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과의 ‘야권대통합’보다는 연대에 방점

< 본 글은 ‘폴리뉴스’ 자매지 월간 ‘폴리피플’ 26호(2011년 9월호) ‘COVER STORY’에 실린 ‘야권통합 전망’ 편입니다 >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새로운 통합정당에의 국민참여당 합류 문제에 대해 8월 27일 서로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하며 양당의 ‘先통합 後참여당 합류’ 문제를 매듭짓기로 했다.

전날까지 진보신당은 참여당을 배제한 ‘진보통합’을 주장한 반면 민노당은 참여당과의 통합은 반드시 이뤄내야겠다는 입장으로 팽팽히 맞서면서 교착국면에 빠졌으나 양당이 참여당을 배제한 통합진보정당 창당대회를 먼저 열기로 합의한 것이다.

이날 합의는 이정희 민노당 대표가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새로운 통합진보정당 추진위원회(새통추)’ 대표자 회의에서 “통합진보정당 창당 이후 참여당 합류 문제를 논의하자”며 진보신당의 주장을 수용하면서 이뤄진 것이다.

양당은 참여당의 진보통합 합류 문제를 통합진보정당 창당 이후 다시 논의하기로 함으로써 참여당을 둘러싼 논란은 한 달 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참여당으로선 일찌감치 5.31합의를 당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결론짓고 ‘진보통합’ 공식합류를 기대했지만 양당 통합 이후까지 기다려야 하게 됐다.

그러나 지난 8개월 동안 진행된 진보통합 논의가 이번 합의로 진보진영 전체의 갈등을 봉합하면서 통합진보정당 창당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여전히 진보진영 내부를 관통하고 있는 참여당 문제가 해소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 진보진영은 참여당 합류를 두고 진보진영 대중조직들 또한 찬반으로 나뉘어지면서 내홍이 거듭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참여당 합류에 대한 양당의 이견은 양당통합과정에서 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는 화약고이다.

이와 관련해 이정희 대표는 이번에 진보신당의 제안을 수용하면서 참여당 합류에 대한 결정방식에 대해 ‘진성당원제와 직접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대의기구가 아닌 당원투표로 결정하자고 나서자고 제안했다.

양당통합 대의기구의 구성이 민노당, 진보신당, 외부참여세력이 각각 1/3로 정해져 있어 사실상 대의기구를 통한 2/3 이상 찬성은 어렵다는 점에서 당원총투표로 결정하자고 나온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는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어 이를 둘러싼 갈등이 지속될 전망이다.

양당은 일단 통합 작업에 박차를 가하기로 의견을 모았지만 참여당의 합류 시기와 방법에 대한 이견이 여전히 숙제로 남게 됐다.

민노당 대중성 강화의 길로-진보신당 진보적 가치가 우선

이번 진보통합의 갈등은 2004년 17대 총선에서 대한민국 건국 이래 처음으로 원내에 진입한 진보정당이 7년간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당의 미래를 둘러싸고 노선투쟁의 성격이 강하다. 특히 민주노동당은 대중노선을 강화해 ‘진보적 국민정당’으로 거듭나 의회권력과 정권까지도 쟁취하겠다는 도전의지를 보이고 있다. 진보이념의 정체성과 가치에 무게중심을 둔 기존의 관행에서 탈피해 일반국민 대중의 정치적 욕구를 수렴하는 진보 대중화의 길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가치와 이념보다 국민대중에 다가가는 것에 방점을 둔 것이다.

반면 진보신당은 대중성의 강화가 가져올 진보적 가치의 훼손에 반대하며 진보적 가치를 고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지난 2008년 18대 총선을 앞두고 민노당의 경직성을 비판하며 분당했던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이는 결국 진보적 자유주의를 표방하는 참여당의 합류에 대한 양당의 입장차이로 드러나면서 최근까지 진보진영 내부를 달구었고, 9월에도 이 문제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양당은 진보진영이 2008년 18대 총선에서 패배한 원인진단에서도 차이를 드러낸다. 민노당의 경우 당의 대중성 문제를 원인으로 보는 반면 진보신당은 ‘진보정당의 분열’과 ‘종북’문제로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결국 이 문제가 2010년 지방선거에서 민노당은 야권연대노선을 강화한 반면 진보신당은 독자출마노선에 나선 배경이다. 그리고 그 결과 민노당은 상당한 승리를 담보 받으며 당의 대중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나서면서 참여당과의 진보통합까지 모색하게 된 것이다.

2010년 지방선거 이후 활로를 찾지 못해온 진보신당은 진보진영 내부의 통합압력을 수용하면서 ‘진보통합’에 나섰다. 그러나 민노당이 진보양당 통합에 참여당까지 포함시키자는 입장을 보이면서 진보진영의 갈등이 표출된 것이다.

특히 4.27 김해선거 이후 유시민 대표가 기존의 독자노선에서 벗어나 진보정당과의 통합에 적극 나서면서 ‘진보통합’의 중심점이 참여당으로 쏠린 것도 진보신당을 불편하게 했다. 이어진 이정희-유시민 북 콘서트는 민노당이 진보통합의 중심점을 진보신당보다는 참여당에 둔 것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이에 진보신당은 자유주의 세력까지 진보통합에 참여하는 것에 강하게 반발, 참여당이 배제되지 않은 진보통합에는 나서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지금까지 진보통합이 교착상태에 빠졌던 것이다.

진보의 대중화, 그 핵은 참여당 합류문제

민노당은 진보신당과의 통합만으로는 ‘도로 민노당’이란 한계를 안게 된다는 점에서 참여당과의 통합에 우호적이다.

이념적으로 자유주의를 표방하는 참여당까지 가세한 ‘진보통합’은 지난 2008년 18대 총선 직전 분열된 민노당과 진보신당의 3년 만의 재결합을 의미하는 ‘도로 민노당’이 아닌 자유주의 세력을 수용하는 통합을 통해 ‘진보적 국민정당’으로 거듭나려는 정치실험인 것이다.

진보진영이 처음 국민대중에게 다가선 것은 2004년 총선이다. 민노당이 정당비례대표제의 힘으로 10명의 의원을 원내에 진입시키면서부터다. 이에 탄력을 받은 민노당은 진보적 가치를 본격적으로 국민에게 부각하면서 노무현 정부와 각을 세우며 차별화 전략을 수행, 진보정당의 발전을 적극 도모했다.

그러나 그 결과, 노무현을 지지하는 진보성향의 대중을 진보진영으로 견인하는 데 실패했다. 종북주의 논쟁으로 인한 분당사태까지 겹치면서 2008년 총선에서 진보진영은 참담하게 패배했다. 노무현 정부의 실정을 공격하며 진보적 가치를 선명하게 내세우는 것으로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으로 쏠린 다수 국민들의 지지를 진보정당으로 돌리게 하는 데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실패는 민노당으로 하여금 진보의 대중화, 당의 대중노선 강화의 길을 택하게 했다. 그 첫 작품이 2010년 이정희 대표 체제 출범이었고 6.2 지방선거 야권연합이었다. 그 결과, 6.2 지방선거에서 민노당은 2008년 패배의 좌절에서 벗어나는 쾌거를 이루게 된 것이다.

지금의 진보통합은 18대 총선의 패배를 기점으로 출발한 당 노선의 대중화과정의 마지막 목적지로 평가된다. 진보신당과의 분열을 극복하는 한편, 참여당이라는 진보적 자유주의 세력을 당내 세력으로 받아들임으로써 대중적인 진보정당으로 19대 총선을 치르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진보통합의 핵심은 무엇보다 참여당의 합류다. 참여당의 진보통합 참여는 진보진영노선 변화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들의 눈높이로 보면 민노당과 진보신당간의 통합은 과거 분열된 진보가 재결합하는 수준이지만 참여당과의 통합은 기존 진보정당에 대한 이미지 자체를 바꾸는 정치적 의미를 지닌다.

유시민 참여당 대표를 비롯한 참여정부 세력을 진보정당으로 흡수하는 것 자체는 이념적 가치만을 추구하는 정치집단이라는 기존 이미지에서 탈피, 국민과 호흡하는 현실정치에 보다 적극적으로 뛰어들겠다는 선언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100% 올바른 정책을 ‘주장’하는 데에 머물지 않고 앞으로 그 절반인 50%라도 그 가치를 ‘실현’해낼 수 있다면 현실정치에서 힘을 얻어 중도적 국민과 타협하는 정치세력으로 거듭나겠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내보이는 것이 바로참여당의 진보통합 합류이다. 이는 진보노선이 기존의 선명성과 선도성에서 국민들에게 다가가는 대중성으로 중심을 옮긴 것이다. 그리고 이념적으로도 진보적 자유주의의 수용을 의미한다. 이를 유시민 대표를 비롯한 참여당을 받아들임으로써 ‘말’이 아닌 ‘실천’으로 보이려는 것이다.

19대 총선 원내교섭단체 목표

참여당까지 합류하는 진보통합의 정치적 파괴력은 매우 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진보진영은 이를 통해 그토록 소망해왔던 ‘민주당 2중대’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될 가능성 또한 크다.

한국정치사는 분단과 독재로 인한 보수 기득권정당과 진보정당과의 투쟁의 역사로 볼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진보진영은 제1야당 민주당에 흡수되거나 연대의 길을 선택해왔다. 그 결과 국민들은 지금도 진보진영을 민주당의 보조세력으로 인식하고 있다.

게다가 지역구도와 보수정당에 유리한 정치지형 때문에, 한나라당과 민주당 양대 정당에 불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국민의 90%가 이들 양대 정당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구조가 오랜 세월 고착화돼왔다. 그러나 참여당까지 포함한 진보통합은 민주당의 울타리에 갇혀 反MB, 反한나라당 전선에서 싸움을 똑같이 하면서도 수혜는 민주당만이 독점하는 진보진영의 ‘민주당 딜레마’에서 벗어나는 계기다.

참여당의 합류는 민주당이 독점해온 자유주의 좌파의 일정한 이탈을 가져올 수밖에 없으며 양당체제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온 중간층 가운데 일부도 진보진영이 흡수하는 성과를 누릴 수 있게 된다. 특히 한국정치를 지배해온 지역구도가 완화되고 이념적 지형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진보통합은 지역에 기반한 야당구도도 위협하는 효과까지 안고 있다.

진보진영은 오는 2012년 총선에서 이러한 통합효과를 극대화해 최소 20석을 차지, 원내교섭단체를 얻겠다는 전략이다.

민주당과는 통합보다는 연대에 무게

야권통합과 관련된 진보진영의 기본틀은 ‘통합’이 아닌 ‘연대’이다. 민주당과의 이념적 차이뿐 아니라 정당조직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엔 민주당이 주도하는 연합정당의 틀로 통합할 경우 진보세력이 과거처럼 고사될 수 있다는 우려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진보통합정당은 야권진영이다. 이는 야권을 지지하는 국민들의 정치적 욕구에 부응해야 함을 의미한다. 즉,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야권의 승리에 기여하는 정당으로 자리매김하지 않으면 국민들에 의해 심판대에 세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진보신당 노회찬 전 대표가 진보적 가치의 차별성과 중요성을 강조하며 서울시장 야권후보단일화를 거부하면서 진보신당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가 추락한 것도 이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지난 4.27 김해을 보궐선거에서의 참여당 패배 또한 야권을 분열시켰다는 민주당의 공격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이에 진보진영은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야권의 승리를 위해 민주당과의 ‘연대’에 중점을 두며 대국민 선전전에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진보진영은 민주당과 ‘혁신과 통합’의 ‘야권대통합’만이 2012년 승리로 가는 유일한 길이 아니란 점을 강조할 것이다.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야권은 후보단일화로 국민의 신뢰를 얻어 승리했지만 이어진 재보선에서는 민주당과 다른 군소야당간 후보단일화를 둘러싼 알력이 부각되면서 실패를 경험하기도 했다. 이에 진보진영은 후보단일화보다는 한발 더 나간 민주당과의 선거연대협상을 통해 야권의 승리를 이뤄나가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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