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朴회동 ‘가이드라인’...박근혜 장악한 ‘당’에 선긋기

이재오 특임장관이 최근 ‘할말은 한다’며 독자적 세 불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4.27 재보선 패배 후 한달만에 침묵을 깬 이 장관의 일성은 ‘박근혜와 청와대와 당’과 일제히 대립각을 세웠다.

‘이명박-박근혜 회동’에 대립각을 세웠고, ‘국무위원과 청와대 비서진’들에게 쐐기를 박았으며, ‘친박+친이상득+소장파’의 범박파(황우여 체제)가 장악한 당에 대해서도 ‘전대불참 선언’으로 선을 확실히 그었다.

그의 각세우기 첫 일성은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회동에 대해 공개적으로 경계심을 들어내는 것이었다.

지난 1일 한경밀레니엄 포럼에서 이 장관은 오는 3일있을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의 회동에 대해 "(박 전 대표가) 대통령의 유럽 특사 활동을 보고하는 것 이 외의 의미는 없다고 본다"며 “유럽 특사활동 보고 이외의 다른 정치적 의미를 낳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오히려 당에 더 큰 혼란을 불러올 것”이라며 이-박 회동에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며 압박했다.

‘특사활동 이외의 다른 정치적 의미가 있다면 당에 더 큰 혼란’이란 결국 ‘내년 총선, 대선’과 ‘7.4 전당대회’, ‘정책기조 전환’ 등에 대해서는 말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는 청와대 홍상표 홍보수석가 ‘이-박 회동’에 대해 “정치상황을 비롯한 국정현안, 그리고 국가의 미래에 관한 사안들에 대해서도 폭넓게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며 사실상 차기 정권창출을 포함한 국정 전반에 대한 의견 전반의 교류를 하겠다고 밝힌 기류와 전혀 다르다.

이 장관의 ‘직설’은 친박계와 대립을 불사하고, 이번 황 원내대표 당선에서 확인된 친이상득계+소장파가 친박계와 연합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쐐기를 박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 장관은 황우여 체제 탄생이 이상득계 지원이 결정적이었던 것과 관련 원내대표 경선 직후 “배신은 한번이면 족하다”면서 친이상득계와 전면전 태세를 갖춘 바있다. 일각에서는 ‘배신’이 겨냥한 최종 종착지가 이상득 의원이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으로 보기도 한다.

이같은 이 장관 발언에 대해 청와대는 불쾌한 반응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대통령을 모시는 특임 장관이 대통령이 직접 주체가 되는 의미있는 행사에 대해 그렇게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다른 여권 핵심관계자는 "대통령의 명을 받아 일하는 국무위원이 대통령의 행사를 앞두고 이런저런 의미를 담은 평가를 사전에 내어놓는 것은 자칫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고, 청와대 한 참모는 "자신의 정치적 입장이 있다고 해도 그렇게 말하면 절제를 잘못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면서 "발언할 때 절제를 조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장관의 여권 핵심, 좀더 직접적으로는 ‘친이상득계’에 대한 경계심은 저축은행 사태에서도 드러난다.
저축은행 사태에 대해서 이 장관은 “전 정권이 책임질 일은 무엇이고, 현 정권이 책임질 일은 무엇인지 분명히 가려서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며 ‘전 정권 책임론’로 밝혔지만, 그보다 ‘현 정권 책임론’도 직접적으로 거론한 점이 주목된다.

‘저축은행 사태’와 관련해서 2일 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이상득 의원 연루 의혹’을 제기했다.

이석현 의원이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명예회장과 절친한 이웅렬 코오롱 회장이 이상득 의원에게 삼화저축은행 구명 로비를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의혹을 제기하자, 이상득 의원은 즉각 “나는 과거나 현재 저축은행과 관련된 사람을 한명도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저축은행에 대해서도 아는 게 없다"며 "이 의원이 내가 저축은행 구명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을 거론한 것은 무책임한 정치공세"고 전면 부인했다.

전대 불출마 ‘국무위원 무한책임론’

이 장관은 전대 불출마 입장도 밝혔다. 이 장관은 “당적을 갖고 있는 특임장관으로 여당의 각종 선거결과에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나는 특임장관으로서 당이 (4·27 재·보선에서) 실패한 데 책임을 지고 7월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지도부가 바뀌었으면 당이 자성해야 한다. 그런데도 자성은 없고 책임지고 물러난 사람이 또 지도부가 되겠다고 한다. 이래서 국민에게 신뢰를 줄 수 있겠느냐"며 “재·보선 패배 이후 당 지도부는 책임을 져야 함에도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 바쁘고, 떠넘긴 사람들이나 책임지고 물러난 사람들이 들어가 앉으려고 한다”면서 4.27 패배로 물러난 전 지도부가 패배 책임론에 대해 ‘이재오 책임론’을 제기하며 7.4 전대에 다시 출마하려는 움직임에도 쐐기를 박았다.

그는 "대통령 책임제하에서 국무위원과 청와대 비서진은 자기 개인의 잘잘못을 떠나 국정 전반에 대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국무위원과 청와대 무한책임론’을 강조하며 "우리나라 정치는 국민과 국가에 책임질 일이 있을 때 책임을 누구에게 떠넘길지, 책임을 떠넘기고 난 뒤에 자기가 어떤 자리에 갈지를 계산하기에 바쁘다"고 자신을 ‘쇄신’ 대상으로 규정하며 ‘박근혜’로 움직이는 친이상득계와 소장파의 기류를 맹비난했다.

이 장관의 전대불출마는 재보선 책임론 부분도 있지만 ‘박근혜 당’(범박파)이 된 당에 불참하겠다는 선언이다.

‘박근혜 당’과 선긋기는 ‘반값등록금, 감세철회’ 등 황 원내대표의 ‘좌(左)클릭’에 대해서도 평가절하한데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7월 전대에서 새 지도부가 선출될 때까지) 한 달간 당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개인적인 얘기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좌편향, 우편향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이르다“고 일축했다.

황우여 체제 이후 친이계가 구주류로 불리는 것과 관련 “당에 주류와 비주류가 있는 것은 맞지만 대통령 임기가 2년이나 남았고 대통령 성공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과연 구주류냐"며 발끈했다. 덧붙여 "(이 장관이) 정치갈등의 중심에 자주 등장한다"는 한 참석자의 말에, 4.27 재보선 당시 선거개입 논란에 대해 해명하며 "제가 갈등의 중심에 스스로 선 적은 없다"면서 "갈등의 중심에 서지 않도록 앞으로도 처신을 조신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대통령의 탈당과 관련 "이 대통령이 (재임 중에) 한나라당 당적을 이탈하는 일은 없을 것이고, 저도 분당(分黨)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밖에 전대 출마 후보들들에 대해 ▲금품 사용 일절 금지 ▲후원회 제도 폐지 ▲현역 의원과 원외 위원장의 전대후보 캠프 참여 금지 등을 선언해야 한다고 제안하며 "후보들은 선거 운동을 합동 유세와 정책토론회, 트위터나 페이스북, 이메일과 전화 등으로만 한다고 선언해야 한다"고 ‘전대 개혁안’도 제안했다.

이 장관은 자신의 트위터에서도 "한달동안 자신과 정국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며 "당적을 갖고 있는 국무위원으로서 당의 이러저러한 모습에 대한 반성의 시간도 가졌다"고 말하면서 ‘전대 불출마’ 입장을 밝혀, 당분간 ‘여의도 정치’에서는 조금 거리를 두면서 새로운 도약을 위한 재정비를 할 것으로 보인다.

靑-당-친박과 선 그은 이재오, ‘독자세력화’

이 장관이 이처럼 청와대-당-친박계와 선을 그은 것과 관련 ‘독자행보’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있다.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실어주듯 2일 친이 성향 민간보수단체인 ‘대통합국민연대’가 발족했다.
‘대통합국민연대’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외곽조직이던 선진국민연대 인원이 포함되어 있어 친이 조직의 재정비라는 평을 받고 있다.
이 자리에 이 장관은 불참했으나 참석 대상에 들어있었고, 오세훈, 김문수 두 친이계 잠룡이 참석함으로써 ‘친이계’의 대선 조직이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이상득 의원은 대상이 아니어서 사실상 ‘친이재오계’로 조직 정비로 해석된다.

이 장관은 또 오는 11일 재오사랑ㆍ조이21 등 자신의 지지 모임 회원 3000여명과 산에 오르는 등 조직 정비에도 나설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독자적 세확장’에 본격 나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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