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은 오세훈 시장의 실정을 부각하며 주민투표 무산 바람을 몰아 10.26 재보선에서 승기를 잡으려 했지만, 곽 교육감 사태로 서울시교육감 선거까지 다시 치러야 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어 당혹스러운 처지다.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도 야당의 ‘정권심판론’이 효력을 발휘했지만, 대선 전초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이번 10.26 재보선에서는 야당이 ‘곽노현 악재’로 정권심판론을 적극 부각시키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여당, 즉 보수에 대해 도덕성에서 비교우위를 강조해왔던 야당 등 진보진영은 ‘곽노현 사태’로 인해 치명타를 입게 됐고, 다가오는 재보선에서 이 사태가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현재 곽 교육감에게 사퇴를 압박하는 등 선을 긋고 있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곽노현 사태가 개인의 문제 넘어 대선을 앞둔 보수·진보 양대 세력간의 전선이 뒤바꿀 수 있는 정도의 사건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야당이 주민투표라는 ‘전투’에서는 이겼지만 서울시장 보선으로 시작, 내년 총선·대선이라는 ‘전쟁’에서는 질 수도 있는 악재라는 것이다.

10.26 서울시장 보선…인물, 복지논쟁 그리고 보수결집이 좌우

오 시장의 사퇴와 곽 교육감 사태로 10.26 재보선은 판이 커지게 됐다. 특히 10.26 서울시장 보선은 세 가지 측면이 주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는 역시 인물이며, 이어 복지 논쟁, 그리고 보수의 결집이다.

윤희웅 사회여론조사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봤듯 구청장은 바람에 넘어가도 서울시장 같은 광역자치단체장은 유권자들이 인물에 대해 역량, 무게감, 지도자로서의 비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라며 “따라서 인물을 무시할 수 없다. 여야가 어떤 인물을 공천하느냐가 양항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더군다나 곽 교육감의 불명예 사퇴가 이뤄진다면 시장-교육감 러닝메이트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야당으로선 그닥 유리하지 않기 때문에, 시장 후보 공천에 고민이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전면에서 싸웠던 오세훈-곽노현이 모두 물러나더라도 다시금 ‘복지 논쟁’의 전면전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는 “서울시장 보선은 대선 전초전으로 여야가 복지에 대해 전면전을 벌일 수밖에 없다”며 “무상급식 프레임에 갇히면 헤어날 수 없다고 정두언 의원은 주장하는데 전쟁터로 바뀐 현실에 대한 안이한 인식이다. 민주당도 어쨌든 곽 교육감과 의원들이 연루된 건 아직 없으니 전면적인 복지 프레임을 끌고와서 붙는 게 맞다”고 말했다.

여야가 원하든 원치 않든 10.26 재보선은 그간 불거진 복지논쟁의 종결장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단순히 무상급식 논쟁 2라운드가 아닌,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 복지에 대한 확대 대 신중론 싸움이 이어질 것이란 얘기다.

이와 관련, 주민투표 무산과 오 시장의 사퇴 이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보수의 결집이 이뤄지고 있음이 목격된다.

<폴리뉴스>와 <한백리서치>가 오 시장 사퇴 후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선호도 조사에서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이 35.0%로 가장 앞서 11.9%로 2위를 한 민주당 박영선 의원을 3배이상 차이로 크게 앞질렀다.

게다가 서울시장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47.0%)가 야권단일후보(37.3%)보다 약 10%p 앞섰다. 야권에서 단일후보를 내도 현재로서는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전국 단위 조사에서 야권단일후보와 한나라당 후보의 내년 총선 가상대결에서 한나라당 후보(43.3%)가 야권단일후보(43.1%)를 꺾고 조사 후 처음으로 역전했다. 지난 7월조사에서는 야권단일후보가 45.5%를 얻어 38.6%를 얻은 한나라당 후보를 여유있게 이겼었다.

이같은 조사결과는 보수의 결집이 만만치 않음을 입증한다. 무상급식 투표 무산, 오 시장 사퇴라는 ‘악재’로 인한 보수의 결집이 ‘곽노현 호재’로 인해 더욱 강화될 경우 “전투에서 이기고 전쟁에서 질 수 있다”는 우려는 현실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