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는 ‘교정’의 의미보다 ‘이행’의 의미 가져”

3세션 두 번째 주제발표에 나선 고병권 연구공간 수요+너머 대표는 지금 진보진영이 논의하고 있는 민주주의에 대한 개념을 다시 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시기 제기됐던 민주주의 관념에 대해 근원적인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고 대표는 ‘민주주의, 다수성의 정치학에서 소수성의 정치학으로’란 주제발표에서 “우리 사회가 80년대 불완전하게 달성한 민주주의를 지금 완성시키기 위해 노력한다기보다, 2000년대에 맞는 민주주의의 과제를 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며 이를 위해 “‘다른 민주주의’가 상상 가능하도록, 민주주의 개념 자체를 다시 생각해보는 것”을 제안했다.

그는 촛불시위를 비롯한 2000년대 이후 시위들이 “(정치적) 대의제 바깥에서 일어났다”며 “각각의 이슈들을 살펴보면 대체로 여야가 큰 틀에서는 합의(consensus)를 형성한 것들임에도 이 합의에 대해 대중들은 이견(dissensus)을 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그는 “대의제가 덜 발달해서 생겨난 퇴행적 사건들이 아니며, 한국 민주주의의 후진성 때문에 생겨난 것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며 “지금 사회운동에서 제기하는 문제들은 과거에 제도들을 통해 해결하려고 했던 그 과제들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 대표는 이러한 점을 들어 민주화 투쟁에 대해 “‘교정’의 의미보다는 ‘이행’의 의미를 갖는다”며 “(민주화는) 정체를 그 척도에 비추어 바로잡는 일이 아니라 척도 자체를 바꾸는 일이 민주화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에 대해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민주화 투쟁’이 청와대 자리를 놓고 벌이는 ‘투쟁 공학’으로 전락해서는 안 되며, 대선이 민주주의 승리를 가름하는 결승전도 아니라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민주화 투쟁에 대해 정치권력의 쟁취를 통한 가치의 구현 보다는 민주적 가치척도의 이행에 강조점을 둔 것이다.

이어 그는 민주주의 투쟁의 두 번째 의미로서 “민주화란 자격이나 조건, 척도, 경계를 넘어서 다양한 존재들이 서로 연대하는 것이다. 자기에게 부여된 표상을 넘어서 연대하는 것, 그것이 민주화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자신의 근거 체계를 문제 삼을 수 있는 체제가 민주주의이며 민주주의도 민주화의 대상이다. 사회를 지배하는 척도가 견딜 수 없는 어떤 것으로 나타날 때 민주주의에 대한 물음은 언제든 다시 시작된다”고 강변했다.

특히 그는 “한 사회를 지배하는 척도, 그것이 신분이든, 재산이든, 지식이든, 인종이든, 종교든, 그 척도에 의해서 다수자[다수성]와 소수자[소수성]가 정의된다”며 민주화를 민주주의의 이행으로 정의할 경우 “민주주의는 다수성의 정치가 아니라 소수성의 정치다”고 못박았다.

나아가 고 대표는 공적인 장에서 교섭과 합의, 중재를 통해 민주주의를 정의하려는 사람들에게도 “교섭이 척도를 공유한 자들, 지배적 세력을 형성한 대표자들이 중첩된 이해관계 속에서 어떤 합의에 도달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민주주의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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