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역풍, 야권에 악재로 작용

8.24 주민투표 소용돌이는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라는 태풍을 몰고 왔다.

내년 4월 총선은 6개월, 12월 대선은 1년여 앞두고 치러지는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총선, 대선에 직결되는 초대형 선거다.

애초 국회의원이나 광역단체장 선거가 없었던 10.26 재보선은 ‘조용한 지역선거’로 예상했지만 서울시장 대형선거가 결정되면서 그 판이 커져버렸다.

10.26 재보선은 서울시장을 비롯 서울 양천구청장 등 기초단체장 10명, 광역의원, 8명 기초의원 12명을 함께 뽑는 선거여서 전국 단위의 ‘정치선거’ 성격이 강해졌다. 기초단체장은 서울 양천구청장과 경북 울릉군수, 칠곡군수, 경남 함양군수, 강원 인제군수, 충북 충주시장, 충남 서산시장, 전북 남원시장, 순창군수 등이다. 광역의원 선거는 서울 2곳과 인천, 대구, 울산, 전남, 전북, 제주에서 치러진다.

8.24 주민투표를 실시한지 꼭 2달 만에 다시 치러지는 서울시장 선거는 ‘복지전쟁 2라운드’다. 정치권이나 서울시민이 원하든 원치 않든 ‘선택적 복지’노선에서 패배해 사퇴한 오세훈 시장 후임을 뽑는 선거라는 차원에서 ‘복지전쟁 2라운드’가 되지 않을 수 없다.

각 당은 내년 총선과 대선의 열쇠를 쥐고 또한 ‘복지선거’ 가 될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 적임자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한나라당에서는 나경원 최고위원, 정두언, 박진, 권영세, 권영진 의원과 외부인사로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 유인촌 대통령 문화특보,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서울대 김난도 교수 등이 거론되고 있다. 원희룡 최고위원은 이미 서울시장 불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는 천정배 최고위원이 25일, 28일 두 차례에 걸쳐 가장 발빠르게 공식 출마선언을 하면서, 후보경쟁이 치열해졌다. 박영선 정책위의장, 이인영 최고위원, 추미애 의원, 이계안 전 의원과 외부인사로는 서울시장에 출마했던 거물급 인사인 한명숙 전 국무총리, 강금실 전 법무장관과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조국 서울대 교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여성후보군의 경쟁력이 남성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폴리뉴스>와 <한백리서치>가 지난 8월25-26일 실시한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지지도 조사에서는 한나라당 나경원 최고위원이 35.0%로 가장 높았고, 민주당 박영선 의원 11.9%, 한나라당 권영진 의원 7.6%, 민주당 천정배 최고위원 6.1%, 박원순 4.5%, 박세일 4.1% 순이다.

조선일보-미디어리서치의 26일자 조사에서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12.4%로 1위를 했고, 나경원 최고위원이 10.6%로 바짝 뒤를 쫓고 있다. 다음으로 추미애 3.9%, 박영선 3.1%, 원희룡 2.8%, 맹형규 2.3%, 천정배 1.9% 순이다.

오세훈發 복지전쟁 1라운드 패배...‘보수의 결집’은 더욱 강화

내년 권력교체기를 앞둔 승부처 서울시장 선거판도를 결정짓는 최대 쟁점은 ‘보수층의 결집’에 있다. 8.24 패배와 오세훈 사퇴에 따른 ‘보수의 역풍’ ‘보수의 반격’따라 선거의 승패가 좌우될 것이다.

비록 ‘오세훈發 복지전쟁 1라운드’인 8.24 투표에서 패배했지만 ‘보수의 결집’은 이제부터 강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한나라당도 ‘보수의 결집’을 강도높게 요구하고 있다.

나경원 최고위원이 한나라당 후보 중에서 35%대로 ‘군계일학’의 1위를 점유하고 있는 것은 보수층을 잡고있는 ‘오세훈 사퇴 효과’다. ‘오세훈 동정층’에서는 ‘계백논쟁’을 불러일으키면서 까지 오 시장을 지원하려던 나 최고위원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오 시장이 비록 주민투표에서 패배하고 시장직까지 물러났지만, 보수진영에서는 ‘소신투쟁’을 하다 ‘전사’했다고 높이 평가하고 있다. 때문에 차차기 대선에서 오세훈은 살아있는 카드다.

실제 <폴리-한백>의 서울시민 대상으로 한 복지정책에 대한 지지도 조사에서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선별적 복지(49.6%)가 민주당이 주장하는 보편적 복지(41.4%) 보다 더 많이 선호했다. ‘복지전쟁 2라운드’가 될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유리한 상황.

이번에 투표를 하지 않은 야권성향층에서도 “반드시 전면적 복지를 찬성해서 투표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아이들 밥문제를 놓고 전쟁하듯이 한 주민투표 방식의 문제”라는 지적이 많았다.

사실 주민투표율 25.7%는 민주당이 예상했던 20%를 크게 웃돈 수치다. 이에 민주당에서는 “참 절묘한 결과”라고 보고있다. 25%를 넘어 33.3%를 육박했다면 이것은 한나라당의 승리였을 것이고, 20%선이었으면 민주당의 완전 승리였겠지만 ‘절묘한 수치’로 여야 어느 한쪽만의 승리도, 패배도 말할 수 없게한 것이다.

25.7%는 18대총선 한나라당이 얻었던 22.4%(전국 유권자 대비)보다 높고, 오세훈 시장이 6.2 지방선거에서 얻었던 25.4%보다 높다. 민주당의 불참운동에도 불구하고 ‘보수층이 결집했다’는 증거다. 한나라당에서는 오 시장 사퇴를 극구 만류하면서도 ‘오세훈 사퇴=보수결집’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때문에 홍준표 대표는 ‘사실상 승리’라고 평가했고, “서울시장 후보는 ‘보수의 상징’을 내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25.7%의 90%는 한나라당 지지층으로 보수층을 결집시키고 일부 중도층을 끌어들이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패배 직후 나타나는 보수의 일시적 ‘반발심리’만으로는 보수결집을 내년 총선, 대선까지 이어갈 수는 없다. ‘보수 결집’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카드, ‘박근혜 등판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8.24 패배에 ‘박근혜 책임론’이 상당하다. 사실상 ‘주민투표 참여 거부’와 같은 ‘나몰라라 식’ 박 전 대표의 입장에 한나라당 내에서는 불만이 노골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재보선은 당 중심으로 치룬다’는 자신의 원칙을 뒤집을 가능성은 없어보인다. 만일 자신이 앞장서서 지원을 했음에도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한다면 박근혜의 대선은 끝난 것과 다를 바 없다. 박 전 대표가 나서는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곧 ‘박근혜 대선전’이기 때문에 ‘all or nothing'이 된다.

뿐만 아니라 오 시장의 선택적 복지노선이 마치 ‘反복지’와 동급이 되어 박 전 대표가 대선 화두로 꺼내든 ‘복지’와 배치되는 개념이 되었다. ‘복지전쟁 2라운드’로 치러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곧 ‘오세훈 복지노선의 계승’이어야 하는 점에서 박 전 대표가 선거지원에 적극 나서기 어렵게 한다.

주민투표 결과, 강북 교육메카 노원구 평균보다 웃돌아

25.7%의 투표율을 지역별로 보면 한나라당 우세지역이 보인다.

일단 강남3구는 30%가 훨씬 웃돈다. 서초갑 37.1%, 서초을 34.3%, 강남갑 34.1%, 강남을 35.6%, 송파갑 32.1%, 송파을 31.3%다. 강남3구를 제외하고 30%가 넘는 곳은 양천갑 30.4%다. 30%는 안되지만 25.7%를 넘는 지역은 강동갑 28.3%, 노원을 27.2%, 송파병 26.8%, 용산 26.2%다. 송파병은 강남지역에서 유일하게 30%가 밑도는 지역이고 강북에서는 노원을과 용산이 평균치를 넘어섰다. 노원갑의 경우도 25.0%로 평균치에 근사하다.

반면, 18대총선 전국 유권자 대비 한나라당 후보 득표율(22.4%)보다 주민투표 투표율이 떨어진 지역은 동대문갑, 동대문을, 서대문갑, 서대문을, 성동을, 동작을, 관악갑, 양천을, 종로, 영등포을, 강북갑 등이다. 또한 10%대의 낮은 투표율을 보인 지역은 중랑갑 19.9%, 관악을 19.7%, 관악갑 19.6%, 금천 19.4%다.

전반적으로 강남3구와 노원, 용산을 제외하고는 강북, 강서 등에서는 투표율이 평균치에 못미쳤다. 때문에 한나라당은 긴장하고 민주당은 총선에서 역전의 기회가 주어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강북지역의 ‘교육메카’로 떠오른 노원구가 강남3구를 제외한 강북지역에서는 용산과 함께 가장 높은 투표율을 얻었다는 것은 눈여겨봐야할 대목이다. 노원의 여론은 강북지역 복지와 교육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

서울시장 보선 - 내년 총선, 한나라당 후보가 야권단일 후보 꺾어...
서울-수도권 한나라당 강세

8.24 참패로 와신상담하고 있는 보수는 ‘역전’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주민투표 직후 한 <폴리뉴스>와 <한백리서치> 여론조사가 보수의 결집이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은 마치 ‘보수의 도시’가 되어가고 있는 듯하다.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선호도 조사에서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이 35.0%로 가장 앞서 11.9%로 2위를 한 민주당 박영선 의원을 3배이상 차이로 크게 앞질렀다.
게다가 서울시장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47.0%)가 야권단일후보(37.3%)보다 약 10%p 앞섰다. 야권에서 단일후보를 내도 현재로서는 어렵다는 것이다.

한편, 전국 단위 조사에서 야권단일후보와 한나라당 후보의 내년 총선 가상대결에서 한나라당 후보(43.3%)가 야권단일후보(43.1%)를 꺾고 조사 후 처음으로 역전했다. 지난 7월조사에서는 야권단일후보가 45.5%를 얻어 38.6%를 얻은 한나라당 후보를 너끈히 이겼었다.

특히 주목할 것은 수도권과 서울에서 한나라당 지지도가 압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도권에서는 한나라당 47.5%, 야권단일 39.4%로 무려 8.1%p 앞서 전체 평균 0.2%p 보다 한나라당이 크게 앞섰다. 서울은 이보다 더 큰 격차를 보이고 있는데 한나라당 후보는 51.6%로 절반을 훌쩍 넘어섰고 야권단일후보는 36.7%에 그쳐 무려 14.9%p가 앞섰다.

7월조사에서는 수도권 전체에서 한나라당 후보 42.5%, 야권단일 43.4%, 서울에서도 한나라당 후보 42.6%, 야권단일후보 46.2%로 야권단일후보가 앞섰다. 그러나 이 지표가 한달만인 8.24 투표 직후에 완전히 뒤집힌 것이다. 수도권에서는 한나라당 후보가 5.0%p 올랐고, 야권단일후보는 6.4%p 하락했으며, 서울에서는 한나라당 후보가 9.0%p 껑충 뛰어올랐고 야권단일후보는 9.5%p 급락했다. 그만큼 수도권에서 보수의 결집이 강화되었다는 증거다.

곽노현 역풍, 보수의 기회...
도덕성-단일화 모두 놓친 야권 치명상

이처럼 ‘오세훈發 복지전쟁 1라운드’에서 패한 한나라당 등 보수진영이 절치부심하는 가운데, 터진 ‘곽노현 역풍’은 여권에 확실한 재기의 기회로, 야권에게는 충격과 위기 상황으로 몰고가고 있다.

국민의 분노에 직면한 야권은 무너져가고 있다. 특히 ‘곽노현 충격’은 진보의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혔을 뿐만 아니라 야권의 총선, 대선 기본 전략인 ‘후보단일화’도 발목 잡히게 되었다.

야권에서는 무상급식과 연계된 ‘보복수사’라고 반격을 하고 있으나 곽 교육감이 시인한 ‘박명기 교수에게 2억원 제공’은 후보단일화 성사 대가성 비용의 의혹을 떨쳐버리기 어려울 듯하다. 만일 검찰수사가 9월까지 ‘대가성 물증’을 잡아낸다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서울 교육감 선거까지 함께 치러지게 된다.

서울시장-서울교육감 보궐선거를 동시에 치른다면 이는 총선-대선을 방불케 하는 전면전이 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 분위기로는 ‘오세훈 역풍’과 ‘곽노현 역풍’으로 ‘보수결집’은 그 어느 때보다 최고조에 달하고, 반면 ‘도덕성과 야권단일화라는 두 개의 명분’을 한꺼번에 잃어버린 야권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당장 서울시장 후보단일화를 추진해야 하는 야권은 무엇도 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진보진영에 우호적이었던 중도층과 40대층도 ‘선택적 복지에 대한 선호와 곽노현 분노’가 고조되어 한나라당으로 기울 가능성이 높다.

야권은 주민투표는 승리했지만 본 경기에서는 대패할 위기에 직면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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