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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오세훈 서울시장 연설 전문

21일 오전 10시 “시장직 걸고 책임지겠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1일 오전 10시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주민투표에서 투표율이 33.3%에 못미쳐 투표가 무산되거나 개표에서 과반수 찬성을 얻지 못할 경우, 모두 시장직을 걸고 책임지겠다”고 발표했다.



<다음은 오세훈 시장의 연설 전문>

시민 여러분께 충심(衷心)으로 드리는 말씀

존경하는 서울시민 여러분
저는 오늘 시민 여러분께
죄송스럽고 송구스러운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8월 24일 치러질 이번 주민투표 결과에
제 '시장직'을 걸어 그 책임을 다하겠다는 말씀입니다.

정치인은 장구한 역사로 봤을 때,
하나의 도구에 지나지 않습니다.
오늘의 제 결정이
이 나라에 '지속가능한 복지'와 '참된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리고 열매를 맺는 데
한 알의 씨앗이 될 수 있다면,
저 오세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고 해도
더 이상 후회는 없습니다.

사실 이 결정을 내리기까지
제 몸과 마음은
고통스럽고 힘든 시간의 연속이었습니다.

저를 믿고 지지해주신 천만 시민 여러분께
실망과 상처를 안겨드리는 것은 아닌가
스스로 묻고 또 물어봐야만 했습니다.
작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의회의 4분의 3,
구청장의 5분의 4를 민주당에 주시고도
서울시장직만은 제게 유임해주심으로써
제 정책의 연속성을 믿고 지지해주신
시민 여러분의 엄중한 뜻을,
저버리게 되는 것은 아닌가
스스로 두렵기까지 했습니다.

복지에 대한 서로 다른 견해를
'정치적 합의'로 봉합하지 못한,
제 부족한 리더십을 통감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나라의 미래를 위해
누군가 꼭 해야 할 일이라면,
또 그것이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이라면,
그 짐을 저라도 마땅히 짊어져야만 한다는
양심의 목소리를 끝끝내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지난 5년 동안 서울시의 복지 정책을 이끌어온 시장으로서,
이번 복지포퓰리즘과의 전쟁은
피할 수도 없고, 피해서도 안 되는 선택이기도 했습니다.

220억 원이면 '희망플러스통장'으로
저소득층 3만 가구의 인생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지켜보고 실감해온 서울시장이,
매년 몇 천 억을 필요하지도 않는 넉넉한 분들에게까지
항구적으로 나눠주어 어려운 분들의 희망을 꺾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정책이기 때문입니다.

형편이 비교적 넉넉한 분들은 오히려 나눔의 정신을 바탕으로
복지정책의 한 축을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분들까지 복지의 수혜자가 되기에는 아직까지 시기상조입니다.

더욱이 저는 그동안, 어려운 분들에게조차
스스로 일어서기 위해 고통을 감수하고 노력하셔야
더 많은 혜택을 받으실 수 있도록
'자립․자활의 복지'를 최우선적으로 추구해왔습니다.

봇물 터지듯 지금 쏟아져 나오고 있는
'무조건적 퍼주기식 복지'는
지금껏 애써 지켜온 서울시의 복지 원칙과 체계를
송두리째 뒤흔들고 허물어뜨리는,
저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정책이라는 점에
제 고뇌가 깊어졌습니다.

사회양극화로 인해 복지의 필요성이 커진 게 사실입니다.
맞습니다. 복지, 늘려가는 게 마땅합니다.
서울시도 지난 5년 동안 복지 예산을 꾸준히 늘려왔고,
앞으로도 더 늘려갈 계획입니다.

그러나 복지는 부자가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돕는 복지,
꼭 필요한 데 꼭 필요한 만큼 드리는

맞춤형 복지로 나아가야
다음세대에게 부담과 빚을 떠넘기지 않는
'지속가능한 착한 복지'를 구현할 수 있습니다.

7년 전, 저는 잘못된 정치 현실을 바꿔보고자
'국회의원불출마'를 선언한 바 있습니다.
정치를 바꿔보겠다고 덤벼든 초선 의원의 무모함과
그 잘못을 바꿔내지 못한 무력함,
저도 모르게 어느 새 그 정치풍토에 동화돼간 무감각이
부끄러워 산화하는 심정으로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

저는 오늘, 7년 전 그 때 보다 더 절실한 마음으로
시민 여러분 앞에 섰습니다.

오늘 이 결정이 예측불허의 수많은
후유증을 남길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번민 속에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은
이 나라가 인기영합주의의 '빠른 복지'가 아닌
다음 세대, 그 다음 세대까지 배려하는
'바른 복지'의 시대로 나아갔으면 하는
절박한 심정, 그 한 가지 때문입니다.

시민 여러분.

여러분은 용감하고 단호하셨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말했지만
무려 80만 시민들이 서명에 동참해
대한민국 최초의 주민 발의 '주민투표' 라는
새 역사를 쓰셨습니다.
이것은 실로 우리 민주주의 역사의
'작지만 의미 있는 기적'입니다.

저는 그러한 위대한 서울시민들을 지켜보면서
시장으로서, 그리고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큰 자부심과 감동을 느꼈습니다.

한 사회가 '참된 민주주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독재와의 싸움만이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눈에 잘 보이지 않아 그 위험성을 인식하기 어려운
'복지포퓰리즘과의 싸움'이 더 중요하고 또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지금 우리는, 부자나 빈자나 똑같이 나눠주는
무차별적인 현금 나눠주기식 복지가 과연 최선인지
당당하게 토론하고,
사회의 합의를 도출해내야 합니다.

지난 선거에 이겼다고 해서 그것이 민의라고 강변하며
투표불참운동까지 벌이는 것은 역사에 부끄러운 일입니다.

얼마 전 어느 시민께서 저에게 하신 당부 말씀이 떠오릅니다.
"정치는 여의도에 맡겨두고 시장은 살림을 챙겨야 한다.
그것이 본연의 역할이다"라는 진심어린 충고였습니다.

순간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지난 5년 동안, '서울에 미쳐있다'고 할 만큼
제 모든 열정과 혼신을 쏟아 부어
서울이 뉴욕이나 파리, 도쿄와 같은
세계 5대 도시 반열에 오르는 것이 목전에 있는 이 시점에
제가 과연 짊어져야할 일인가 돌아보게도 됐습니다.
차라리 모든 것을 내려놓고 서울시장 본연의 업무로 돌아가
생활 시정에 전념하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민 여러분.

아무리 험난해도 이번 주민투표를 통해
대한민국 복지방향을 정립하지 않으면
우리 서울의 미래가, 대한민국의 미래가
이대로 주저앉아 버릴 수도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복지원칙을 바로 세울 수 있는 것은
내년 총선과 대선 앞에 흔들리는 여․야 정치인들이 아니라,
오직 유권자 여러분입니다.

반드시 33.3% 투표율을 넘겨 시민 여러분의 엄중한 뜻이
어디에 있는지를 확실히 보여주는 계기가 돼야합니다.
저는 나라를 걱정하는 서울시민 여러분의 진심을 믿습니다.

주민투표가 임박해올수록,
선거의 순수성을 훼손하려는 전방위 공격이 거세지고 있지만,
한정된 재정으로 운영되는 국가와 지자체가
과연 어떻게 복지를 펼치는 것이 합당한 일인지
시민들께서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실 것이라 믿습니다.
오는 24일 주민투표에서는 지지정당, 이데올로기를 모두 떠나
서울의 유권자라면 누구나
소중한 한 표로써 자신의 소신을
당당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 또한 시민들이 함께해주신다면
어떤 것도 두렵지 않다는 자세로 임하겠습니다.

그 어떤 이유를 불문하고 저를 믿고 두 번이나
서울시장직을 맡겨주신 시민 여러분께는
뭐라 드릴 말씀이 없을 만큼 죄송스럽고 송구합니다.

어렵게 내린 이 결정에
대한민국의 미래에 보탬이 되길 바라는
충심(衷心) 하나 밖에 없음을 다시 한 번 간곡히 말씀드립니다.

2011. 8. 21

서울특별시장 오 세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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