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생활의 현장으로 하방해 중앙정치로 연결해야”

최갑수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는 이명박 정권과 과거 민주정부간의 차별성에 대해 ‘참여 민주주의 내지 정치사회에 대한 열등감과 거부감, 이로 말미암은 공격성’이라고 지목했다.

4.19 50주년과 광주항쟁 30주년을 맞아 14일 서울 정동 성공회대성당에서 한겨레신문과 성공회대 민주주의 연구소가 공동주관해 '열광과 좌절의 싸이클을 넘어- 민주주의의 위기와 제2의 민주화의 모색-'이란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최 교수는 이같이 주장했다.

최 교수는 이날 토론회 제2세션에서 ‘이명박 정부의 성격과 한국민주주의’란 주제의 발표문에서 이같이 밝히고 이로 인해 “일련의 시위 및 노동 및 사회운동 등에 이상과민증을 보이고 무엇보다도 언론과 방송을 장악하기 위해 ‘입법전쟁’을 불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러한 정권의 속성으로 인해 “건국절 및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논란으로 현 정권의 빈곤한 역사의식을 드러내고 인터넷 실명제의 도입으로 ‘다중’에 대한 혐오와 공포”를 내비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 정권의 속성은 우리나라 보수세력의 역사성을 반영한다며 “친일과 친미로 확인할 수밖에 없는 자기정체성과 그로 말미암은 민족주의에 대한 열등감, 분단과 냉전, 한국전쟁의 경험으로 말미암은 자유민주주의의 불구화, 개발독재에 대한 자부심과 향수, 강력하게 분출했던 일련의 민주화운동에 대한 공포와 이로 말미암은 폭민관 등이 현 정권의 현실관 밑에 깔려있는 역사의 층위들”이라고 분석했다.

그리고 최 교수는 한국 민주주의 위기와 관련해 우리 정치가 ‘일그러진 성공신화’를 대상으로 한 ‘욕망의 정치’에 빠져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이로 인해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음에도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율이 40%대의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최 교수는 “정치를 생활의 현장으로 하방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정치를 새롭게 이룩하고 생활정치를 탐색하여 그것을 중앙정치로까지 연결지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어 “최근 진보진영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녹·보(라)·적’의 연대론은 의미있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듯하다”며 “가족의 민주화, 일상과 환경의 결합, 생산 및 소비 현장의 유기적 연결, 그리고 이 세 운동의 생활기반을 통한 실천적 유대의 확립, 이것은 비록 중앙정치의 수준에서 본다면 후퇴로 보일지라도 우리 민주주의의 내공을 높이는데 반드시 거쳐야 할 수순”이라고 강변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지방선거가 민주주의의 축제로 새롭게 태어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최 교수는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과거 민주정부에 비해 민주주의가 후퇴했다는 인식에 대해서는 다른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정치적 민주주의 영역에서 후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지만 지난 정권과 비교하여 어떤 뚜렷한 퇴행현상이 눈에 띠지 않는다”며 “유사파시즘을 우려할 정도의 일탈의 낌새를 느끼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산업민주주의 영역과 관련해 “담론적으로 한 쪽은 ‘좌파 정권’이고 다른 쪽은 ‘우파 정권’이지만 신자유주의의 규정력을 고려한다면 연속성과 심지어 동질성이 뚜렷하게 감지된다”며 “사실 노무현 정권 역시 노동운동에 대해 억압적이고 ‘기업 프렌들리’였다”고 말했다.

그리고 남북관계 후퇴문제와 관련해서도 “미국의 압도적 영향 아래 남한 정권이 독자적 행보를 보일 여지가 애초 제한적인데다가, 최근 들어 현 정권은 적어도 필요하면 언제든지 남북정상회담의 카드를 날릴 수 있는 정도로까지 운신폭을 키우고 있다”는 점을 들어 실질적인 차별성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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