대표 시절에는 성희롱 허위 보도를 하고도 정정보도를 안 한 모 종합편성채널에 대해 당사에 설치된 부스를 빼고 당사 출입금지 조치를 취하면서 취재 거부를 한 일도 있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취재 당하는 입장에서는 악성, 왜곡 보도를 일삼는 언론에 대해 유일한 대항수단으로 취재 거부의 자유도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고 직격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홍 시장이 취재할 자유가 있으면 취재를 거부할 자유가 있다고 했지만, 그 부분은 제가 논평할 부분은 아닌 것 같다”며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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