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청와대와 여권 만류에도 결단 내려... 친박 여전히 냉랭

주민투표에 패배할 경우 시장직을 사퇴하겠다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발표로 한나라당은 충격에 빠졌다.

홍준표 대표는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어제 오 시장과 기자회견 직전에는 통화하면서 ‘신임투표도 아니고 정책투표율 재고를 위해 시장직을 거는 것은 옳지 않다’고 수 차례 만류했었다”며 오 시장의 결정에 대해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한나라당 지도부를 비롯해 청와대 참모진도 만류했지만 말이 먹혀들지 않았다. 이에 대해 당 내부에서는 ‘오 시장이 단독으로 주민투표 발의를 해놓고 당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반발뿐 아니라 ‘제명, 배신’ 등의 격한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 지도부는 자칫 서울시장 자리를 야당에게 내줄 수도 있기에 오 시장이 시장직을 내던진 이상 도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홍 대표는 “주민투표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만큼 한나라당은 남은 이틀 동안 투표참여운동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고 지원 의사를 밝히고 “최고위원들 대부분 ‘이왕 이렇게 된 거 총력을 다 해 도와주자’고 하더라”며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미 이 대통령의 오 시장에 대한 '적극적 지원'입장은 여러차례 확인된 바 있다.

오 시장이 시장직을 내건 다음날인 22일 제72차 라디오·인터넷 연설에서도 이 대통령은 “무리한 정책으로 재정이 바닥나면 이는 국가부채로 이어지고 결국 우리 아이들 세대의 부담으로 고스란히 전가 될 것”이라고 지적하며 전날 사퇴 배수진을 친 오세훈 시장을 도왔다.

이 대통령은 이어 “한번 집행되기 시작한 정책은 그만두기 어렵다”며 “지금 당장 우리가 편하자고 우리 아이들 세대에 큰 짐을 떠넘길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며 "맞춤형 복지를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 대통령은 "그리스가 지금과 같은 부도가 난 것은 복지 포퓰리즘에 두 거대정당이 경쟁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라며 "한국은 부디 그리스의 전철을 밟지 말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이미 '부재자 주민투표'를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같은 날 이재오 특임장관도 자신의 트위터에 “오 시장이 어려운 결정을 했다. 대의를 위해 자기를 버릴 수 있다는 것은 높아 사야할 용기라고 생각한다”며 “어려운 시기일수록 정도를 택해야 한다”고 오 시장의 결단을 높이 평가했다.

서울 총선민심에 서울 의원들 한발빼기... 서울시장 보궐선거 치러질까

이렇게 이 대통령 이하 당지도부까지 '오세훈 지원 사격'에 적극 나서려 하고 있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말'뿐인 지원으로 가고 있는 듯 하다. 오히려 '총선 역풍 경계령,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계령'이 떨어졌다.

내년 19대총선을 앞둔 서울 국회의원 출마자들은 '서울민심'에 민감한 '무상급식' 문제에 분명한 '찬반' 입장을 취하려 하지 않고 '한발빼기'를 하고 있다.

'무상급식 역풍'을 맞을까 우려한 때문이다. 서울 강북중심의 뉴타운 정책으로 '타운돌이' 별칭까지 얻은 서울 국회의원들은 가뜩이나 뉴타운 실패로 민심이 악화될때로 악화된 상황이다. 여기에 '서민들의 급식' 문제까지 '돈있고 없고'로 나누는 문제는 심각한 역풍을 불어올 수 있다.

오 시장의 '전격적인 시장직 사퇴'도 서울 지역구 의원들의 발목을 옥좨는 악재중 악재다.
총선 직전에 있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만일 한나라당이 참패한다면 그 역풍은 총선에 말할 수 없이 크게 불어닥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청와대와 당에서는 오 시장의 시장직 사퇴를 적극 만류했었다.

주민투표 참패시 오 시장이 9월말 안에 시장직을 사퇴할 경우에는 올해 10월 26일에 보궐선거를 치르게 되고, 10월 이후 물러날 경우에는 내년 4월 국회의원선거와 동시에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함께 치르게 된다.

어떤 경우라도 대형 보궐선거가 될 수 밖에 없다.

또한 내년 4월에 보궐선거를 치를 경우, 6개월 가량 시장 직무대행 체제가 이어져 서울시정이 파행을 부를 가능성 마저 있다.

주민투표 패배와 폭우 피해, 뉴타운 실패 등에 서울시정의 직무대행 체제까지 이어진다면 한나라당으로서는 악재에 악재가 아닐 수 없다.

뿐만아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비용은 200억-3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선거비용이 들게 된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비용 187억원에, 서울시장 보궐선거 비용 300억원까지 추가 세금이 들어간다면 한나라당에 불 역풍은 '초특급 태풍'으로 휘몰아 치게 될 것이다.

친박은 '여전히 냉담'... '박근혜發 복지' 화두에 악영향 경계

게다가 이번 주민투표는 사실상 민주당과 한나라당과의 대결 이라기보다는 '오세훈發 한나라당내 계파간의 전면전'으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여주어 왔다.

주민투표를 당 차원에서 전폭 지원 할 것인가 아니면 지자체에서 실시하는 투표 문제로 볼 것인가를 두고 당내 불협화음은 처음부터 존재해 왔다.

친박계의 유승민 최고위원과 소장파인 남경필 최고위원은 지난달 28일 한나라당 지도부가 최고위원회의 직후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대한 전폭 지원 방침을 당론으로 정리해 발표하자, 충분한 논의를 통해 당론으로 정하는 결정과정이 없었다고 당 지도부에 불만을 표시했다.

그러나 실제 전폭적인 지원을 결의한 한나라당 지도부 역시 지난 달 폭우사태로 오 시장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여론과 친박계의 눈치를 살피며, 오세훈 시장에게 실질적인 힘을 실어주지는 못했다.

지난 17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나경원 최고위원은 급기야 “오세훈 서울시장을 계백장군처럼 만드는 것 아니냐”며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대한 당의 미온적 지원에 불만을 터뜨렸다.
'내분으로 지원이 없어서 패배한 계백장군이 오 시장과 같다'는 것이다.

대선 불출마 선언 일주일 만에 또다시 투표율 33.3%에 시장직 사퇴를 내던진 이번 오세훈 시장의 발언은 그만큼 절박하고 위급한 상황에 놓였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행동으로 볼 수 있다.

'시장직 사퇴'라는 최후의 방어진을 칠 만큼 '33.3%'도 못 채울 비상상황으로 이번 주민투표 실패의 가능성을 오 시장 본인이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역으로 보여주고 있다.

'대선 불출마' 선언이 박 전 대표를 염두에 둔 '친박 러브콜'이었지만 반응은 역시 냉랭했고 오 시장은 '시장직 사퇴'까지 목숨건 선택을 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비상사태에도 불구하고 주민투표 자체를 '오 시장의 자충수'라고 보고 있는 친박계는 오 시장의 무리수를 당연한 결과로 여기는 분위기여서‘강건너 불구경’하는 태도를 쉽게 바꿀 것 같지는 않다. 친박계는 이번 주민투표 문제로 몸이 더렵혀지기를 극히 경계하며 최대한 말을 아끼고 조심스럽게 관조하고 있다.

특히 오세훈의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反복지'로 각인이 되어 박 전 대표의 '복지' 화두와 상충되기때문에 적극적 지원을 할 수 없는 점도 있다.

비록 이번 선거에서 실패할 경우, 주민투표에 소극적이었던 친박계에 대한 '책임론'이 부각된다 할지라도 대선에서 박근혜의 위치는 여전히 견고할 것이며, 오히려 사그라들고 있는 친이계의 불꽃에 찬물을 부어 불씨를 꺼뜨릴 수도 있는 효과마저 노리고 있다.

민주당, 벌써 차기 서울시장 하마평...

한편, 민주당 등 야당은 오 시장의 ‘배수진’에 투표거부 운동을 가속화 하고 있다.

오 시장의 시장직 사퇴 발표에 민주당은 '대권노름에 초조해 돈키호테식 쇼' '눈물연기 아카데미 영화제 대상감' 이라며 비꼬면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승기를 잡아 채려 하고 있다.

더 나아가 민주당은 서울시장 탈환의 기회로 삼고 있다. 박원순 아름다운재단 이사장이나 박영선 의원, 이계안ㆍ김한길 전 의원, 이인영 최고위원의 이름이 시장후보로 오르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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