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청장께서는 1995년도에 서울시의원으로 첫 발을 들여 15년 만에 구청장이 됐다. 그럼에도 청장님은 중앙정치인 이미지가 강하다. 이번에 구청장에 당선된 것에 대한 감회는?

저는 95년 서울시의원 할 때 정치적인 큰 꿈 보다는 지방자치를 통해 뭔가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뛰어들었던 것이다. 사실 95년 서울시의원하면서 지방자치에 눈을 뜨면서 98년에 관악구청장 하려다 실패해 못했다. 그러나 이후에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많이 돌아서 정치 입문 15년 만에 구청장을 하게 됐다.

태어나자마자 도련님으로, 유력한 지역에 영입돼 정치권에 바로 입문한 국회의원이 많다. 한둘이 아니다. 난다 긴다 하는 사람들은 거의 다다. 바로 배지 달고 정치권에 입문한 사람들이 많은데, 저는 지름길은 커녕 빙빙 돌다 오니까 덕분에 팔도강산 유람 잘 하고 온갖 많은 경험을 하고 구청장으로 온 장점이 있다.

2. 지난 2006년 선거 때는 한나라당이 대부분 수도권을 장악했는데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으로 사실상 정권교체가 이루어졌다. 이에 새로 취임한 단체장들로선 공무원간의 융화가 중요한 과제인데?

(팔도강산 유람하듯이 많은 경험을 한 것이) 많이 도움이 됐다. 저는 정치권에 있으면서 청와대서도 근무해봤고 부처의 국장, 산하 기관장도 해봤고 입법부 기관장도 해봤고, 여러 군데 하면서 공무원들과 많이 일을 해봤다.

공무원조직은 국가조직이고 공무원은 상명하복의 조직이다. 장이 한나라당이든 민주당이든 민주노동당이든 그들에 충성해야 하는 조직이다. 공무원은 정당이 바뀌고, 같은 당이라도 단체장이 바뀌면서 고생을 많이 한다.

저는 오자마자 그 문제부터 풀었다. 지난 4년간 한나라당 기관장이 있었는데 그 기관장에게 충성한 것은 어떤 면에선 미덕인데, 그것을 가지고 문제를 삼지 않겠다고 했다.

(-인사를 몇 번 단행했나?) 자잘한 인사 외에 두 번 정도 했다. 지금 말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별 잡음은 없었나?) 구청 안에서 잡음은 없었는데 밖에서 잡음이 많았다. 구청장이 바뀌니까 구청인사와 관련해 곳곳에서 관여한다. 심지어 국제전화도 온다. 이를 일체 끊고 가기 위해 공무원들에게 “인사 가지고 밖으로 나가지 말아 달라”고 부탁한다.

지금은 그런 소리가 없지만 처음 인사했을 때 일부에선 ‘유종필은 한나라당’이란 말도 나왔다. 왜냐, 탕평인사에 비중을 두면서 안에 있는 일부 직원들이 인사를 밖으로 가지고 가 불평(complain)을 하면서 이런 현상이 있었던 것 같다.

3. 청장은 노무현 선거대책본부 대변인 이미지가 사람들 인식에 가장 우선시되고 있고 이후 민주당 대변인으로 참여정부에 각을 세웠던 모습도 국민에게 기억되고 있는데?

저와 노무현 전 대통령님과의 관계는 애증이 많이 교차했다. 그분은 이미 대통령 임기를 마쳤고 고인이 되셨기 때문에 제 언론의 자유 역시 많이 제약됐다. 이제는 고인에 대한 예의차원에서라도 말을 많이 안 한다.

저와 노 대통령님이 관계를 맺을 때 이야기를 하자면, 사적으로 전혀 모를 때였고 공적인 정치인 노무현은 진실성 있고 매력적이었다. 그분이 대통령 도전하기 위해 2001년 해양수산부장관 마치고 여의도에 금강빌딩에 캠프 차렸다고 해서 제가 일해 보겠다고 찾아갔다.

그때는 그분이 대통령 되리라는 기대는 힘들 때였고 제가 좋아서 찾아갔다. 그때 제가 정도전에 많이 심취해 있었을 때인데 정도전도 40살이 넘은 나이에 귀양살이를 마치고 자기 꿈을 실현시키는 데 무력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하고 함경도에 있는 이성계를 걸어서 찾아갔다. 이 부분에서 제가 찾아간 것과 똑같다.

사람의 운명이라는 것이 엇갈릴 때가 많고 저 역시 엇갈렸다. 공식적으로 민주당이 분당됐고 민주당이 저를 대변인으로 임명했는데, 저는 분당을 반대하던 입장이었고 야당 대변인 열심히 하니 대통령과 격지게 된 것이다. 지금은 과거지사이다. 노 대통령께서 퇴임 이후에 봉하마을 찾아가서 한번 뵈려는 생각 하고 있었는데 돌아가시면서 그 기회를 잃었다.

4. 관악구 캐치프레이즈가 ‘사람중심 관악특별구’인데, ‘사람중심’은 노 대통령이 크게 강조했다. 이와 연관된 것인가?

‘사람중심’은 지난 지방선거시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가 ‘사람특별시’를 내세워 구청장 후보들도 비슷한 캐치프레이즈를 함께 썼다. 저는 이 가치가 지닌 매력을 관악구의 비전으로 삼기 위해 ‘사람중심 관악특별구’로 지금도 가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역시 ‘사람사는 세상’ 등 사람 이야기를 많이 했다.

지난해까지는 교육, 복지 등 ‘사람중심 구정’은 ‘시운전 기간’이었다. 지난 7개월 동안 다진 기반으로 금년에는 제대로 자신 있게 나아갈 계획이다. 사실 올해는 세수감소로 예산을 긴축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지만 ‘사람관련 교육과 복지예산’은 그래도 늘여나간다는 계획이다.

5. 관악 콘셉트를 교육도시·지식문화도시로 잡고 있다. 관악은 서울대가 있어서 구청장과 국회의원이 교육 부문에 매진해왔다고 보는데, 현재 실정이 어떤가?

관악은 교육이 많이 낙후돼 있다. 중학교까지는 여기 다니는데 고등학교 갈 때 아파트 평수를 절반으로 줄여 강남으로 간다. 조금 살만하다든가 혹은 경제 형편은 어려워도 교육열 있다 하는 사람들 대개가 그런다. 교육 때문에 이탈하는 인구가 서울시에서 현재 1위이다. 도시에 구심력이 있어야 하는데 자꾸 원심력이 작용해서 발전이 힘들다.

이에 교육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중앙정부로부터 관악을 교육특구로 지정받았다. 또 이곳에 괜찮은 고등학교가 없는 것이 문제인데 마침 미림여고가 자립형 사립고로 지정받아 학생을 모집하고 있고 서울사대부고가 2014년 낙성대 쪽에 개교하면 크게 완화될 것이다.

서울사대부고는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 서울대 3자가 합의했다. 우리 구청도 많이 힘쓰고 있다. 그러나 현재 지도상에 금만 그어났지 부지 확보가 안 돼 있는데 부지 확보에 구청의 역할이 크다.

관악구의 교육지원경비예산이 47억4천만 원으로 타 지역에 비해 많은 편이다. 금년 예산이 많이 줄었어도 이 예산은 3억4천만 원을 늘렸다. 제 임기 중에 조례를 개정해서 약 80억까지 올려 관내 유치원 및 초·중·고등학교를 지원,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그리고 이와 관련해 최근에는 서울대와 공동으로 ‘관악 Edu-Valley 2020’을 수립했다. 대학생 멘토링, 중학생 영재교육 등 학관협력사업을 추진해 관악구를 선도적 교육도시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또한 서울대의 우수한 인적, 물적자원을 통해 교육발전 뿐 아니라 지역사회 전 분야에 발전을 도모해 보고자 한다.

6. 국회 도서관장 경력이 있는데, 현재 ‘작은 도서관’을 많이 유치하려는 특별한 계획을 갖고 적극 추진 중이신데?

도서관 공약을 전면에 내세운 사람은 역대선거에서 제가 유일하다. 제 선거공약 홍보물 12페이지짜리 중 도서관 공약이 절반이고 나머진 교육·보육이다. 당시 많은 사람이 반대했다. 개발, 교통 등 구청장 할 일이 많은데 과감하게 공약 안 걸었다. 이는 공약 안 하고도 다 하는 것이다. 특별히 중점을 둔다는 의미에서 도서관 공약, 교육·보육 공약만 내걸었다.

저는 국회 도서관장 재직시 세계 주요국 도서관을 다 심층탐방하고 책도 냈다. 미국은 도서관 공화국이다. 도서관이 생활 속에 뿌리내려 도서관 숫자가 많다. 맥도널드가 1만2천개이고 미국 국공립 도서관은 1만6천개, 모든 도서관까지 합치면 12만5천개다.

빌게이츠는 “나를 낳은 것은 어머니도 아니고 조국도 아니고 동네 ‘작은 도서관’”이라고 했다. 빌게이츠는 하버드대를 중퇴하고 고향인 시애틀에서 집에서 빈둥대다가 집 가까운 도서관에 가서 책을 보다가 아이디어를 얻어서 사업을 시작했다.

아무리 좋은 도서관도 멀리 있으면 안 간다. 관악구 사람이 서초동 국립중앙도서관이나 여의도 국회도서관 거의 안 간다. 가장 좋은 도서관은 집 가까운 도서관이다. 실제 선진국도 그렇고 우리나라 도서관 잘 돼 있는 곳을 가보면 집 가까운 곳의 어린이들 이용이 많다.

저는 어렸을 때 읽은 책 한 권이 운명을 바꾼다는 차원에서 ‘작은 도서관’을 많이 확충하려고 한다. 큰 도서관 하나 지으려면 100억도 더 들어가기 때문에 못 한다. 이에 기존 공공시설에 ‘작은 도서관’을 설치하는 것이다.

일례로 우리 구청 1층에 북카페로 도서관을 곧 하나 설치할 것이다. 또, 관악산 매표소로 쓰던 32.4㎡ 규모 건물이 있는데 ‘작은 도서관’으로 전환하기위해 지금 공사하고 있다. 서울 시민들이 관악산을 많이 이용하고 있는데 가칭 ‘만남의 도서관’을 만들어 이곳에서 시민들이 잠깐이라도 독서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더불어 주민센터, 체육센터, 경로당 등에도 ‘작은 도서관’을 계속 설치해나가고 있다. 동네마다 있는 새마을문고를 ‘작은 도서관’ 수준으로 업그레이드시키고 전체를 네트워킹화해서 책 배달서비스도 하고 있다. 이쪽 동네 책을 저쪽 동네에서 신청하면 배달하도록 차를 마련해두었다. 목표를 달성하면 도서관이 10분 내 거리에 있게 돼 동수보다 많아지게 될 것이다.

‘집에서 10분 거리의 작은 도서관’의 성과는 당장 나타나기 보다는 미래 10년 후에야 나타난다. 그러나 미래 관악구의 미래는 이러한 토양에서 자라는 어린이들에 달렸다. 저는 관악구의 미래를 위해 씨를 뿌리는 마음으로 사업을 추진해 나갈 생각이다. 교육 때문에 떠나지 않는 관악, ‘작은 도서관’이 많아 어린이들이 꿈을 키우는 관악을 만들겠다.

7. 2008년 총선시 뉴타운사업과 관련해 ‘욕망의 정치’라는 비판과 함께 이것이 당락을 갈랐다는 평가도 있다. 현재 많은 뉴타운사업이 어려움에 봉착했는데 신림동 뉴타운사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먼저 뉴타운에 대해서 당시 민주당이 ‘욕망의 정치’라고 비판한 것은 잘못됐다. 지금 민주당이 복지를 내세우는데 이것도 어느 면에서는 ‘욕망의 정치’로 볼 수 있다. ‘욕망’이라고 표현하면 부정적인 의미인데 국민, 주민의 욕구에 부응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

지금 신림 뉴타운은 삼성동 일대 1지구, 2지구, 3지구 중 가장 넓은 1지구가 난관에 봉착해 있다. 주민들 간에 서로 욕망이 대립하다 보니까 아무리 구청에서 합의시키려 해도 잘 되지 않는다. 2, 3지구는 예정대로 잘 진행되고 있다.

8. 친환경 무상급식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야권의 핵심 공약이었는데, 오세훈 서울시장이 각을 세우고 있다. 구청장으로서 시장의 이런 모습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나?

정책은 선악이 없다고 본다. 이에 민주당 정책이 절대적으로 옳다거나 한나라당 오세훈 시장의 정책이 절대적으로 옳지 않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 정책을 두고 정치논리로 대립하기보다는 서로 잘 절충해 갔으면 하는 마음이다.

서울시의회와 오세훈 시장간 대립이 심할 때 구청장들과 오세훈 시장 간 비공식적으로 만나 이 문제를 두고 소주자리가 마련됐다. 제가 “잘 타협해서 윈윈 했으면 좋겠다. 대립하지 않는 쪽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했고 다른 구청장도 그런 식으로 발언했다. 그때 오 시장도 긍정적이어서 그렇게 갈 줄 알았다. 그런데 오 시장이 세게 나가서 여기까지 왔다.

정책은 절대선은 없기 때문에 절충해서 가야 한다. 오 시장도 무상급식 확대에 찬성이기 때문에 차차 확대하면 몇 년 뒤에는 다 될 것 아닌가? 민주당도 이에 대해 양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렇게 갔으면 했는데 지금은 이미 그 단계를 넘어섰다.

(일각에서는 경기도처럼 충돌 없이 충분히 합의해서 갈 수 있음에도 그러지 않은 것은 대권 승부수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내고 있는데?) TV드라마 ‘시크릿가든’에서 “이게 최선입니까?”라고 했는데 지금 하고 있는 것이 최선은 아닌 것 같다. 국회나 시의회는 주도권이 없는데 집행하는 서울시에서 이렇게 안 가는 것이 좋지 않겠나? 그런 점에서 아쉽게 생각한다.

9. 복지와 관련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도 가세하는 대선의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성장과 일자리 창출이 ‘큰 복지’이고 무상급식은 ‘작은 복지’로, ‘큰 복지’가 잘 돼야 ‘작은 복지’도 잘 된다는 논리인데, 어떻게 생각하나?

성장이 있어야 복지가 있고 복지가 있어야 성장이 안정되듯이 병진해야 한다. 김대중 정부 때 중도개혁주의를 민주당이 표방했었고 분당된 이후에 작은 민주당이 중도개혁주의를 주장했다. 바로 그런 철학을 바탕을 둔 것이다.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위해선 복지가 필수적이다.

최근 복지 관련 기사에서 이해찬 전 총리 인터뷰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다 다른 입장의 김성식 한나라당 의원 인터뷰도 수긍이 갔다. 또 유시민 전 장관 인터뷰도 마찬가지로 맞는 점이 많아 고개가 끄덕거려지더라. 부엌에서는 누구 말이 맞고 안방에 들어가면 누구 말이 맞는 것처럼 복지 역시 절대적인 선은 없는 것 같다.

그러나 큰 틀에서는 성장과 복지는 병진한다. 중도개혁주의가 핵심이다. 1990년대 초반에 미국 클린턴이 중도개혁주의로 집권했고, 이것이 영국으로 넘어가 토니 블레어가 제3의 길, 독일 사민당(SPD) 슈뢰더가 신중도주의로 가 집권했다.

90년대 초반에 민주당 아홉 난쟁이 중 하나인 클린턴이 중도개혁주의를 발전시켜 정책을 만들었다. ‘민주당이 너무 좌경화돼서 복지를 내세운 것 때문에 집권 안 된다’고 판단해 클린턴이 민주당을 우경화한 게 중도개혁주의다. 결국 그것으로 집권까지 했다.

클린턴이 8년 했고 엘 고어와 아들 부시와 붙었을 때 엘 고어가 따 놓은 당상이라고 했지만 졌다. 지고 난 뒤 미국 민주당의 연구소가 내놓은 패인에 대한 논문을 봤다. 거기에 클린턴의 정책을 이어받았어야 했는데 다시 좌경화, 구 민주당으로 회귀했기 때문에 졌다고 조목조목 써놓았다.

지금 민주당이 복지에 대한 국민적 욕구를 수용한 것은 잘했다고 본다. 그 결과 지방선거서 좋은 성과를 일구었다. 그러나 유시민 전 장관 말처럼, 민주당원 입장인 제가 봤을 때 단지 구호로 보이는 측면이 있다.

민주당은 유 전 장관과의 논쟁해서 지지 않을 정도의 안을 만들어야 한다. 유 장관은 한나라당이 아니다. 같은 민주진영 아닌가. 유 전 장관은 또 말을 그렇게 흐트러뜨리는 사람이 아니다. 복지부장관도 열심히 했고 복지공부를 많이 한 사람으로 알고 있다.

나는 유시민 전 장관의 여러 정치행보에 대해 그렇게 찬성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유시민 전 장관은 내용 있는 정치인이고 복지에 대해 일가견 있다. 민주당의 복지에 대해 유 전 장관이 폄하하는 발언을 한데 대해 나온 민주당 논평이 강력하지 못했다.

가슴에 와 닿지 않았다. 현재로서 유시민 전 장관의 말이 맞다는 느낌을 갖는다. 민주당에서 아직 내놓지 않아서 그럴 것이다. 아직 민주당에서 유시민 전 장관에 대해서 정색하고 정책으로 반박하지 않는데 빨리 해야 한다.

10. 민선5기 지방자치 핵심 키워드는 시민참여와 소통이다. 이에 각 단체장들이 주민참여 시스템을 여러 형태로 가져가고 있는데 관악구는 어떤 시스템을 가져가고 있나?

저는 시민을 많이 참여시켜 소통을 강화하려고 한다. ‘사람중심 관악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지역과 외부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가동하고 있다. 또, 새로 조례를 만들어 정책모니터단도 구성했다. 다만 주민참여예산제는 현재 의회와 협의해서 금년에는 결론 내려한다.

지난 여름부터 각 동을 돌며 ‘주민과의 대화’를 했는데 성과가 좋다. 과거 구청장의 ‘주민과의 대화’는 다 시나리오에 따라 질문하고 답했는데 저는 일체 시나리오 무시하고 하고 싶은 말 다 받아서 했다. 즉석에서 주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이에 답하고 있다. 여기엔 중앙무대 대변인으로서 소통경험도 한몫하고 있다.

저는 비서실장을 별정직이 아닌 공무원을 쓴다. 대개 단체장이 데리고 온 별정직 공무원이 구정에 관여하는데 저는 구정에 관여하지 말라고 엄명을 내렸다. 잘못하면 별정직들이 실세로서 구정을 다 할 수 있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별정직 공무원 3명을 두고 주민들을 늘 만나고 다니는 임무를 줬다. 5급 민원실장, 6급 민원팀장, 무보수 특보로 구성했다. 주민이 하는 말들, 구정과 관련한 많은 민원을 나에게 갖다주면 이를 공무원이 반영하도록 하는 일종의 ‘암행어사’ 역할을 하도록 했다.

이들 3명이 날마다 돌아다닌다. 저는 이들에게 “앉아있지 말아라. 출근 안 해도 좋으니 주민들 만나고 다녀라”라고 했다. 이들은 저에게 매일 현장의 이야기를 전달해 준다. 다른 단체장들과 운용시스템이 다를 것이다.

대신 비서실은 서울시에 있던 직업공무원을 배치시켰는데 정무감각도 있고 행정에 대해 잘 알고, 서울시에서 왔기 때문에 서울시와 훨씬 더 연결을 잘 한다. 내 역량에 한계는 있지만 별정직을 비서실장으로 둘 바에 제가 하는 것이 더 낫기 때문에 비서실장으로 안 쓴다. 공무원들도 별정직 데려다 놓으면 말이 안 통해 안 좋아한다.

11. 청장의 주요 구정활동은 어떻게 되나? 구정과 주민과의 소통 모두 챙기기엔 바쁜 일정일 것 같은데?

저는 위임을 많이 하는 단체장이 아닌가 생각한다. 제가 해보니 관악구 과가 35개인데, 이 과들의 일을 구청장이 아무리 잘 알아도 이에 관여하고 다 챙길 여유가 없다. 제일 큰일은 제가 선거공약을 반영해 만든 시정방침이나 구정철학을 제대로 반영해 각 과에서 이를 창조적으로 해나가도록 독려하는 것이다.

제가 과별로 보고를 받으며 어떻게 돌아가는지 확인하고 과장들도 이에 대해 보고한다. 날마다 결재시간이 30분씩 있다. 저는 결재할 때마다 의자 뒤로 빼고 서서 결재한다. 자칭 ‘서서 결재하는 구청장’이다. 상하관계를 떠나 서로 존중하겠다는 의미다. 다른 한편 업무적 긴장관계를 최대한 유지코자 하는 면도 있다.

12. 공무원에 대한 양면적인 평가가 있다.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다’는 세간의 비평과 함께 ‘우리나라와 지역사회의 핵심 원동력’이라는 평가가 엇갈리는데?

저는 청와대 비서관, 행정자치부, 국정홍보처 국장, KTV 사장, 국회 도서관장 등을 맡으면서 공무원들과 함께 일했다. 의원 출신 장관들이 공무원들을 비판하는데 제가 상대해본 바로는 그렇게 비판할 정도는 아니다.

구청의 과장은 9급으로 들어와서 8~5급까지 4번을 승진해야 하는데 매번 피라미드로 좁아진다. 기본적으로 성실하지 않은 사람은 과장되기 힘들다. 공무원 대다수는 자기 업무에 대해서 기본적인 소양과 자세가 돼 있다. 역사적으로 강고한 조직이라 안정성과 조직력 또한 탄탄하다.

다른 한편 철밥통이다. 구청장 있다가 나가면 그만이다. 그것도 사실이다. 기본만 하려는 면도 있다. 새로운 논리가 공무원조직을 뚫고 가는 것은 힘들다. 그만큼 창의성, 상상력, 자발성은 부족하다. 일을 찾아서 하기 보단 해오던 대로 하려 하고 시키는 것만 하려 한다.

또 공무원은 영혼 없는 존재라고 하는데 공무원들 스스로 하는 말이다. 한편으론 나는 좋다고 했다. 저의 영혼으로 금방 무장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공무원 각자가 조직에 벗어나 자기 철학대로 가버린다면 이 조직이 유지가 되겠나?

13. 청장이 생각하는 관악구의 미래상과 목표는 무엇인가?

교육 때문에 다른 데로 이사 가지 않는 관악을 만들고 싶다. 그리고 진짜 어려운 공약 하나를 이루려고 한다. 미국 실리콘밸리가 스탠포드대, 버클리대를 배경으로 성립된 것처럼 서울대를 배경으로 관악벤처밸리를 만들어보겠다고 공약했다. 엄청 모험적인 공약이다. 제가 구청장 하는 동안 그 기반조성은 다질 것이다.

제 임기 4년 동안 최소한 기반이라도 마련한다는 목표이다. 구체적으로, 서울대~낙성대 일대에 연구단지를 만들어 관악벤처단지를 만들 계획이다. 물론 부지문제 등으로 쉽지 않다. 이에 실리콘밸리를 직접 보고 브라질의 생태도시 꾸리찌바(Curitiba)도 직접 볼 계획이다.

관악벤처밸리 유치하는 것은 제 꿈이다. 관악이 미래 첨단도시로 가는 핵심 키워드다. 낙후된 관악구를 변혁하기 위해 반드시 실현해야 하는 장기지속과제다. 이번에 그 초석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단체장으로 기회가 더 주어질 경우 제 손으로 초석위에 기둥과 서까래를 세우고 싶다는 생각이다.

14. 지난 지방선거는 야권연대 속에서 승리했는데, 내년 총선·대선 특히 대통령선거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어떻게 보고 있나?

한나라당은 강력한 인물이 한 명 있는데 민주당엔 강력한 인물이 없다는 것이 걱정이다. 그래도 미국 1992년 대선시 아버지 부시에 맞서 아홉 난쟁이 중 하나인 클린턴이 아칸소(Arkansas)에서 혜성처럼 등장해 이긴 것처럼 내년에 기적의 기운은 상당히 있는 듯하다.

지금은 어중간한 사람도 없이 다 고만고만하다. 그 중에 탁 튀는 사람 있으면 클린턴처럼 될 수 있다. 그래서 한나라당 골리앗을 시대정신으로 상대할 수 있다. 지역적으로는 불리하다. 충청도, 경상도 기반이 한나라당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시대정신으로 승부해야 한다.

토니 블레어도 당시 노동당 클린턴을 보고 배워 우경화해 집권했다. 이에 토니 블레어 아버지가 이름 없는 노동당원이었는데 자신의 아들을 비판할 정도였다. 나는 과거 노 대통령이 집권시 열린우리당이 중도개혁노선을 떠나 좌경화하는 데 대해 별로 찬성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과거 미국 민주당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 한국사회가 나가는 시대정신의 흐름에 맞춰 민주당이 좌경화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진보정당과 접점을 잘 찾아서 가면 총선·대선에서 희망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저는 내년 총선과 대선에 해야할 역할은 제가 맡고 있는 관악에서 구청장을 보니 민주당은 한나라당과 다르다는 평가를 얻어냄으로써 총선과 대선에 기여하려 한다. 민심을 얻어야 한다. 관악구에서 내가 구정을 잘해 민주당이 민심을 얻을 수 있게 노력할 생각이다.

15. 청장은 임기를 마친 뒤 중앙정치로 복귀할 것이란 예상도 일부에서 나오고 있는데?

대부분 사람들이 국회의원 나갈 것이란 생각을 갖고 직접 이야기한다. 저는 지금 국회의원 나간다는 생각 자체가 별로 없다. 나는 구청장으로서 성과를 내고 싶다. 한번 하든, 할 수 있으면 두 번 하든 제대로 구청장으로서 성과를 낸다면 15년 정치한 보람을 찾는 것이다.

인터뷰어 : 김능구 본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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